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망의 가증한 것이 거룩한 곳에서

멸망의 가증한 것이 거룩한 곳에서 / 천사의 말을 나불대면 / 때가 찼느니
멸망의 가증한 것이 거룩한 곳에서

멸망의 가증한 것이 거룩한 곳에서
천사의 말을 나불대면
때가 찼느니
다락밭의 저 옥수수가 여물기 전에
산이 무너지고 바다가 메워지리라
정의와 사랑에 굶주린 자들은
손을 흔들고 발을 구르라
냄비 속의 저 감자가 익기 전에
지옥의 밤이 물러가고
낙원의 아침이 밝아오리라

한낮에 형제의 가슴에 불화살을 쏘고도
실수했다는 말 한 마디로 속삭속삭
그 의붓아비에게서 바리바리 선물을 받아가고
한밤중에 이웃집 대문 앞에 칼을 던지고도
호신술 연습했다는 말 한 마디로 속삭속삭
나무 대문을 강철 대문으로 바꾸는 이웃과
몰래 웃는 그 이웃의 이웃을 이간질시키고
멸망의 가증한 것이 거룩한 곳에서
바하의 칸타타를 부르면
영혼의 귀를 기울여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들을지니
때가 차고 또 찼느니
저들이 축배의 잔을 미처 비우기 전에
산이 무너지고 바다가 메워지리라

(2006.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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