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때마다 구속되는 지만원 박사

그가 후유증으로 더 이상 붓을 들지 못하게 된다면, 자유대한의 크나큰 손실이다.

 우익의 두 붓으로 조갑제 기자와 지만원 박사(이하 존칭 생략)를 꼽아도 과히 고개 갸웃거림의 희극 소재가 되진 않을 것이다. 그 두 붓 중 한 붓이 꺾였다.

 예비역 대령으로서, 군사평론가로서, 정치평론가로서, 경영컨설턴트로서, 거리의 투사로서, 시스템미래당의 총재로서, 지만원은 심장병(협심증으로 알고 있음)을 아랑곳하지 않고 거대한 친북좌파와 싸우고 또 싸웠다. 그러던 그가 지금부터 5년 전 2002년 대선을 눈앞에 두고 수도권 주거지와 전혀 관계없는 광주로 압송되어 재판을 받고 대선이 끝나고 풀려나더니, 이제 또 대선을 코앞에 두고 한나라당 경선이 막바지에 접어들 때쯤 구속되었다. 10월 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그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죄명은 이명박 후보에 대한 각종 의혹을 인터넷 등에 유포한 것이라고 한다.

 2002년에는 김대중 당시 대통령을 모함한 혐의였다. 아랫사람들과 친인척의 부정부패로 얼굴을 들지 못하던 김대중은 한 송이 노란 국화를 꺾어 호남 사람들에게 흔들며 노무현 후보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는 재임 중 도청한 적이 하느님께 맹세코 단 한 번도 없었다고, CDMA 방식의 휴대폰은 도청이 불가능하다고 우겼지만, 결국 무차별로 도청했다는 것이 밝혀졌고 그 중에서 웬일인지 지만원을 가장 싫어하여 그의 전화를 제일 많이 도청했다는 보도가 얼마 전에 나왔다.

 정권이 방송을 장악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우리나라 방송은 해방 이전 일제시대부터 지금까지 반의 반 번도 권력의 혀가 되지 않은 적이 없다. 정권만 바뀌면 어제 한 말을 까맣게 잊어 버린다.

 같은 언론이지만 방송보다 어려운 상대는 신문이다. 정히 말을 안 들으면 강제로 윤전기를 멈추면 되지만, 그게 그리 쉬운 게 아니다. 특히 전 국민이 보는 전국지는 여간 다루기가 어려운 게 아니다. 보도지침을 내려보내고, 사전검열을 해도, 기자실에 대못질을 해도 공산체제나 군국주의체제가 아닌 한, 문자의 이중성을 이용하여 행간에 뜻을 숨기는 방법이 있기 때문에, 눈치 빠른 독자는 기사와 사설이 나타내고자 하는 바가 무언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한국은 북한과 달리 해방 이후 어떤 개도국보다 언론의 자유를 많이 누렸다. 군인 출신이 다스릴 때도 중공이나 북한 등 공산국가에 비해서는 하늘과 땅 차이만큼의 언론 자유를 누렸고 동남아나 아프리카 등에 비교하면 10배, 100배 이상 언론 자유를 누렸다. 

 가장 교묘하고 철저한 언론탄압은 오히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이루어졌다. 정부는 세무조사의 쇠몽둥이로 정통우익 언론사의 벌집을 다짜고짜 쑤시고 부쉈고, 시민단체와 노조와 한총련과 네티즌은 저주의 안개와 욕설의 연기와 똥침의 매연과 허위사실의 돌개바람으로 언론사의 일벌이 아예 들판으로 산으로 날지 못하게 하고 적을 만나도 침을 쏘지 못하게 만들었다. 꿀을 찾아 천지사방을 돌아다니지 못하고 적을 만나도 목숨과 맞바꾸며 사정없이 쏘지 못하는 일벌은 더 이상 일벌이 아니다. 그런 일벌은 꽃이 만들어 놓은 꿀보다 사람이 제조한 설탕을 더 좋아하게 된다. 한국의 정통우익언론은 그런 식으로 서서히 순치(馴致)되었다.

