新五賊:강남, 서울대, 삼성, 조선일보, 미국

90%의 노력은 인정하지 않고 9%의 운과 1%의 과실을 물고늘어져 1등을 거꾸러뜨리면, 한국은 아프리카보다 못살게 된다.
新五賊:강남, 서울대, 삼성, 조선일보, 미국

언젠가부터 슬그머니 수능 전국 수석의 이름이 사라졌다. 학교 수업과 교과서에 충실한 가난한 집안의 수재가 당당히 전국 수석을 차지한 후 수줍게 인터뷰하는 모습도 더 이상 볼 수 없다. 교육부가 서열은 경쟁심을 유발한다며 의도적으로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엄금했기 때문이다.

마침내 2008학년도부터는 점수는 아예 발표하지 않는다. '넉넉한' 9등급으로 통보할 따름이다. 점수 1점, 2점이 '유의미(有意味)'한 게 아니란다. 그런 식으로 따지면, 100점 만점에서 90점을 경계로 1등급이 가려진다고 할 때, 89점은 무엇인가? 단 1점 차이로 1등급과 2등급이라는 하늘과 땅의 차이를 감수해야 한다. 그리고 100점은 무엇인가? 91점이나 90점은 그게 그거라고 할 수 있지만, 100점과 90점은 석 달 열흘 간 죽자사자 공부해도 따라갈까 말까, 하는 피와 땀이 거기 진하게 배어 있는 점수 차이다. 표준점수로는 난이도에 따라 20점도 더 차이날 수가 있다.

1점이 아니라 0.1점도 큰 의미가 있다. 100미터 달리기에서는 0.001초로 금메달과 은메달이 갈라진다. 그걸 똑같다고 선수마다 금메달을 줄 생각은 60억 중 그 누구도 하지 않는다. 타고난 재능과 부단한 노력으로 인간의 한계를 조금씩 조금씩 뛰어넘는 것은 그 자체로 아름답기 그지없기 때문이다. 만약 1점이 의미가 없다는 식으로 하면, 100점은 99점과 마찬가지이고, 99점은 98점과 마찬가지이고, 98점은 97점과 마찬가지이고, 이런 식으로 가다가 결국 100점은 0점과 마찬가지라는 해괴망측한 결론에 도달한다.

만약 한 번의 시험이나 한 번의 시합밖에 없다면, 그렇게 나온 수치로 합격과 불합격, 금메달과 은메달을 결정한다면, 그건 불공평하다. 그러나 결과에 누구나 승복하는 문화에서는 기회는 또 주어진다. 재수할 수 있고 삼수할 수 있다. 다음 올림픽에 다시 도전할 수 있다. 또는 다른 대학에 가서 졸업과 동시에 역전시킬 수도 있고, 선수 생활을 접고 다른 분야로 진출하여 인생의 금메달을 딸 수도 있다.

민주화의 탈을 쓴 자들이 득세하면서부터 한국에서는 1등을 '공공의 적'으로 삼는 풍조가 만연하기 시작했다. 1등에게 박수 치고 너도나도 따라 배우기 열풍이 불면서 불과 한 세대만에 아프리카의 가장 가난한 나라보다 못 살던 나라가 아프리카 52개국을 다 합친 것보다 잘 살게 되었는데, 권력 잡은 자들이 앞장서서 자신이 차지한 권력 1등은 당연시하면서 다른 분야의 모든 1등에게는 손가락질하고 눈을 부라리고 그 1등들을 갖은 방법으로 거꾸러뜨리고 짓밟는 것을 필생의 목표로 삼게 되면서, 나라 곳곳에서 갈등과 불안과 실업과 빈곤이 입을 악물게 이르렀다. 스스로 노력해서 벌기보다 시기질투의 기관단총을 쏘아서 1등의 것을 빼앗아 갈라먹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는 것을 깨닫고 권력에 빌붙는 자들만이 아니라 이제 멀쩡한 사람들도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르고 얼굴을 가리고 화염병과 돌멩이를 던지게 이르렀다. 그것을 평등이라고 우긴다. 그것이 분배라고 우긴다. 미안하지만, 그것은 평등이 아니라 날강도 짓이고 분배가 아니라 약탈이다.

