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망할 惡은 빨리 망하게 하는 것이 인도적이다

수해가 나서 회담(會談)은 미루면서, 축전(祝典)은 강행한다니? 1.

평양회담 연기(延期)에 대한 탈북민들의 시각은 사뭇 달랐다. 탈북민들은 대체로 수해(水害)피해를 첫째 이유로 보고 있는 듯하다. 보수논객 상당수가 「북한의 무리한 요구로 틀어졌다」고 분석한 것과 차이를 보이는 대목이다.


북한은 21일 「평양 아리랑축전」은 계속한다고 발표했다. 수해가 나서 회담(會談)은 미루면서, 축전(祝典)은 강행한다니? 한국에서 태어나 자라온 이들의 상식으론 납득이 되지 않는 일들이다.  그러나 기자와 대화한 복수의 탈북민들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2.

어떤 쪽으로 분석하건, 이번 회담 연기는 김정일 정권이 얼마나 허약(虛弱)하고, 비정상적(非正常的)인가를 확인시켜준 사건이었다.


우선 자연재해(自然災害)로 회담이 결렬됐다는 것은 북한체제가 한심할 정도로 「허약(虛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만 많이 와도, 소위 정상회담 같은 중요행사를 치러낼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해체단계에 들어선 마적(馬賊)집단이라는 비유도 적절해 보인다. 


실제의 원인이 「북한의 과도한 지원 요구」, 「大選영향력 극대화 시도」 등에 있다 해도, 이는 북한체제의 「비정상성(非正常性)」을 보여주는 것이다. 국가 간 약속도, 합의도 무시한 채 더 많은 이득만 챙기려는 마피아적 성격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체제존립조차 버거운 허약하고, 비정상적인 집단과의 만남은 예측불허일 수밖에 없다. 순리(順理)를 거스르는 무리(無理)한 야합(野合)이 되고 만다. 8월28일 회담은 연기됐지만, 10월2일 회담 역시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평양 아리랑축전을 강행한 배경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100억 원 이상(2005년 105억 원)의 외화벌이 창구역할을 하는 아리랑축전을 포기하기가 아까웠을 것이다. 북한을 마적집단이나 마피아로 놓고 보면 이해하지 못 할 일도 아니다.


3.

「수해피해」가 「회담결렬」로 이어졌다는 분석 배경에는 평양의 피해가 심각하다는 것이 전제된다.


평양은 흔히 「전시(展示)도시」로 알려져 있다. 평양을 찾는 남한일행은 물론 화면을 통해 지켜볼 세계인들에게 멋진 「혁명의 수도」를 보여줘야 하는데, 비 피해로 만신창이가 된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었다는 것이다.


평양은 현재 주요 도로와 시설이 폐허에 가까울 정도로 파손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중앙통신, 조총련기관지 조선신보 등은 『평양시 교통 완전마비, 전력공급·통신망 차단』등의 소식을 전한다.

북한 쪽 소식통들도 『평양시 대중교통수단이 전면 중단됐으며, 외빈(外賓)을 수용하는 보통강호텔은 물론 청류관 등 유명식당과 15만석 수용능력의 5.1경기장도 침수됐다』고 전했다.


자유북한방송 김성민 국장은 현지 정보통을 인용해 『평양은 차도 다니지 못할 정도로 폐허가 된 상태』라며 이렇게 분석했다.


『회담 연기의 첫째원인은 외부에 도저히 보여줄 수 없을 만큼 평양의 피해가 컸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에는 평양을 제외하고선 극적인 연출을 할 수 있는 다른 접대장소는 없다고 볼 수 있다. 개성, 금강산 등 다른 지역으로 회담 장소를 바꿔 개최하기도 사실상 어려웠을 것이다. 여러 가지 생각을 했을 순 있지만 가장 큰 것은 수해인 것이 분명해 보인다』


4. 

북한의 천재(天災)는 김일성·김정일이 만들어 낸 철저한 인재(人災)이다. 북한은 김일성이 창안했다는 소위 「주체농법」을 앞세워 산마루에 계단식 논을 마구잡이로 만들고, 화학비료를 다양으로 살포해왔다.


연료난으로 남벌(濫伐)도 심해지면서, 북한의 많은 산은 민둥산으로 변해갔다. 90년대 들어 산림훼손과 토사유실이 더욱 늘자, 북한은 상습적인 홍수, 가뭄, 태풍 등 자연재해에 시달리게 됐다. 이들 재해는 90년대 중반 이후 2~3년을 제외하곤 해마다 거듭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에도 폭우로 844명에 달하는 사망자 및 행방불명자가 나왔고, 95년에는 소위 「100년만의 대홍수」로 52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95년 당시는 소위 「고난의 행군」시기로서, 이듬해까지 300만 명에 달하는 주민들이 죽어나갔다.


5.

「수해피해」가 「회담결렬」로 이어진 또 다른 배경에는 민심이반(民心離反)에 대한 두려움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탈북민들은 말해준다. 이는 최근 수년 간 북한주민의 충성심이 급격히 약화돼왔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과거 탈북민들은 남한에 온 이후에도 김정일 뒤에 경칭을 붙여 부르곤 했다. 그러나 최근의 탈북민들은 한국에 발을 딛는 직후부터 김정일에 대한 비난과 욕설을 늘어놓는 경우가 허다하다. 중국에 친척방문을 온 북한주민 중 김정일을 『장군님』으로 부르는 경우가 드물고, 북한 내 대학생들조차 김정일을 『장군님』으로 부르다간 「왕따」가 되는 분위기라고 전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수해피해가 장기화될 경우, 주민들의 불평·불만이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 될 수 있다. 평양회담에 앞서 수해복구에 전력을 기울여야하는 또는 기울이는 척이라도 해야 하는 절박감이 북한정권에 팽배했으리라는 관측이다.

 

이번 평양회담 무산은 해체(解體)되고 있는 북한체제의 실상과 「마피아」나 「마적단」같은 본질을 확인시켜 준 사건이다.


주민들을 수백만 명이나 굶겨 죽인 막가파式 조폭집단이 망해가고 있다. 대북(對北)정책은 범죄정권의 멸망을 촉진하는 것이 우선 돼야한다. 어차피 사라질 악(惡)의 세력은 빨리 사라지게 하는 것이 가장 인도적이며, 가장 경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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