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현혹시키는 말만 있을 뿐 국민을 이롭게 하는 행동은 없다. 국익과 민생을 위해 말을 실천에 옮기는 일은 거의 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사람을 헷갈리게 만드는 데 비상한 재주가 있다. 어제 했던 말과 정반대되는 말을 자고 나면 싹 잊어 버리는지 외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조금도 거리낌없이 폭포수처럼 쏟아낸다. 얼핏 보면 일관성이 없는 듯하나 자세히 살펴보고 그 말의 결과를 면밀히 분석해 보면, 그것은 치밀하게 계산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그 때마다 국내외의 사람들은 믿고 싶은 마음에 많이들 속았다. 나는 한 마디로 노무현 대통령의 남극과 북극과 적도를 전광석화로 오가는 말의 연기를 '말리는 시누이 역'이라고 부르고 싶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올케를 나무라는 친정 어머니와 운명적으로 한 패이면서 남들이 봐도 저건 해도 너무 한다, 싶을 때 한 패가 아닌 척하고 가장 객관적인 척하면서 짐짓 말리고 두둔하는 시누이 역--이것이 바로 시종일관된 노무현 대통령의 역할이다. 며느리로선 이 시누이가 시어미보다 더 밉다. 얄밉다.
이라크 파병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찬성 쪽의 말을 내외에 공표했다. 그러나 여당과 그의 지지자들과 연합세력은 극렬하게 반대했다. 오히려 거대 야당과 정통우익이 중심이 되어 이라크 파병이 이뤄졌다. 가긴 갔으되, 김 빠진 맥주였다.
미국과의 FTA도 노무현 대통령은 찬성 쪽이다. 한 발 앞서 제의한다. 여기서도 마찬가지 일이 벌어진다. 여당과 노무현 대통령의 표밭은 벌집 쑤신 듯 요란하다. 거대 야당과 재계는 환영일색이다.
평택의 미군이전기지에 대해서도 노무현 대통령은 평화적 시위는 보장하되 폭력시위는 반대한다는 원칙을 천명한다. 미군과의 약속을 지키고 한미동맹을 지속시킨다고 공언한다. 그러나 여당과 친여 시민단체는 노골적으로 미군철수를 주장하고 농민의 생존권을 부르짖고 환경의 사수를 외치며 대통령으로부터 위임받은 공권력이 그은 평화선을 전혀 지키지 않고 방어할 권리만 부여받은 경찰 나아가 군인까지 가상의 적인 양 '의병의 죽창'과 '열사의 이단옆차기'로 무차별 공격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북한인권도 원칙적으로 인정하고 탈북자도 가뭄에 콩나물 나듯 받아들이긴 받아들인다. 미국에까지 가서 자신이 북한에서 태어났다면 강제수용소에 갇혀 있을 거라는 말로 북한에 강제수용소가 엄존함을 간접적으로 인정한다. 이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 지지자들은 노골적으로 불쾌해 한다. 그 사대주의적 발상을 개탄한다. 그러면 국내에 돌아와서 좀 오버했음을 인정한다. 자숙하는 의미에서일까, 인권탄압의 원흉 김정일과 탈북자 탄압의 괴수 호금도에 대해서는 바람결에도 항의하지 않는다. 북한인권에 대해서 무수한 결의에 이어 구체적인 행동의 단계로 접어든 UN과 불란서를 중심으로 하는 EU, 미국과 일본에 대해서는 민족과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앞세워 꼬장꼬장 비트는 말을 서슴지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은 노조에 대해서도 이따금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노조와 친여 시민단체와 여당과 여당 연합세력은 펄펄 뛴다. 정권퇴진이란 막가는 말도 예사로 내뱉는다. 그는 기업가를 추켜세우는 말도 국내외에서 자주 하는 편이다. 이에 대해 반 노무현 전선의 정통우익은 가슴을 쓸어 내리지만 친 노무현 전선에는 북풍한설이 휘몰아친다.
대통령의 이빨 권력과 권력의 혀 방송으로도 요지부동인 거대 야당과 정통우익과 미국의 현실적인 힘에 무지막지하게 맞부딪치면 다 된 밥에 재가 뿌려지고 차려진 밥상이 뒤엎어진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노 대통령은 그 때마다 말리는 시누이 역을 천연덕스럽게 연기한다. 그러면 전선이 흐트러지고 정통우익은 지리멸렬하고 친북좌익은 슬그머니 고지를 하나하나 점령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모택동을 '억수로' 존경한다더니, 그의 전략과 전술을 누구보다 능수능란하게 써 먹는다. 국민을 현혹시키는 말만 있을 뿐 국민을 이롭게 하는 행동은 없다. 국익과 민생을 위해 아름다운 말을 거친 실천으로 옮기는 일은 거의 없다.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은 날로 추락하고 대한민국 국민의 삶은 날로 피폐해지고 내전을 방불케 하는 갈등은 도깨비불처럼 곳곳에 출몰한다. 창공을 비상하던 대한민국은 희망의 날개에서 깃털이 쑥쑥 뽑힌다. 대신 히틀러와 스탈린과 모택동과 김일성과 일본 천황을 합쳐놓은 듯한 김정일은 갈수록 기고만장해지고 그 아랫것들이 저마다 나팔을 입에 물고 시시콜콜 한국의 내정에 간섭한다. 알고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 아닌가.
(2006. 5. 15.)
盧대통령의 말리는 시누이 역
- 최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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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5-15, 11:4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