대한민국은 공동체를 중시하는 면면한 문화를 계승하여 건국 이후 줄곧 성장 못지않게 분배를 중시한 나라였는데, 저들은 이를 깡그리 부정한다. 대한민국은 서구 어떤 나라도 달성하지 못했던 농지개혁에 성공해서 2백만 농가가 거의 똑같이 3천 평씩 소유했다. 대한민국은 1997년까지 기업마다 과잉고용하여 무능력한 사람도 웬만하면 먹여 살려 주었고 월급도 연공서열을 중시하여 자녀가 자라서 돈이 많이 들 때에 가장 월급을 많이 받게 했다. 대한민국은 누진세를 적용하여 고소득자에게는 세금을 왕창 걷고 저소득자에게는 대부분 면세의 혜택을 주었다. 그 결과 소득분배를 가장 잘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0.35를 넘어선 적이 없다. 미국을 뛰어넘어 서구 복지국가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저들은 이런 사실을 철저히 왜곡했다. 통계를 제멋대로 인용하고 조작하면서 선전선동을 일삼아 자신들이 초래하기 시작한 양극화를 있는 대로 부풀려 이를 온통 과거의 탓으로 돌리며 기고만장하고 있다. 이에 집단의 힘을 가진 자들이 용기백배하여 표를 무기로 법보다 고함을 앞세워 이전과 달리 노력과 무관한 기득권의 거대한 철옹성을 구축했다.

강남과 서울대와 삼성과 조선일보와 미국은 친북좌파에게 공공의 적이다. 신오적(新五賊)이다. 왜? 1등이니까! 이들에게 1등은 반칙과 부정과 부패와 기회주의와 기득권의 버무림이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나라에서 1등은 노력과 신용과 정보뿐 아니라 쪽박의 위험도 감수한 용기가 90%나 차지하지만, 한 치의 실수만 있어도 1조원의 재산도 순식간에 달아나지만, 저들의 눈에는 그런 건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저들은 대한민국에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아예 없었다고 강변한다. 독재와 정경유착이 있었을 따름이라고 강변한다. 미안하지만, 독재와 정경유착이 만연한 나라에서는 연평균 1%의 경제성장도 달성하지 못한다. 그 나라가 바로 아프리카 대부분의 나라다. 옛 공산국가였다. 현재의 북한이다.

1등할 필요충분한 이유가 있어서 1등하는 강남과 서울대와 삼성과 조선일보와 미국을 누가 그렇게도 싫어하고 누가 그렇게 철천지원수로 삼는가? 바로 북한 공산당이다. 죽은 김일성과 산 김정일이다. 친북좌파가 노골적인 시기질투 또는 날강도 짓과 흡사한 개념의 평등이니, 근거가 희박한 반칙이니, 음모론적 부정부패니, 희망사항에 지나지 않는 제국주의니, 등등을 내세워 친북과 좌파를 한사코 부인하면서 북한 공산귀족의 주식(主食)인 증오를 줄기차게 부르짖고 있다. 이에 김정일이 아랫배를 쏙 내밀고 턱짓으로 달러와 쌀과 비료와 의약품을 받아 주면, 그렇게도 국내 1등과 세계 1등에게는 투명성을 부르짖으면서 인민군에 가는지 인민에게 가는지, 핵심계층에 가는지 적대계층에게 가는지, 빤히 알면서도 모르는 척 믿는 척 한없이 넓은 마음으로 마구 퍼주면서 '민족화해, 냉전해체, 자주통일, 평화정착' 등을 외치며 힘차게 한반도기를 흔든다. 그 소리가 어찌나 우렁찬지, 시대가 변했음을 절감하고 멀쩡한 애국우익마저 슬금슬금 왼쪽으로 게걸음친다.

90%의 노력은 인정하지 않고 9%의 운과 1%의 과실을 물고 늘어져 1등을 모조리 거꾸러뜨리면, 한국은 다시 아프리카보다 못 살게 된다. 아니, 그보다 더 못 살고 그보다 더한 독재가 거미줄같이 뻗어 있어 말 한 마디 제대로 못하고 이사는커녕 이웃 마을에도 마음대로 돌아다니지 못하는 북한에 흡수통일된다. 적화통일된다.

건설은 어렵지만 파괴는 쉽다. 50년 걸린 건설도 50초면 파괴할 수 있는 법.
(2006.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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