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의 출마는 이명박과 한나라당의 좌경화를 견제할 수도.
10월 24일, 前 한나라당 총재이며 두번이나 대선에서 낙방의 쓴잔을 마신 이회창씨가 시청 앞에서 열린 보수우익의 국민대회에 나와서 한나라당의 신대북정책과 10.4남북공동선언에 대해서 강한 톤으로 비판했다. 또 27일에는 박근혜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서청원씨가 이회창의 대통령선거 출마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이회창씨의 출마 여부는 정치권의 태풍의 눈처럼 불거지면서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서 한나라당 수뇌부와 이명박 캠프에서는 “그 분이 그럴 결심을 할 리가 없다”는 희망사항을 내비치면서 애써 태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내심으로는 비상국면이라는 점에서 전전긍긍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회창 출마설에 대한 우익논객들의 반응도 가지각색이다. 당위론적 차원에서 준엄하게 그 출마의 부당성을 꾸짖는 이동복의 글 「이회창 후보론의 明暗」이 있는가 하면, 그동안 이회창이 노무현 정권때 무엇을 했는지를 비판한 글도 보인다. 이회창 출마불가론은 제2의 이인제론을 펴면서 역사의 죄인이 됨을 설파한다. 이와 다른 현실주의 차원에서 조갑제의 「本妻 가출 자초한 이명박의 愛妾 중시」 조영환의 「이명박, 이회창 비판 전에 자기 반성을」 봉태홍의 「이회창 대선출마=시대의 흐름」, 정인태의 「이회창이 대선출마를 하려는 이유」 등은 대체적으로 이명박이 자초한 자승자박적 측면이 강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이회창 출마설이 내포한 불가피한 환경과 조건을 논리정연하게 열거하고 있다.
11월 말에 귀국 일정이 잡혀있는 김경준-에리카 김의 송환과 더불어, 이회창의 무소속 출마여부는 정치권에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으며, 그동안 국민적 지지율에서 땅바닥을 기던 범여권에서는 희색(喜色)이 만연하면서 쾌재(快哉)를 부르고 있다. 바야흐로 이명박 후보는 8.19일 경선을 통과한 이후, 내부의 집안단속과 김경준-에리카 김 입국저지라는 內憂外患이라는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미 이명박은 김경준의 조기귀국을 청하면서 처벌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한나라당은 미국내 변호사를 통해서 김경준-에리카 김의 입국연기를 신청했다는 한겨레신문의 보도를 방송하여, 이중플레이라는 도덕적 비난에 직면했다.
지난 1년동안 이명박 한나라당 야당후보는 50%가 넘는 고공지지율 행진은 계속해 왔다. 그러나 9월말 남북정상회담의 성사를 기점으로 이명박에 대한 지지율 거품이 조금씩 꺼지고 있다. 이명박에 대한 경제대통령의 이미지나 대운하에 대한 거품도 빠지고 있는 것이다. 여론조사가 믿을 수 없는 것이 8.19일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이명박 후보가 박근혜 후보에게 10%의 우세를 예상했지만, 그 결과는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10월말의 국내외정세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범여권에서 전열을 정비하여 단일화후보를 위한 대장정에 들어갔으나 대통합이 쉽지 않다는 점, 친북좌파들의 단결과 연대의식이 예전과 달리 많이 약화되었다는 점, 야당에서 이명박의 고공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10.4정상회담과 NLL과 같은 대북문제에서 한나라당과 이명박후보가 미온적으로 대처하면서 지지율이 소강상태로 들어갔다는 점, 한나라당을 외곽에서 지원하는 NGO 시민단체들의 활동력이 8.19이후 분열 대립되면서 상호연대가 부족하고 활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 부시 행정부는 2.13합의이후 대북정책에서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는 점, 미국이 남한의 대선에 개입여지가 없다는 점 등이다.
