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2007년 7월 4일 새 햇볕정책(한반도 평화비전)을 발표했다. 엄격한 상호주의(박근혜)를, 유연한 상호주의(이명박)로 바꿨단다. 이로써 부동층 수백만 표를 선점한 줄 아는지, 서서히 통합의 기미를 보이고 있는 범여권을 한 방에 날려버릴 토대를 마련했다는 영웅심으로 우쭐해졌는지, 새 햇볕정책을 주도한 '극우보수' 정형근은 자못 상기된 표정이다. 간첩 잡던 정형근, 호텔에서 부적절한 장면을 연출하다 파파로치에게 걸린 후로는 적을 향한 독수리의 부리를 스스로 분지르고 은밀히 뱀의 혀를 달고 소리 높여 평화를 외치며 내부분열 곧 통일전선의 선봉에 섰다. 마침내 의기양양하게 발표한 새 햇볕정책! 20여년 전부터 전대협과 한총련에서 목숨을 걸고 주장하던 독소 조항(평화협정)에 당의정만 살짝 발라 로열티를 한 푼도 안 내고 제 것인 양 대박을 꿈꾸며 대선(大選) 시장에 내놓았다.
식객 김진홍과 암행어사 인명진의 승리요, 해바라기 손학규와 소이부답심자란(笑而不答心自亂) 이명박의 승리요, 암기천재 원희룡과 사오정 고진화의 승리요, 햇볕정책의 원조 김대중과 햇볕정책의 계승자 노무현의 승리요, 태양 김일성과 북극성 김정일의 승리다. 귀신 탄복할 독심술과 처세술로 노무현과 김대중과 김정일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범여권의 실세 이해찬이 비아냥거린다.
-나 일찍이 누구든 한 방에 날려 보낼 수 있다고 했지?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는 김일성도 주장한 바고, 김정일도 공언하는 말장난이다. 김대중과 노무현도 핵무기와 전쟁을 환영한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 비핵과 평화는 김씨공산왕조나 친북좌파나 늘 앞장서서 적반하장 식으로 주장해 왔다. 한반도 비핵화는 한국에 핵무기가 있었을 때는 그 핵무기를 철거하라는 뜻이었다. 반면에 북한의 핵개발 의혹에 대해서는 인공위성의 사진으로 물증을 확보했는데도 불구하고 원자력 발전소용이라고 호도했고, 완전히 들통이 난 다음에는 달러와 식량을 무상으로 지원 받는 미끼로 사용했다. 핵실험 후에는 김정일은 협박용으로 사용하고, 친북좌파는 병아리 눈물만큼의 협박 완화 제스처만 써도 돌이킬 수 없는 완전한 핵폐기를 확인이라도 한 듯이 그 때마다 소나기 지원의 구실로 사용한다. 이것이 진짜 한나라당의 당론으로 확정된다면, 이제 정권교체가 되더라도 최소한 앞으로 5년 무조건 퍼주기의 구실이 될 수 있다.
1992년 한국에서 핵무기가 철수된 이후로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한반도 비핵화는 한국이 미국의 핵우산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의미하고, 한반도 평화는 미군의 완전 철수와 한국의 무장해제를 의미한다. 그러면 인민군 일개 사단만 동원해도 사흘 이내에 무력적화통일을 달성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김정일과 친북좌파가 말하는 자주평화통일이다.
북핵의 완전 폐기를 확인하기 전에, 근본적으로 김정일의 선군정치를 경제우선 정책으로 바꾸기 전에 지원하는 쌀과 비료와 달러는 단 1톤도 단 1달러도 동요계층과 적대계층으로 분류된 북한주민에게는 쓰이지 않는다. 햇볕정책에 입각한 대북 지원은 김정일 집단에게 부귀영화를 안겨 주고 군사력을 계속 증강하고 북한주민 2천만을 노예로 계속 부려먹으라는 암묵적 동의에 지나지 않는다. 헌 햇볕정책이든 새 햇볕정책이든 그에 따르면, 투명성을 절대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개혁개방이 뭔지 아는 애국자가 북한에서는 씨가 말랐다. 심지어 한국에도 개혁개방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도 모래밭의 금처럼 귀하다. 왜 1979년에 시작한 남포자유도시가 유령도시로 변했고, 1984년에 발표한 합영법이 조총련 돈 뜯어먹기로 전락하여 조총련의 재산을 완전히 말아먹고도 반반한 중소기업 하나 키우지 못했고, 1991년에 설치한 나진·선봉경제자유무역지대가 아프리카의 가장 낙후한 해안도시보다 썰렁해졌고, 1998년 김대중 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시작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이 합법적인 김정일의 비자금 창구로 변했을까.
