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는 나 몰라라, 경제권력은 다 내 놔! |
나는 실체가 분명하지도 않은 거품경제를 잡겠다고 쇠몽둥이를 휘두르는 극단적인 정책은 택하지 않겠습니다. (앨런 그린스펀)
정치꾼들이 순진한 국민을 선동하여 3번 연속 잇달아 정치권력을 잡으면서 4마리 용의 으뜸으로 꼽히던 코리아 주식회사가 요동치며 추락하기 시작했다. 이무기도 아닌 지렁이란 비아냥거림을 들을 지경에 이르렀다. 경제의 문외한들이 실체가 불분명한 정경유착을 빌미로 경제에 정치권력의 쇠몽둥이를 휘둘렀기 때문이다. 문화권력의 나팔을 불고 사회권력의 화염병을 던졌기 때문이다.
IMF 경제신탁통치로 어쩔 수 없이 코리아 주식회사는 금융을 중심으로 국제표준을 일부 받아들였지만, 정치권력을 장악한 아마추어들의 애국심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계속 치솟았다. 왕의 남자로서 문화권력이 왕에게 귓속말을 끝없이 속삭였다. 이에 왕은 구국의 일념으로 쇠몽둥이를 수시로 휘둘렀다.
세계 최빈국에서 불과 한 세대 만에 선진국의 문턱에 이른 한강의 기적! 이를 낳고 기른 역대 정치 지도자와 대기업 총수는 하루아침에 명예의 전당에서 그 이름이 지워졌다. 영웅에서 대역죄인 또는 경제조폭으로 추락했다. 경제우선의 나라가 정치만능의 나라로 바뀐 것이다. 경제논리는 정치논리에 눈을 내리깔고 고개를 푹 숙이는 처지로 전락했다. 정경유착이 있었다면 바야흐로 선진국형 정경분리를 정착시켜야 하는데, 정경유착의 마녀사냥을 통해 정치권력과 문화권력이 유착하여(政文癒着) 세계시장에서 대접받는 회사일수록 생트집을 잡아,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성과 사회 기여도 등의 거부할 수 없는 잣대를 들이대며 '네 죄를 알렷다' 식 고소고발을 남발했다. 그들의 목적은 오로지 하나, 경제권력 장악이다.
위대한 한국의 경제인과 아줌마! 그들은 각기 생산과 소비의 주체로서 정부가 휘두르는 쇠몽둥이를 요리조리 피하며 더 이상 대박을 터뜨릴 수는 없었지만, 쇠몽둥이에 금이 간 쪽박을 재빨리 때워서 방해만 하는 정치권력과 문화권력을 포함하여 4800만을 먹여 살렸다. 대한민국의 경제인은 외환위기의 최대 선물인 환율 현실화를 십분 활용했다. '과잉' 투자설비를 최대한 가동하여 무역흑자를 쌓고 또 쌓았다. 이들 덕분에 100억 달러도 안 되던 외환보유고가 2,000억 달러를 넘겼다.
대한민국의 아줌마는 더욱 위대했다. 그들은 알뜰 구매와 살뜰 살림과 시시콜콜 잔소리 아이디어 제공으로 한국의 여러 상품과 서비스를 매력 덩어리로 만드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대한민국의 아줌마는 소비 못지않게 투자에서도 귀신이 곡할 재주를 보여 준다. 그들의 포르트폴리오 구성은 20세기 투자의 전설 워렌 부펫도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특히 정부가 쇠몽둥이를 휘두를 때마다 그 뒤엔 부동산이 치솟는다는 황금법칙을 발견하여 신속정확하고 과감하게 은행 빚을 내서라도 투자했다. 행정수도 건설이니, 지역균형 개발이니, 강남 때리기니, 수도권 규제니, 세금 폭탄이니, 이러한 것들은 하나같이 시장경제의 근간인 수요와 공급의 곡선을 헝클어 놓기 때문에 히트앤드런 작전과 스퀴즈번트 작전과 큰 거 한 방 노리기에 기가 막힌 소재다.
