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은 왜?

중대한 선거에 고건 씨가 나선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 이승만 박사가 대통령이던 시절에는 아이들에게 “너는 커서 무엇이 되겠는가”라고 물으면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라고 대답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았다.

4.19의 혼란 속에서 박정희 장군이 등장하여 군사쿠데타를 일으키고 18년 동안 쇠몽둥이를 들고 이 나라를 통치하는 가운데 “나는 커서 대통령이 되겠습니다”라고 하는 아이들이 줄고 또 줄어 좀 생각이 이상한 아이가 아니고는 위대한 과학자 되겠다느니 굴지의 기업가가 되겠다느니 하는 아이들이 많아 진 것 같았다.

신군부가 등장한 뒤에는 적어도 어린 사람들은 쓴 오이 보듯 청와대를 바라보게 되었고 김영삼, 김대중 씨가 청와대 주인 노릇을 하고 난 뒤에는 “민주화투사”도 그 집에 들어간 뒤에는 별수 없다는 느낌이 만연되어 대통령의 자리가 순진한 어린이들 사이에 전혀 인기가 없는 직업이 되고 만 것 같다.

천방지축을 일삼는 노무현 같은 인물이 날마다 내뱉는 한심한 애기들만 듣게 된 오늘, 대통령의 자리가 순진한 어린이들만 아니라 그의 부모들에게도 차지해서는 안 될 자리가 된 것 같다.

그런데 “팔방미인” 고건 씨는 이 판에 대통령이 되어 보겠다고 하니 참으로 과도한 욕심이다. 자기가 누군지 조차 몰라서 노년기에 접어들어 잘못된 길을 택하고 나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전천후의 인간”이 반드시 훌륭한 지도자가 아닐 뿐 아니라 그것이 민족의 정기를 막는 일이기 때문에 지각 있는 유식한 사람으로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믿는다. 더욱이 조국이 민주화냐 공산화냐 하는 기로에 놓인 이때에 벌어지는 중대한 선거에 고건 씨가 나선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나는 믿는다.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http://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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