 신문보다 더 막기 어려운 것이 인터넷이다. 속도와 익명성으로 1997년과 2002년 당시 김대중 후보와 노무현 후보는 엄청난 도움을 받았다. 아마 이 때 그들과 그들의 지지자들이 퍼뜨린 허위사실은 핵심만 간추려도 저 방대한 조선실록의 수십 배는 될 것이다. 방송은 기꺼이 그들의 충직한 나팔수가 되었다. 1997년에는 외환위기에 관한 허위사실 유포가 제일 심했다. 나라가 넘어가게 되었으니, 대선 4수 후보측이 자신의 외환위기 기여 부분까지 합하여 집권당에 덤터기 씌워도 국민들은 잘도 믿어 주었다. 2002년에는 김대업이 그들의 슈퍼스타였다. 설훈도 스타였다. 이른바 3대 의혹 사건이 모조리 거짓으로 판명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선거가 끝난 지 한참 후의 일이다. 일부러 차가 떠난 뒤에 약 올리기 용으로 손을 들었던 것이다.

 지만원은 길거리에서 연설도 숱하게 했고 소책자도 엄청 나눠 주었지만, 그보다는 주로 사이버 공간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꽉 막힌 가슴을 뻥뻥 뚫어 주었다. 한국에는 누구도 건들지 못하는 성역이 있다. 그것은 바로 5.18이다. <화려한 휴가>는 언제라도 쌍수를 들고 환영하지만, <수사 반장>은 절대 안 된다. 무조건 믿어야 하고 무조건 전두환과 노태우는 감옥에 쳐 넣어야 한다. 이에 대해 과감히 도전한 양심이 지만원이다. 옳고 그름을 제대로 가리자고 했다. 민주 국가에 성역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슴없이 김대중을 '빨갱이'라고 했다. 어느 세상인데, 감히 '황제의 역린'을 건드린 것이다. 황제파는 어떤 허위 사실을 유포해도 괜찮지만, 벌을 받아도 상황 끝난 다음에 벌을 받지만, 두 황제에 대한 것은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이 그들에게 불리한 것으로 크게 확산될 조짐이 역력하면 마른하늘에 정의의 칼이 번득인다.  

 웬일인지 이번에는 우익정당의 후보란 사람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하여 검찰이 도주할 염려가 전혀 없는 심장병을 앓는 60대 노인을, 명예를 생명보다 중히 여기는 월남참전 용사를 바로 잡아갔다. 우익의 가장 큰 두 붓 중 하나를 사정없이 꺾어 버렸다. 바로 구속했다. 바로 기소하고 바로 선고했다. 그것이 사실인지 허위인지 어떻게 그렇게 신속하게 판단할 수 있을까. 설령 허위사실이라고 해도 그것의 진원지가 지만원이라는 걸 어떻게 확증할 수 있을까. 병적 카드 하나를 밝히는 데도 5년, 6년 걸리던 검찰과 법원이! 그 모든 것을 다 인정하더라도 인터넷에 난무하는 온갖 악의적인 허위사실에는 왜 그렇게 관대한가.

 의문은 끝이 없다. 권력과 가깝거나 권력과 비슷한 목소리를 내는 자들은 왜 하나같이 불구속인가. 자나깨나 평등 타령하는 사람들이 자기들 패거리의 인권만 보호하는가. 시스템미래당의 총재로서, 미국의 저명한 대학에서 시스템공학으로 제대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으로서 대통령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사람과, 약 150조 원의 국가예산을 주무르던 실세 장관의 전폭적인 후원을 받으며 태평양을 넘나들며 국제적으로 사기 치던 가짜 박사 중 누가 도주 가능성이 높을까. 

 이명박과 김대중은 또 무슨 관계일까. 오비이락일까. 동상이몽일까. 아니면, 염화시중일까. 유독 정치 문제에 관해서는 해바라기 검찰과 봉숭아학당 법원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는 한국의 검찰과 법원이 어찌 이리도 동작이 빠를까.

 어저께 지만원은 심장병 발작으로 쓰러졌다고 한다. 애국심과 의지력이 비범한 사람이라 이대로 목숨을 잃을 리야 없겠지만, 만약 그가 후유증으로 더 이상 붓을 들지 못하게 된다면, 자유대한의 크나큰 손실이다. 반대할 자유가 없는 나라는 더 이상 희망이 없는 법인데, 지만원만큼 천만인이 옳다고 해도 조목조목 증거를 들이대며 과감히 아니라고 질타할 사람이 알게 모르게 순치된 우익 중엔 너무도 드물기 때문이다. 우익은 여전히 밤하늘의 희미한 별들처럼 많지만, 지만원만큼 눈매가 일등성별처럼 빛나고 붓끝이 칼끝처럼 날카롭고 심장이 용광로처럼 뜨거운 사람은 여간해선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루빨리 그가 완쾌되기 바란다. 그리고 그에 관한 모든 의혹이 사실이든 아니든 대선이 끝나기 최소한 한 달 전에 밝은 태양 아래 드러나기 바란다.
                          (2007.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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