엄청난 누적 무역흑자로 쌓인 400조 원이 흘러갈 곳은 신규 투자와 증권과 부동산이다. 이 중에서 정부가 감히 손대지 못하는 부분은 증권이다. 주식시장의 40%를 차지하는 외국의 큰손들 때문이다. 이들에게 불로소득이라며 부동산에 투하하는 식으로 세금폭탄을 투하하는 순간 외국자본이 썰물같이 빠져나가 제2의 외환위기가 닥칠까 두려워 감히 손을 못 댄다. 만만한 게 기업이고 만만한 게 국민이다. 반기업정서와 규제만능으로 투자의 물꼬를 틀어막고 부동산투기 망국병을 방송과 친여 언론으로 쌍나팔 불어 만장의 박수를 받으며 부동산에, 특히 강남에 쇠몽둥이를 휘두른다. 드러난 경제인은 숫자가 얼마 안 되어 정치권력과 문화권력과 사회권력으로 얼마든지 바싹 기게 만들 수 있지만, 얼굴이 드러나지 않은 수백만 아줌마는 그들도 어쩔 수가 없다. 아마 그 아줌마들 중에는 정치권력과 문화권력의 비호를 받는 이들도 숱할 것이다. 정부는 연전연패, 아줌마는 연전연승! 대전에서 공주로 공주에서 강남으로 강남에서 신도시로 신도시에서 강북으로 강북에서 다시 김포로 파주로 쇠몽둥이에 걸려든 아줌마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걸려든 자는 하나같이 이삭줍기를 하려고 어슬렁거리던 관악산 다람쥐들이었다.
낮은 금리가 정부의 소망대로 기업의 신규투자로 흘러 들어가지 않고 아줌마들의 부동산 투자로, 개미들의 증권 투자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보고 정치권력이 눈을 부라리며 아무리 호통을 쳐봤자, 문화권력이 꽹과리를 두드리며 아무리 개탄해 봤자, 몇 수 위의 시장이 말을 들을 리 없다. 기업은 투자할수록 손해고 부동산과 증권은 투자할수록 이익인데, 돈이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결과가 이렇게 뻔히 드러나는데도 왜 정치권력과 문화권력은 절대 반성하지 않고 남쪽으로 가자며 북쪽으로 시장을 내몰까.
그것은 저들이 경제권력까지 완벽히 장악하려는 가당찮은 욕심 때문이다. 최상의 모델은 스탈린 체제요 김일성.김정일 체제다. 거기선 단돈 1달러도 정치권력의 허락 없이는 경제인과 소비자가 투자할 수도 소비할 수도 없다. 하층민들이 수천 만 명 영양실조에 걸려도 관계없다. '내 배'만 부르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최우선적으로 정치권력과 문화권력이 단물을 취할 수 있는 경제권력만 장악하고 있으면, 얼마든지 못사는 원인을 날조하고 조작하여 외부로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저들이 경제인과 소비자가 좌지우지하는 경제권력까지 장악하면 경제가 아무리 결딴나더라도 상관없다. 시민단체와 노조를 동원하여 사회권력까지 대부분 장악한 저들은 오직 하나 경제권력은 공기업 외에는 장악하지 못했다. 이에 그들은 문화권력과 사회권력의 외곽단체를 동원하여 탁상공론과 시위와 폭력으로 경제정의니, 분배니, 복지니, 하며 쇠몽둥이를 휘두르는 것이다. 경제총수를 수시로 검찰에 소환하는 것으로 경제인의 허리는 90도 각도로 굽혀 놓았다. 그들이 신규투자를 하든 말든 사실 이들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들이 정치권력과 문화권력과 사회권력에 머리를 조아려 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언제든지 그들을 대상으로 마녀사냥할 수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 8천억 원이니 1조원이니 조건 없는 기부를 받고 세금을 왕창 걷고 준조세를 앞뒤로 뜯어내는 것으로 충분하다. 좌파정당은 정치자금을 공개적으로 대거 기부 받되 우파정당과 정통우익 시민단체는 파리를 쫓으며 천막에서 기거하도록 만드는 것으로 충분하다.
부동산시장만은 위대한 대한민국의 아줌마 때문에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있다. 김영삼 정부 이래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별의별 수단을 다 쓰지만, 언제나 정치권력과 문화권력이 호언장담하는 바와는 정반대로 움직인다. 수요와 공급의 곡선을 존중하고 부동산도 투자의 한 종목에 지나지 않음을 인정하지 않는 한, 또는 김일성 체제를 도입하지 않는 한, 땅 한 뼘 살 수 없는 서민의 허리만 부러뜨릴 뿐, 부동산 시장은 춘향이 그네 뛰듯 우아한 곡선을 그리는 게 아니라 미친 년 널뛰듯 출렁거릴 것이다.
아무리 저들이 지하실에서 돌려가며 읽던 시대착오적인 경제이론을 내세워 쇠몽둥이를 휘둘러도 세계10대 경제강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앞서고 뒤선 대한민국의 위대한 경제인과 아줌마는 경제권력을 그렇게 호락호락 내놓지 않을 것이다. 일시적으로 크게 고통을 당할지는 모르나, 결국은 이 경제권력으로, 경제인과 아줌마는 시장의 힘으로, 지식과 정보의 힘으로 저들을 거꾸러뜨릴 것이다. 정치권력과 문화권력과 사회권력을 되찾아올 것이다.
(2006. 11. 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