그것은 그 모든 것이 개혁개방을 가로막기 위한 눈속임이었기 때문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중국을 보고 베트남을 보라. 개혁개방은 그렇게 하는 것이다. 개혁개방은 천지개벽이다. 개혁개방은 외부의 적선이 아니다. 외부 지원은 차후의 문제다. 개혁개방은 권력 집단이 마르크스의 최면에서 깨어나 스스로 의식 구조를 바꾸는 것에서 출발한다. 정치적으로 공산당 일당 독재를 하더라도 개혁개방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단, 전제조건이 있다. 권력집단이 교체되어야 한다. 스탈린이 개혁개방한다? 모택동이 개혁개방을 한다? 4인방이 개혁개방한다? 호지명이 개혁개방한다? 카스트로가 개혁개방한다? 그것은 호랑이나 승냥이에게 풀을 뜯어먹고 살라는 말과 같다. 쓰레기통을 뒤져서 음식 찌꺼기나 먹고살라는 말과 마찬가지다. 공산당 내부의 권력투쟁에서 인민의 생존권과 인권을 최우선하는 애국자가 승리해야 개혁개방이 비로소 가능하다.
스탈린에게 IMF의 돈을 몽땅 맡기고, 모택동에게 IBRD의 열쇠를 통째로 쥐어 주고, 김정일에게 이라크의 모든 유전과 스위스의 모든 은행들을 통째로 갖다 바친다고 개혁개방했을 것 같은가? 그자들은 그런 횡재를 만나면 핵 폭탄만 대량생산하고 사치품만 대량구입할 따름이다. 무력으로 전세계의 부를 몽땅 차지하기 위해서! 극소수 권력 집단만 호위호식하기 위해서!
북한에도 무엇보다 먼저 제2의 등소평, 제2의 고르바초프, 제2의 응웬반린이 나와야 한다. 개혁개방을 담당할 인재가 전체주의 체제에서는 반동으로 몰려 있거나 뜻을 깊숙이 숨기고 몸을 낮추고 있다. 그들이 득세하려면 내부의 붕괴와 외부의 압박이 동반해야 한다. 공산권이 붕괴되고 김일성이 죽었을 때, 북한에도 개혁개방 세력이 나올 절호의 기회였다. 그것을 김영삼이 놓쳤고 김대중이 적극적으로 막았고 노무현이 다른 건 다 깽판쳐도 좋다며 죽기살기로 방해했다.
엄격한 상호주의가 필요했다. 쌀 50만 톤에 황해도 농지개혁, 비료 30만 톤에 함경도 농지개혁, 금강산 관광 1년에 개도 안 먹을 개떡이든 손가락만한 강냉이든 북한의 남루한 주민 1천 가족이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장사 허용 등을 조건으로 걸어야 했다. 그것이 고기를 주는 게 아니라 고기 낚는 법, 곧 개혁개방을 가르쳐 주는 것이다. 가족상봉은 일체의 카메라와 녹음기 없이 각자 집에서 1주일 이상 머물게 하되 선물은 무진장 허용하기, 쌀 10만 톤마다 국군포로와 남북어부와 탈북자 10만 명을 요구하기, 쌀 20만 톤에 강제수용소에 갇힌 20만 전원을 한국으로 데려오기 등 이런 식으로 동의하면 들어 주고 그렇지 않으면, 단 1톤도 5억 달러의 5억 분의 1도 지원하지 않았으면, 가족상봉 쇼는 절대 허용하지 않았으면, 김정일이 제 목숨을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군정치의 일부라도 허물었거나 북한판 등소평이 등장했을 것이다. 개성공단 기업 하나 하나마다 북한주민을 상대로 우리 기업이 직접 노동자를 뽑고 그들에게 직접 월급 주고 직접 기술 가르치고 식사 무료 제공할 수 있게 하고 해고도 기업이 직접 하게 하고 기숙사를 지어서 노동당이 절대 간섭하지 못하게 하고 거기서 노동자가 먹고 자게 했다면, 북한에도 개혁개방이 뭔지를 배우는 사람이 급격히 늘어났을 것이다.
