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유기견보다 못한 고구려 땅의 탈북자

착하고 인정 많고 눈물 많은 한국인이 멀뚱멀뚱 바라보거나 데면데면 못 본 척하는 일이 있다.

 

 한국인은 착하다. 인정이 많다. 눈물이 많다. 방송이나 신문에 불쌍한 사람에 대한 보도가 나가면, 고사리 손에서 꼬부랑 허리까지 눈물을 글썽이며 너도나도 오동통 돼지저금통에 꼬깃꼬깃 쌈짓돈을 들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길게 줄을 선다. 국민소득이 1인당 2만 불에 육박하면서, 한국인의 인정은 동물에까지 널리 미친다. 위기에 처한 유기견을 구하는 방송 프로그램은 옛날에 서양 귀부인의 개미허리를 하녀들이 양쪽에서 코르셋으로 끊어질 듯 조이듯 시청자의 여린 가슴을 터질 듯 조인다.

 착하고 인정 많고 눈물 많은 한국인 가족은 밥을 먹다가도 슬그머니 숟가락을 놓고 애정에 굶주리고 사랑에 목마른 유기견과 그를 구출하는 119 대원들의 눈물겨운 생명 사랑에 저도 모르게 눈물을 글썽인다. 냉정해야 하는 방송 진행자도 돌아서서 손등으로 눈가를 훔치고 천장을 쳐다보며 아름답게 충혈한 눈을 끔벅끔벅한다. 키울 땐 언제고 애완견을 버린 주인에 대한 말없는 분노는 극적인 구출과 행복한 입양의 해피엔딩을 보는 것으로 봄눈이 녹아 맑은 시냇물로 흐르듯 아름답게 정화된다. 슬그머니 놓았던 숟가락을 다시 들고, 한국의 착하고 인정 많고 눈물 많은 가족은 서로의 사랑을 말없이 확인하면서 식어 빠진 밥을 임금의 수라인 양 달콤하게 먹는다.  

 이렇게 착한 한국인이 멀뚱멀뚱 바라보거나 데면데면 못 본 척하는 일이 있다. 날마다 민족 운운하고 밤마다 끼리끼리 모이는 사람들일수록 더 그러하다. 달마다 평화 운운하고 해마다 자주통일 기원 대축전을 거대한 운동장이나 웅장한 체육관이나 드넓은 광장에서 뻑적지근하게 치르는 사람들일수록 더 그러하다. 고구려 드라마에 환호하고 발해 서사시에 통곡하는 사람들일수록 더 그러하다.
 
 그것은 바로 고구려와 발해의 옛 땅에서 한국의 유기견이 받는 대접도 못 받는 탈북자의 대하드라마다. 지난 10년 이상 날마다 달마다 쏟아져 나오는 대하소설이다. 그에 비하면 [태백산맥]  따위는 노숙자의 불쏘시개 감도 못된다. 자칭타칭 고구려의 계승자라는 독재자의 충견들이 한국의 유기견보다 불쌍한 탈북자들을 미제의 앞잡이와 남조선의 간첩과 조국의 배신자로 낙인찍어, 보이는 족족 꽁꽁 묶어 생지옥의 맨 아래층으로 끌고 가거나 공개 처형했다는 말이 아무리 귀를 막아도 들려 오고 또 들려 와도, 지구를 한 바퀴 돌아 UN을 거쳐 태평양을 건너 들려 오고 또 들려 와도, 착하고 인정 많고 눈물 많은 한국인은 거의 대부분 눈길 한 번 주지 않는다. 악어의 눈물 한 방울 흘릴 줄도 모른다.

 한국의 유기견보다 못한 탈북자에 관한 소식은 언젠가부터 방송에는 아예 나오지도 않고 방송과 척을 진 일부 신문에 토막 뉴스로 가끔 나오지만, 착하고 인정 많고 눈물 많은 한국인은 열의 아홉 대부분 재빨리 그런 뉴스는 건너뛰고 박지성의 발목이나 이승엽의 엄지나 김대중의 콩팥이나 '이명박'천의 붕어에 대한 안타까운 소식에 속 깊은 울음을 운다. 자유와 풍요의 반세기 방패막이 미군은 작전 중에 과실로 교통사고 낸 것도 1년 내내 수백만이 촛불을 켜고 성토할 일이지만, 중국의 동북공정 하수인들은 해마다 수천 명 수만 명 메뚜기나 굴비를 꿰거나 엮듯이 줄줄이 꿰거나 엮어서 생지옥에서 탈출한 이웃 나라 노예들을 노예 주인에게 넘겨 주는 것은 외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일이다. 착하고 인정 많고 눈물 많은 한국인은 한국의 유기견보다 못한 탈북자를 위해서는 촛불 하나 밝힐 줄 모른다. 600년 조상의 얼을 이어 받아 또 다시 천자의 나라로 자진해서 받들어 모시는 중국에게는 항의는커녕 외마디 비명 한 번 지를 줄도 모른다.

 노예 주인한테는 면담 한 번에 핵무기를 3개 만들 수 있는 4억 5천만 달러의 현금과 2천만 북한 주민 모두에게 일주일치 식량을 사 줄 수 있는 5천만 달러 어치 선물을 상납한 게 밝혀져도 여전히 그 주인공을 나라의 최고 어른으로 받들어 모시지만, 투명성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 돈과 물자는 도리어 큰소리 뻥뻥 치면서 눈까지 희번덕거리며 날이면 날마다 밤이면 밤마다 바리바리 올려 보내지만, 핵무기와 미사일을 머리에 이고도 기꺼이 올려 보내지만, 한국의 유기견보다 못한 탈북자를 위해서는 착하고 인정 많고 눈물 많은 한국인이 극소수의 '이상한' 사람을 빼고는 만 원 한 장 내놓을 줄 모른다.

 한국 정부의 도움은 0.1%도 못 받고 그야말로 구사일생으로 꿈나라에 1만 명이 넘게 들어왔지만, 이리저리 떠도는 유기견도 북한의 웬만한 노동당원보다 잘 먹는 꿈나라에 1만 명이 넘게 들어왔지만, 착하고 인정 많고 눈물 많은 한국인은 그들의 말은 두꺼운 헤드폰을 끼고 듣는 둥 마는 둥하고 고성능 헤드폰을 타고 들려 오는 설교는, 노벨평화상 수상자와 그의 충실한 후계자가 자신의 두 귀를 꽉 틀어막고 외치는 민족화해와 자주평화에 관한 설교는 지난 10년간 골백번도 더 들었건만 여전히 그 때마다 벅찬 가슴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숨소리 하나 놓치지 않고 잘 새겨듣는다. 이제 곧, 이제 곧, 하면서! 심지어 그 말에 진저리를 친다는 사람들도 백의 아흔 아홉 한국의 유기견보다 못한 탈북자를 위해서는 천 원 한 장 내놓을 줄 모른다. 그러다가 본인이 어느 날 갑자기 한국의 유기견보다 못한 대접을 받게 되면, 그 때는 어떻게 하시려는지. 

                        (2007.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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