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일의 주먹과 노무현의 입 |
김정일은 매스컴 따위로 인기도를 확인하지 않는다. 방송이든 신문이든 가만있어도 자신을 유일무이한 주인공으로 모시니까, 인기에 안달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우상 숭배의 정도나 점검할 따름이다. 그 누구든 단 한 마디 단 한 줄 불경죄를 저지르는 순간 그 자의 생명은 끝난다. '유일 천재'의 말과 글은 끝없이 인용되지만, 과연 그것이 그가 직접 한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마 대부분 그의 속마음을 읽은 자들이 교언영색해서 기꺼이 바친 것들이리라. 그는 60평생 200자 원고지 10장도 직접 쓴 게 없을 것이다. 최은희·신상옥 부부가 녹음해 온 김정일의 육성을 들어보면, 그는 단 몇 마디도 조리 있게 말할 줄 모른다. 이 점에서는 변호사 출신의 노무현 대통령이 월등하다.
김정일은 주먹으로 통치한다. 그가 주먹을 쳐들면 백 마디 천 마디 말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세계 최강 미국도 10년이 넘도록 김정일의 핵 펀치에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자생 주사파가 득실거리는 한국이야! 그가 우두둑 손가락 꺾는 소리만 들려 주어도 혼비백산한다.
우리 각하는 입으로 통치한다. 절대다수는 늘 각하의 편으로 가정하고 극소수 '악당'을 향해 악담과 막말과 저주를 서슴지 않는다. 그는 이런 말에 대해서 부끄러워 하거나 후회하는 게 아니라 민중의 속마음을 대변하는 것으로 자랑스러워 한다. 말이 안 통하는 '악당'을 만나면 명패를 집어던지고, 말이 안 먹히는 '졸부'를 만나면, 밧줄이 바늘귀를 지나가기보다 천국에 가기가 힘들다는 '졸부'를 만나면 그들을 천국에 인도하기 위해 세금 폭탄을 던지고 또 던진다. 어째 인기가 좀 떨어진다 싶으면, 첨단 무기인 입의 포문을 열어 무방비 상태인 4800만의 가슴을 정조준하여 말 폭탄을 터뜨린다. 그러면 바보 상자와 애독자 없는 앵무새 신문들이 '지당하여이다' 특집을 마련하여 벌렁거리는 4800만 가슴을 사정없이 후벼판다. 졸지에 소수는 다수가 되고 다수는 소수가 된다. 인기도는 고작 20%를 오르내리지만, 그는 항상 80%의 다수 편을 들어 20%의 소수를 공격하기 때문이다. 소수 20%로 낙인찍힌 사람들은 좌불안석이다. 서로 20%가 아니라고 손사래를 친다.
깐죽거리는 자들, 삐죽거리는 자들, 구시렁거리는 자들, 대드는 자들은 20%의 악당으로 몰아 사정없이 닦달한다. 고소하고 고발하고 뒷조사하고 세무조사하고 반론보도한다.
일본도보다 날카롭고 죽창보다 뾰족한 우리 각하의 입은 세계 최강국도 세계 제2의 부국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지나고 나면 손해만 보는 것이지만, '할 말 다한다'. 그러나 언제 암살 당할지 몰라 일년의 대부분을 두더지 생활로 일관하는 김정일한테는 유구무언이다. 그가 싫어할 말은 단 한 마디도 않는다. 한번 말의 포문을 열면 두세 시간 동안 수만 발을 쏘아대지만, 애급의 파라오가 야곱의 후손들을 노예로 부려 먹는 것보다 가혹하게 제 동족 2천만을 노예로 부려먹으며 여차하면 가두고 때리고 죽이는 김정일을 향해서는 각하의 그 입이 말 못하는 양의 입보다 과묵하다. 정말 신기한 일이다! 그 사이에 바보 상자와 앵무새 신문들도 김정일의 독재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않고 도리어 정통성과 민족과 평화의 꽃을 그 발아래 뿌린다. 영변의 핵은 아랑곳 않고 영변의 진달래를 아름 따다 그 발아래 뿌린다.
김정일의 주먹 때문일까, 우리 각하의 코드 때문일까.
(2006. 3. 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