박정희는 안팎으로 큰 적이 3명 있었다. 첫째는 김일성, 둘째는 김대중, 셋째는 김영삼이었다. 이들 셋의 공통점은 권력욕과 부정부패, 무지와 무능, 독선과 위선, 그리고 나라 말아먹기다. 박정희가 제일 먼저 죽음으로써 이들과의 대결은 끝이 나는 듯 싶었다. 아니었다. 북한에는 김정일이, 한국에는 김영삼과 김대중이 최고권력자가 되면서 죽은 박정희를 상대로 끝없이 싸웠다. 김대중의 노선을 그대로 이어받은 노무현도 죽은 박정희를 상대로 밑도 끝도 없이 싸웠다. 그러나 누구도 죽은 박정희에게 이길 수 없었다. 박정희는 사후 30년이 다 되어 가지만 여전히 70%의 지지를 얻고 있다. 국민의 가슴속에 그의 카랑카랑한 목소리와 함께 생생히 살아 있다.
한나라당이 새 햇볕정책을 내놓음으로써 마침내 박정희가 패배할 것 같은 조짐이 보인다. 사면초가다. 김일성, 김대중, 김영삼이 그를 포위한 것이다. 이 중에 김일성(김정일)과 김대중은 제2의 노무현을 밀고, 김영삼은 이명박을 민다. 김영삼은 김일성과 김대중을 극도로 싫어하지만, 늘 그들의 손바닥 안에서 논다. 국가 지도자급에서는 머리 나쁜 것도 죄다. 이미 이명박은 유연한 상호주의로 높은 울타리 위에 올라가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 성공여부는 미지수이지만, 이명박은 백전노장 김영삼보다 정치 술수가 한 수 위인지 모른다. 김정일을 만나고 왔지만 북한인권에 대해 당당히 말하고 남북합작의 국가보안법 폐지 책동에 대해 분연히 맞선 박근혜와는 달리, 북한인권에 대해 한 마디도 않고 국가보안법 폐지 책동에 대해 강 건너 불 구경하듯 야릇한 발언을 하며 뒷짐을 졌던 이명박이 표방한 유연한 상호주의가 한나라당의 당론으로 결정됨으로써 그는 김대중과 언제든지 손잡을 수 있다는 포석도 놓았다.
어쩌면 2007년과 2008년이 죽은 박정희가 죽은 김일성과 산 김대중과 김영삼 이 세 숙적과 최후의 전쟁을 벌이는 해가 될지 모른다. 한국의 지식인들은 예나 지금이나 겉똑똑이 또는 시대착오적인 위정척사형 우국지사가 대종을 이루어 김일성과 김대중과 김영삼 이 셋을 증오한다고 공언하고 확신할 뿐, 무의식은 이들 셋에게 저당 잡혀서 박정희와 이들 셋 중에 누구 하나를 고르라면 일단 박정희부터 X표한 후 대부분 나머지 셋 중에서 한 명을 지지하고 대선 후보도 결국 이 셋이 지지하는 누군가를 찍는다. 그것을 민주요, 선진경제요, 평화요, 통일이요, 자주라 생각한다. 믿을 건 이들이 아니다. 책상머리에서 암기한 지식은 부족하나 생활전선에서 터득한 상식과 타고난 직관과 시대를 관통하는 지혜가 뛰어난 서민들이 한국의 희망이요 한국의 주인이다. 그들이 힘을 합친다면, 예전처럼 부화뇌동하지 않는다면, 박정희는 최후의 승리를 거둘 것이고 대한민국도 기사회생할 것이다. 북한도 정치권력이 바뀔 것이고 개혁개방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세계의 자본이 다투어 북한으로 뛰어들 것이고 남북은 자유통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2007. 7. 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