이런 국내외 정세를 충분히 고려한다면, 이명박 후보가 가장 경계해야 할 점은 집안단속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집안단속만 잘하면 대선의 승리는 무난하다고 분석되었다. 즉 이회창과 박근혜 세력과 얼마나 우호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그러나 8.19이후 박근혜 추종세력은 힘을 결집하여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경선무효소송 등 反이명박 캠페인을 벌리면서 분란을 거듭해왔다.
이런 분란의 소지가 마련된 것은 8.19경선과정에서 당원과 대의원투표에서는 박근혜가 승리하고 여론조사에서 역전패를 당한 억울함이 깨끗하게 정리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8시에 마감되어야할 여론조사가 10시까지 진행됨으로써 “야밤에 승리를 도둑질 당했다”는 분노가 박근혜 진영에서 배어나왔다. 대선후보는 당원들의 직접투표를 통해 선출하면 되는 것으로 여론조사 방식은 외국에서도 잘 실시하지 않는 것으로 違憲性이 강한 제도이다. 집권좌파들이 사용한 방식을 한나라당이 흥행을 위해 덩달아 모방한 제도가 여러 가지 폐단을 낳고 있는 것이다.
필자를 포함하여 여러 우익논객들이 충고했지만, 8.19이후 이명박 진영이 박근혜 세력을 신속하게 끌어앉지 않는다면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를 여러 차례 지적했었다. 박근혜 세력의 포용 문제는 대선정국에서 가장 중대한 사안으로 누적되어 왔다. 그러나 도에 지나친 흑탕물 튀는 경선와중에서 검찰에 고소고발 사태가 줄을 이었기에, 화해는 쉽지 않았고 귀중한 시간은 흘러갔다. 이명박 진영은 착착 당권을 접수해 갔는데, 이것은 당연히 박근혜 진영의 불만을 커지게 만들었다. 결국 박근혜 세력을 당 밖으로 내모는 결과를 낳았다.
이명박 진영이나 박근혜 진영의 사람들은 주군의 목표인 이번 대선에서의 정권탈환보다는 당권의 향배와 2008년 총선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들에게는 주군의 대통령자리이상으로 밥그릇이 중요하다. 그러기에 당권과 지구당 조직을 상실하면서 코너에 몰린 박근혜 진영이 선택할 길은 자기들의 이해관계를 돌보아줄 새로운 보호막, 즉 主君을 찾을 수밖에 없다. 박근혜는 출마가 불가능하기에 자연히 문국현이나 이수성 등 중도좌파들에게 기웃거리다가 최종 종착지인 이회창에게 몸을 의탁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회창의 출마는 대의명분이 필요한데, 그것은 이명박의 지지율 하락으로 인한 정권교체의 어려움과 한나라당의 신대북정책으로 인한 좌경화 문제로 압축된다. 한나라당의 대북정책이 좌파정권과 유사하다면, 정권교체의 명분은 없어지는 것이다. 이회창은 11월말 김경준-에리카 김의 소환으로 이명박의 지지율이 급락하게 되면 좌파정권의 청산이라는 역사적 과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이 섰고, 올해 한나라당의 신대북정책에서 여실히 보여주었듯이 당의 정체성 훼손과 좌경화 그리고 대북유화정책으로의 변질을 크게 우려했다. 이회창은 안보와 대북정책에서 이명박의 엉거주춤한 태도에서 政治的 再起의 발판을 마련한 듯하다.
8.19이후 이명박의 실책은 당권장악에 대한 욕심을 부리는 최측근들의 욕심을 제어하지 못한데 있다. 예선(경선)에서 너무 과욕을 부리면 본선(대선)에서 어려움에 처해지는 법이다. 고대 전쟁사에서도 초기 전투에서 승리를 거둔 이후에 최고 지휘관이 가장 제지하기 어려운 일은 부하장병들이 욕심을 부리는 戰利品 약탈을 어떻게 통제하면서, 다음의 더 중요한 전투에 임하도록 하는가에 승패가 달려있었다. 전리품에 대한 부하들의 욕심을 통제하지 못하면 장기 전투에서 결국 패하게 되는 것이다. 병사들은 약간 굶주림에 허덕이어야 결사적으로 싸우게 되는 법이다.
