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사미인곡 급(及) 관동별곡

권력에 병이 깊어 법림(法林)에 묻혔더니, 님께서 어여삐 여기사 법복(法服)을 내리시니, 어와 성은이 갈수록 망극하여라.
노무현의 사미인곡 급(及) 관동별곡

이 내 몸 월궁에서 내려올 제 님을 좇아 내려오니, 삼신할미 맺은 연분 하늘도 아니 알고 땅도 아니 알손가. 어와, 이 내 운명 박복하여 바라만 볼 뿐 여태 님을 뵙지 못해 오늘도 차가운 이불을 뜨거운 눈물로 적시도다.

권력에 병이 깊어 법림(法林)에 묻혔더니, 님께서 어여삐 여기사 법복(法服)을 내리시니, 어와 성은이 갈수록 망극하여라. 아미타불 빙그레 목탁을 건네줄 제 님께서 넌지시 그 손을 치우시고 법복을 내리시니, 장차 나제(羅濟) 천 리에 방면(方面)을 맡기실 깊은 뜻일러라.

이 몸의 칠전팔기에 원서 끼고 거들먹거리던 자, 주판 끼고 목에 힘주던 자, 휘둥그래 줄줄이 찾아오니, 허허 이 내 몸에 진골의 피가 흐르는 줄 그제사 알았던 듯. 어사화 꽂고 봉하리 돌아드니, 동네 잔치 흥겨웁다. 계룡산아 기다려라 삼각산아 머잖았다. 그 날에 반드시 산토끼 들고양이 넘나드는 장인 산소에 너부죽이 큰절을 올리리라. 권력의 큰 날개를 달 때까지 권력의 작은 발톱을 꼭꼭 숨기리라.

범선 타고 현해탄을 넘나드니 법림에 묻힌 세월 아련히 그리워라. 이 내 몸 진골인들 세월이 무심하여 삼각산에 오르려면 과거급제로는 어림없어, 옳거니! 아미타불의 목탁이 두둥실 떠오른다. 적선이야, 적선! 줄이야 줄! 님께서 드리운 황금 줄을 잡아야지! 정의에 굶주리고 사랑에 목마른 자, 다 내게로 오라. 나는 인륜 법사, 나는 계율 전도사, 나는 호국 전사. 단숨에 법림 우헤 올라 명패를 휙 집어던지니, 님께서 크게 기뻐하사 백제에게 은밀히 이르고 고구려에게 첩지를 내리신 줄 먼 훗날에야 알았도다. 어와, 역군은(亦君恩)이셨다.

만경강이 에워싸고 영산강이 휘감고 낙동강이 꼬리칠 제 계룡산도 손을 내미니, 님께서 한 평생 나제(羅濟)에 심어 놓은 고구려 전사들이 기치창검(旗幟槍劍)을 높이 들어 하늘을 가렸도다. 어와, 성은이 갈수록 망극하여라. 훨훨 봉황 타고 삼각산에 오르니, 한강도 굽이치고 임진강도 정겨운데, 님 겨신 대동강만 홀로 아득하다. 언제 님을 만나 차가운 이불을 님의 체온으로 훈훈히 덥힐까.

답답 또 답답, 님의 은혜로 전쟁 잊고 반세기를 살더니, 은혜를 까맣게 잊고 왜구와 양귀(洋鬼)에게 간과 쓸개 다 내주고 양귀의 창칼에 빌붙어 돼지 몸매에 때때옷 갖춰 입고 이르고 또 일러도 이 내 몸 못 잡아먹어 되려 환장이니, 님이시여, 님이시여! 우리 언제 만나리까. 이 내 몸 언제 데려가오리까. 우르르 꽝, 우르르 꽝! 님께서 왜구와 양귀를 한껏 놀래시니, 어와 성은이 갈수록 망극하여라. 님의 뜻 헤아려 가배야븐 내 입을 꾹 닫고 조금만 더 참고 기다리오리까. 내일 운명을 모르고 설치는 저들이 님의 헛기침에도 저리 허둥대니, 님께서 천둥번개를 내리치시면 혼비백산 님의 발치에 한달음에 꿇어 엎드리오리다.

하루도 열두 때, 한 달도 서른 날, 잠시라도 아니 님을 생각하고 못 배기니, 화타편작도 못 고칠 이 고질병, 님이시여 날래 오시와 씻은 듯 고쳐 주소서.
(2006.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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