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氏는 1994년 출판된 자서전 「여보, 나 좀 도와줘」에서 유년시절 가난과 열등감, 그로 인한 반항적 태도로 「거짓말·도둑질」 등 엉뚱한 사건을 일으켰다고 적고 있다. 가난과 열등감으로 인한 상처는 자신을 오늘날까지 몰고 온 『지칠 줄 모르는 마음속의 풍차였다』고 술회한다.
《국민학교 시절 기억에 남는 일의 대부분은 가난과 열등감, 그로 인한 반항적 태도, 이런 것이었다. 그러나 자존심과 우월감도 그에 못지않게 강했다. 우월감과 반항심이 가끔 엉뚱한 사건을 일으키기도 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였을 것이다. 그때만 해도 다들 보자기에 책을 싸 들고 다니거나 퍼런 돗베로 만든 가방을 들고 다녔다. 가끔 고무에 헝겊을 댄 가방도 있었는데 읍내의 부잣집 아이들이나 간혹 가지고 다니는 고급 가방이었다. 어느 날 체육시간에 당번이 되어 친구와 둘이서 교실을 지키다가 그렇게 생긴 새 가방 하나를 발견했다. 둘이서 가방을 뒤적여 보다가 그만 면도칼로 가방을 죽 찢어 버렸다.
무슨 심술이었는지 모르겠다. 체육시간이 끝나자 교실은 곧 발칵 뒤집혔다. 담임선생님은 몽둥이를 들고 범인을 찾으려 했지만 나는 끝내 자백을 않고 버텨 넘어갔다. 그 일을 생각하면 본래 내가 모범생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 일 말고도 거짓말을 했거나 훔친 일이 몇 번 더 있었기 때문이다...
나만 가난했던 것도 아닌데도 어린 시절의 나는 유독 가난을 심각하게 여기며 자라났다. 그리고 그 상처는 나의 잠재의식 속에 어떻게 해서라도 나만은 가난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열망과 함께 모두가 가난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막연한 꿈이 동시에 심어졌던 것 같다. 어찌 보면 상반된 이 두 가지 생각이야말로 지금까지 지칠 줄 모르며 나의 삶을 오늘날까지 몰고 온 내 마음 속의 풍차였는지도 모르지만(「여보, 나 좀 도와줘」 169~172)》
노무현氏는 2002년 8월 사석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나는 욕설이 체질화된 사람이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막노동판에 있었는데 그때 배운 게 욕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욕이었다』. 어린 시절의 상처가 성년이 된 후 더욱 굳어져 버렸다는 자기 고백이다.
가난과 콤플렉스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대개 두 가지이다.
하나는 「내가 지금은 열등(劣等)하지만, 언젠가는 남들처럼 우등(優等)해지겠다는 것」, 나도 한번 잘 살아보겠다는 右派的 동력이다. 다른 하나는 「내가 지금 열등(劣等)하기 때문에, 남들도 나처럼 열등(劣等)하게 끌어내리겠다는 것」, 다 같이 못살게 됐으면 하고 질투하는 左派的 동력이다.
전자(前者)는 양(陽)의 에너지인 우월원망(優越願望)이요, 후자(後者)는 음(陰)의 에너지인 대등원망(對等願望)이다. 「후꾸야마」가 말했듯 대중이 우월원망에 가득차면 그 사회는 성장(成長)하지만, 대등원망에 오염되면 쇠락(衰落)의 길을 걷게 된다. 공산주의, 사회주의가 몰락했던 것처럼 말이다.
가난과 콤플렉스로 부잣집 친구 가방을 면도칼로 찢고, 거짓말하고, 도둑질했던 성품은 전형적인 대등원망, 음(陰)의 에너지다. 니체가 말한 『르쌍치망(반감. 反感)』이다. 훗날 고시 붙고 요트 타며 출세했지만, 어린 시절 지녀 온 「가진 者, 있는 者, 배운 者에 대한 미움」은 「대한민국에 대한 반감(反感)」으로 체화돼 버렸다. 자신을 길러 준 조국에 대한 감사(感謝)보다 저주(咀呪)가 앞서게 된 것이다. 모든 것이 대통령 마음을 메운 상처, 대등원망이라는 음기(陰氣) 탓이었다.
이승만, 박정희의 위대함이 여기에 있다. 이들도 상처 속에 성장했지만, 자신의 아픔을 한민족 모두의 아픔으로 승화시켰다. 『사촌이 땅 사면 배 아픈』 대등원망의 한국인에게 『 우리도 할 수 있다 』는 우월원망을 심어주었다. 국민에 대한 낙관적 신심을 잃지 않았던 그들은 양기(陽氣) 넘치는 진정한 영웅(英雄)이었다. 그리고 조국(祖國)은 단군 이래 최대의 비약적 발전을 이뤄낸다.
대통령 노무현이 이 나라에 미친 가장 큰 죄업(罪業)은 한국인을 낙심(落心)과 낙담(落膽)의 음습한 궁창에 밀어뜨린 것이다. 백성의 심성에 스멀스멀 기어들어 와 어느새 똬리 틀기 시작한 비관(悲觀)과 허무(虛無)에 있다. 또 다시 한국인 마음에 대등원망이 자리 잡아 버린 것이다.
2007년 12월 대선과 2008년 4월 총선에서 지도자 선택의 기준은 간명하다. 이른 봄 새싹처럼 양기(陽氣) 발랄한 그런 지도자를 뽑자. 그리고 이 땅의 음란(淫亂)하고 음탕(淫蕩)하고 음일(淫佚)한 어둠, 좌익세력을 몰아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