8.19이후 당 운영에서 소외되고 제거되고 무장해제된 박근혜 세력들의 불만이 점증했고, 설상가상 10월초 남북정상회담을 전후로 해서 보여준 이명박 후보의 대여투쟁의 부드러운 리더쉽에 대해 보수우익은 크게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10월의 평양방문이후, 선거의 아젠다는 경제에서 안보로 이동하고 있었지만 이명박 진영은 경제대통령, 실용주의, 대운하 등으로 안전운전을 고집했다. 이 시점에서 한나라당은 수구꼴통의 친구라는 오해를 피하게 위해서 보수우익을 멀리하면서 공공연하게 중도보수의 색깔을 노골화했다. 한나라당의 안팎에서 박근혜를 지지했던 세력들의 해결책은 결국 이회창이라는 모범답안이라는 선택으로 좁혀졌다.
이회창의 선택은 두 가지로 압축될 수 있다. 하나는 보수우익 운동가로서 한나라당의 좌경화를 경고하면서 애국계몽운동을 전개하는 것이다. 이런 선택의 경우, 이회창의 기질과 성격으로 보아서 들판에서 야생마처럼 행동하기는 어렵고 주변에 사람이 많이 모일 확률이 적다. 또 하나는 무소속으로 출마하여 이명박이 추구하지 못하는 보수우익의 가치를 추구하는 정치인으로서 또 이명박이 테러를 당할 경우의 대안내지 스페어 타이어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출마 조건은 보수우익의 분열상이 노정되어 정권교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테러라는 비상사태가 없다면, 최종적으로 이명박과 함께 후보 단일화를 한다는 조건으로 무소속 출마를 결행하는 것을 기자회견에서 분명히 밝히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게 된다면, 여러 가지 긍정적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첫 번째로 2002년 정몽준-노무현 경선흥행의 효과를 톡톡히 누리게 됨은 물론 보수우익의 持分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또 두 번째로 이회창의 출마로 인해 한나라당의 좌파세력과 당의 좌경화를 동시에 견제하면서, 세 번째로 내년 총선에 즈음하여 박근혜세력과 연대한 보수신당의 창당가능성에 길이 열리는 것이다.
만약 한나라당이 이런 상태에서 정권을 창출한다 해도, 보수우익의 입장에서는 10년동안 김대중-노무현 좌파정권하의 비호하에 사회 곳곳에 말뚝을 박은 친북좌파척결은 불확실하다고 의혹의 눈길을 감추지 않고 있다. 2008년 총선에서 좌파를 물갈이하려는 대책이 수립되어야한다. 그런데, 보수우익의 입장에서는 한나라당의 끊임없이 개정된 정강정책과 신대북정책, 그리고 당내의 좌우익 역학관계나 이명박의 참모들의 이념적 성향으로 볼 때, 근본적인 해결책이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보수우익은 이회창의 선명한 이념적 성향과 그가 ‘좌파척결’을 공공연하게 주장해 왔다는 점을 주목해 왔다.
