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하? 수백만 배 넓은 바다는 어디 두고!

성큼 다가온 정보화시대와 도둑같이 찾아올 통일시대에 걸맞은 비전을 제시하라.
운하? 수백만 배 넓은 바다는 어디 두고!

한반도는 남북 약 1000km, 동서 약 200km의 반도이다. 면적은 약 22만㎢. 동서 길이가 남북 길이의 5분의 1밖에 안 되는데,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동고서저(東高西低)형이라 주로 하천을 중심으로 서남부에 거주지가 분포되어 있다. 전체 면적의 30%가 채 안 되는 평지는 주로 서남쪽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예로부터 서남부 지역을 남북으로 연결하는 도로와 해로가 발달했다. 동서를 축으로 하는 교통은 산악지대 때문에 거의 발달할 수가 없었다. 영동고속도로가 건설되기 전에는 서울과 춘천을 오가는 데 이틀도 좋았고 사흘도 좋았다.

삼면이 바다인 금수강산은 동해와 서해와 남해를 거느리고 있다. 수심이 평균 약 1500m인 동해는 면적이 107만㎢이고 수심이 평균 44m인 서해는 40만㎢, 3천여 그림 같은 섬과 아름다운 굴곡으로 유명한 남해는 7만5천㎢이다. 서해와 동해는 각각 중국과 일본과 맞닿아 있어 그 절반이 우리의 영해라고 하면, 삼면의 영해가 약 80만㎢나 된다.

한반도보다 7배 넓은 삼면의 바다, 남북의 영토보다 약 4배 넓은 영해, 이것을 잘 이용하면 나라가 흥하고 이를 잘 이용하지 못하는 나라가 망하거나 쪼그라들어 비참해진다. 삼국과 통일신라, 고려는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했지만 조선은 초창기를 정점으로 해마다 쪼그라들었던 이유는 바다의 활용 여부였다. 남북한의 국력이 하늘과 땅만큼 차이 나게 된 것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삼면의 바다를 넘어 5대양을 조선시대에 한강을 건너는 것보다 쉽게 넘나들었다. 반면에 북한은 바다는 거의 물고기에게 맡겨놓고 못 사는 대륙으로 괴나리봇짐을 지고 물물교환이나 했다. 최소한의 원유 외에는 온통 자력갱생했던 것이다. 동족을 협박하고 침략할 무기만 국제경쟁력을 갖추었다. 마침내 일본도 없는 핵무기로 한국을 압도하게 되었다.

한국은 철도 외에 서울을 종착지로 하는 도로를 거미줄같이 건설했다. 전국의 자동차가 겨우 10만대였을 때 1,000만대를 내다보고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했다. 전국의 일일 생활권이 되면서 속도는 기본이 시속 100km다. 반면에 북한은 일제시대의 철도와 도로를 거의 그대로 쓴다. 도로포장률이 5%밖에 안 된다. 그것도 대부분 1차선이다. 철도도 단선이다. 한국은 정반대로 95%가 포장되어 있고 산골의 도로도 2차선이다. 북한에선 시속 100km가 은하철도 수준이다. 시속 10km면 감지덕지한다. 전 세계의 옛 공산권이 개혁개방할 때 북한은 오로지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고 생산하느라고 유리창 없는 기차와 휘발유 없는 목탄차를 끌고 다니는 바람에 이제는 시속 10km도 여간 빠른 게 아니다. 전 주민이 피난민처럼 아무 영양가치가 없는 먹을 것을 이고 지고 걸어 다닌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하 이명박)은 청계천 하나 살리더니, 사람이 살짝 이상해졌다. 청계천을 복원한 건 잘한 일이지만, 그것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한강 살리기에 비하면 어린애 소꿉놀이에 지나지 않는다. 크게 자랑할 일도 아닌 것이다.

이명박은 경부운하 건설을 노무현 대통령의 행정수도 건설처럼 거창하게 내세운다. 나라를 또 한 번 누더기로 만들 모양이다. 그는 아직도 70년대 중동건설 신화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보화시대에 걸맞은 비전이 전혀 없다는 말이다. 도둑처럼 다가올 통일시대에 걸맞은 비전이 전혀 없다는 말이다.

남북이 분단되고 38선이 휴전선으로 바뀌면서 개성을 북한에 빼앗기는 바람에 한강이 죽은 강이 되었다. 안보 때문이다. 서해를 이용하여 한강의 마포나루로 큰 배가 들어오면 속도는 트럭보다 떨어지더라도 한꺼번에 최소한 100톤의 화물을 나를 수 있다. 통일이 되면 본격적으로 이를 개발하면 된다. 아울러 상해와 천진으로 통하고 서울로 통하는 서해안의 항구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동서를 축으로 하는 고속도로도 대대적으로 건설해야 한다.

지금은 정보화시대다. 문화시대도 성큼 다가왔다. 일본을 훌쩍 추월하고 중국을 까마득히 따돌릴 절호의 기회다. 정보화시대에 걸맞게 과학기술의 바탕 위에 세계 5위의 제조업을 물 찬 제비처럼 날씬하게 만들고 금융, 교육, 의료, 법무, 유통, 관광 등 서비스업의 국제경쟁력 갖추는 것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북한인권을 개선하는 것에 최우선을 두어 북핵을 국제공조의 레이저로 녹여 버리는 통일 비전을 제시하면, 처음에는 친북좌파의 거센 도전을 받겠지만, 최소한 51%의 표는 나오게 되어 있다.

전문경영인으로서 신화를 창조했던 이명박이 이 정도의 인물밖에 안 되다니, 실망 또 실망이다.

(2006.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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