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한반도평화비전(평화비전)」을 기획한 정형근 의원은 9일 선진화국민회의 초청토론회에서 이렇게 역설했다.
『새 對北정책은 대선용이 아닌 한나라당의 확고한 정책이다. 6개월 이상 십 수 차례 회의를 거쳤고, 의원총회에서도 논의됐다. 이것은 한나라당 모든 의원들의 소신이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도 『(평화비전은) 사실상 당론으로 채택됐다』며 『9월 경 의원총회 최종채택만 남아있다』고 지난 4일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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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비전이 모든 의원들의 소신』이라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은 對北문제에 소신 자체가 없는 것 같다.
평화비전은 鄭의원의 발언과 달리 「의원총회」를 거치지 않았고, 4일 「국회의원 및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논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석회의에서 강재섭 대표는 鄭의원 제안에 의원들 동의를 유도했고, 이에 세 사람만 반대의견을 밝혔다고 전해진다. 대다수 국회의원, 운영위원들은 평화비전의 내용을 알지 못했을 뿐 아니라 관심(關心)조차 없었다는 이야기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李·朴 싸움이지 對北정책이 아닌 것이다.
평화비전의 원문(原文)은 난잡하기 짝이 없다. 글을 통해서는 내용파악을 할 수 없어, 질문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실제 9일 선진화국민회의 행사에서는 정형근 의원에게 사실관계 확인을 묻는 원론적 질문이 계속됐다.
(1) 평화비전의 황당함은 「남북한版 FTA」 추진과 「남북한 불(火)의 공동체」형성에 집약돼 있다. 核폐기가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對北송전 및 철도현대화 등 對北지원을 강화해서 FTA와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내용이다. 지난 해 10월9일 북한 核실험으로 파탄 난 「햇볕정책」보다 지독한 내용들이다.
核무기를 가진 김정일을 지원해서 이룬다는 「남북한 불(火)의 공동체」는 북한의 核공갈에 인질이 되자는 공동체다. 核공갈의 공동체, 核인질의 연대체, 核폭탄의 식민지에 불과하다.
(2) 평화비전은 대한민국 뿐 아니라 한나라당 자신을 망칠 것이라는 점에서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도대체 어떤 발상에서 나온 것인지 의아할 뿐이다.
평화비전은 核폐기 이전 노무현·김정일 회담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12월대선 전이라도 盧·金회담 개최에 찬성한다는 것으로서 소위「평화」를 내건 南北좌파의 야합(野合)과 공작(工作)을 저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기존 입장의 근본적 변화이자, 북풍(北風)공세에 대한 투항선언이다.
(3) 「평화비전」은 북한의 방송과 신문을 전면 수용하겠다는 내용도 있다. 정형근 의원은 9일 『로동신문은 아이들도 웃어넘길 유치한 내용들이라 유포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고 큰소리쳤다. 『국민들이 그 정도 선동에 넘어가지 않을 정도의 정치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좌익들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며 내세운 논리와 정확히 같은 내용이었다.
로동신문 등 북한의 신문·방송은 정형근 의원의 말처럼 유치한 내용들이다. 그러나 여기는 일관된 논리가 있고, 듣다보면 그럴싸해진다. 나라를 망치는 것은 선동에 넘어가지 않을 정도의 정치의식을 가진 생활인들이 아니라 이들을 사기(詐欺)치는 소수들이다.
북한의 신문·방송은 저들 소수의 친북좌익에게 정치적 강장제, 역사적 면죄부로 기능할 것이다. 예컨대 해마다 6·25가 되면, 남한의 좌파매체와 서울에 유포되는 북한의 신문·방송이 『학살자 국군·미군 처단』을 한 목소리로 합창할 것이다.
무엇보다 북한의 신문·방송을 수용하면 국가보안법이 무력화된다. 로동신문은 전체 6면 중 5개 지면이 김일성·김정일 우상화 등 反국가단체인 북한정권에 대한 고무·찬양을 내용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동신문의 나머지 한 면(面)은 남한 내 좌익 동향과 『反한나라당 선전·선동』이 차지한다. 한나라당 스스로 『反한나라당 선전·선동』을 허용해야한다는 주장에 실소(失笑)할 뿐이다. 도대체 한나라당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남북한 좌파의 북풍(北風)공세를 터주겠다는 한나라당, 선거법에도 걸리지 않을 북한의 선거 개입을 허용하자는 한나라당의 평화비전은 정치적 자폭(自爆)선언이다. 愛國보수세력이 그토록 감싸왔던 한나라당이 자해(自害)·자살(自殺)·자멸(自滅)의 길로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남북한 불(火)의 공동체」를 추동한 모략가는 그 해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