한국정치사에서 김대중이 四修를 통해서 좌파권력을 창출한 점을 고려한다면, 좌파의 척결과 정권창출의 역사적 긴요성이라는 점을 제외한다면, 이회창의 三修를 무턱대고 비난할 수만은 없다. 당위론적 차원에서 이명박의 표를 깍아 먹고, 정권창출에 역효과가 나오니까 출마불가론이나 배신론을 들먹이는 것이 한나라당식 名分主義라면, 이회창에게 지지세력이 몰리는 현상을 인정하고 이회창의 정치적 자산, 보수이념의 가치관과 대한민국의 정체성 회복, 확고한 대북정책의 수립이라는 과제의 최적임자로 등장하고 있는 엄연한 점을 인정하고 이를 최대한 전략적으로 활용해야한다는 보수우익의 現實主義가 치열하게 충돌하면서 이런 교묘한 조정능력이 선거의 중대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하기야 한번 생각해 보라! 보수우익이 그동안 좌파정권하에서 길거리에서 생계를 내팽개치면서, 애국심 하나로 호주머니를 털어서 얼마나 처절하게 투쟁했으며 또 한나라당에게 개(dog)처럼 죽도록 충성했었던 것이 바로 엊그제 같다. 북한 김정일의 대남공작의 實態를 경고하고 한국사회의 좌경화의 위험성을 얼마나 목이 터지라고 외쳤었나! 성희롱사건이 터졌어도, 홍수가 났을 때 터진 골프 파동이 일어났었어도, 좌익이 우익으로 위장하여 한나라당에 숨어있었어도, 함량미달의 인물이었어도 아량으로 감쌌으며, 나라를 살리기 위한 一念을 품고 무조건 한나라당을 찍었었다.
결국 돌아온 댓가는 남편을 뼈 빠지게 뒷바라지해서 성공시켰더니 愛妾에게 안방을 내주는 불쌍한 조강지처(糟糠之妻)의 모습이 되고 말았다. 보수우익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극우파’니 ‘수구꼴통’이니 ‘가까이 오면 중도표 떨어진다’든지 하면서 뒷전에서 비아냥거림을 들으면서 천대를 받는 천덕꾸러기가 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이회창의 출마여부와 정치재개는 보수우익에게 정치시장 바닥에서 자신의 입지를 넓힐 모처럼의 天運의 機會가 찾아온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인가? 이회창의 기회는 이명박의 위기로 다가오는 것이다.
보수우익의 입장에서 볼 때, 만약 이회창의 출마없이 이명박이 대권도전에 성공한다면, 논공행상과 전리품 배분에서 박근혜 계열과 보수우익이 요구할 지분은 불확실성에 빠지게 된다는 점에서 강한 우려가 감지된다. 만약 이명박의 도전이 실패한다면, 장차 총선에서 국민들은 이명박에게 정치적 책임을 물어서 이명박 세력은 완전히 붕괴되고, 당권은 박근혜-이회창 라인으로 급속하게 이동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박근혜 진영은 이명박의 실패를 기다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만약 이회창이 나와서 박근혜 세력과 보수우익을 업고 이명박에게 정몽준-노무현의 경선처럼 정책대결로서 경쟁적으로 가세한다면, 보수우익의 세력은 강화되고 한나라당의 좌경화를 견제함은 물론 보수우익의 이념과 지분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손익계산서가 나온다.
그렇다면 이회창의 출마는 보수우익의 결정적 분열을 막고 잘만 전략적으로 통제될 수만 있다면, 이명박 후보의 정책적 중도화와 동시에 한나라당의 좌경화를 견제하면서 흥행의 열기도 뜨거워질 수 있을 것이다. 핵심문제는 과연 이회창의 출마가 지지세력의 외연확대는 물론 국민여론에 어떻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가에 이회창 자신의 심각한 고민이 있다. 현재 이명박 진영에서는 이회창의 출마를 잠재울 마땅한 카드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곤욕스러워하고 있다. 어쨋든 이회창의 무소속 출마 여부는 이런 역사적 과업에 일익(一翼)을 감당하는 길로 갈 것인지, 아니면 '제2의 이인제'로 자리매김당할 것인지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양날의 칼이 된 이회창의 출마여부로 인해 1强多弱 구조의 무미건조한 선거판이 흥미진진하게 돌아가고 있다. 2007년 10월 29일 [이주천 교수/뉴라이트전국연합 공동대표: jucheon@wonkwang.ac.kr ]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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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천 원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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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10-30, 0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