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기사]분열된 보수야당을 물리치다

네거티브 캠페인, 북한과의 연대에 힘입어 남한 大選에서 TV앵커출신 여당 후보 당선(12월21일자 WP) 한국 대선에서 TV 앵커 출신 여당 후보 승리

19일 실시된 남한의 대통령 선거에서 전직 TV 인기앵커 출신인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전 통일부 장관)가 승리했다. 정 후보는 이날 실시된 선거에서 전체 투표자의 44.1%의 지지를 얻어 43.8%의 득표를 한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전 서울특별시장)를 간발의 차이로 물리치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정동영 당선자는 대선 승리가 확정된 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승리는 평화와 개혁을 원하는 진보세력의 위대한 승리'라면서 '수구냉전세력을 완전히 척결하고, 북한과의 평화조약 체결, 과감한 대북 투자, 군축을 통한 사회복지 확충으로 새로운 평화복지통일국가를 만들어나가겠다'고 선언했다.

정 후보의 이번 승리는 하나의 '기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선거 50일 전까지만 해도 야당인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는 50%가 넘는 지지율을 자랑한 반면, 정동영 후보의 지지율은 잘해야 20%를 갓 넘는 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야당 후보인 이명박 전 시장은 11월 초순까지 세계적인 건설업체인 현대건설 CEO로서의 실적과 서울시장 재임 시절 청계천 복원 등의 업적을 바탕으로 1년이 넘도록 50%가 넘는 지지율을 자랑해 왔다. 여기에는 노무현 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1998~2003년 재임)으로 대표되는 10년간의 좌파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싫증이 크게 작용했다.

이에 비해 사실상의 여당인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는 좌충우돌식의 거친 언행과 반(反)법치주의적 행태, 김정일 북한 정권에 대한 유화적 태도, 경제실정(1960~1980년대에 세계 최고의 경제성장률을 자랑하며 ‘아시아의 네 마리 호랑이’ 가운데 선두 주자로 꼽혔던 이 나라는 노무현 대통령 집권 기간 중 세계 평균 경제성장률을 밑도는 저성장으로 고통받았다)으로 인기를 잃은 노무현 현 대통령의 후계자로 비쳐지는 바람에 오랫동안 고전해 왔다. 10월 말 전직 국무총리와 경기도 지사 등과 경합한 끝에 대통합민주신당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될 때, 그의 지지율은 5%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10년 만의 정권 탈환을 자신해 왔던 야당 한나라당과 한국의 보수세력은 충격을 넘어 공황 상태에 빠져 있다. 한나라당 내 대표적인 보수파인 나우익 의원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다. 더 이상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신문에 보수적인 글을 많이 기고했던 이기회 교수는 “한국에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 마침 미국 몬트레이 핵확산연구소에서 초빙연구원 제안이 들어왔다. 한국을 떠나겠다”고 말했다.


보수 야당의 분열

이번 선거에서 이명박 후보의 패인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전 대법관)의 출마를 들고 있다. 지난 1997년과 2002년 두 차례 대통령 선거에 나섰다가 패배했던 이 전 총재는 이번 선거에서 ‘참정의실천국민연대’후보로 나와 6.9%의 득표를 했다. 이 전 총재는 출마 당시에는 “이명박 후보의 유고시 대안후보가 되고자 한다”면서 “선거 막판에 가서는 좌파정권 종식을 위해 이명박 후보 지지를 선언할 수도 있다”고 밝혔지만, 결국 대선에서 완주했다.

이에 대해 여론조사기관인 고려리서치의 정확해 소장은 “이는 그가 과거 노무현 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과 대결했을 때 얻었던 표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낮은 득표다. 하지만 이명박 전 시장을 낙선시키기에는 충분한 득표다. 이회창 전 총재가 가져간 표는 만일 그가 출마하지 않았다면 대부분 이명박 후보에게 갔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경선에서 이 전 시장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적극적 지지를 거부한 것도 이 전 시장에게는 큰 타격이었다. 1961~1979년 한국을 통치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자 한국에서 가장 대중적 인기가 높은 정치인인 박근혜 전 대표는 지난 8월 경선에서 이 전 시장에게 패배한 후 경선승복을 선언하고, 이 전 시장의 선거캠프의 상임고문을 수락했지만, 적극적으로 지지표명을 하지는 않았다.

박 전 대표는 이명박 전 시장을 지지하라는 보수세력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백의종군(계급이나 지위를 떠나 자기희생의 자세로 일한다는 뜻. 과거 조선왕조 시대에 일본과의 해전을 승리로 이끈 영웅이었던 이순신 제독이 계급과 직위를 박탈당하고 사병으로 복무했던 데서 유래)하겠다”면서 이 전 시장의 손을 잡기를 거부했다.

박 전 대표의 측근들은 당내 분파를 만들어 선거기간 내내 이 전 시장 진영을 비판했다. 관찰자들은 이들이 곧 내년 봄 있을 총선에 대비해 당내 반란을 일으키거나, 탈당해 새로운 보수정당을 창당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보수언론인인 조선일씨는 “한국 대통령 선거에서 보수세력의 분열을 고질병이다. 1997년에는 이인제와 김종필, 2002년에는 정몽준 등 본질적으로 보수주의 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이기적 욕심 때문에 탈당하거나 좌파 후보의 손을 들어주었고, 이번에는 이회창-박근혜 두 사람이 이명박을 지지하기를 거부해 다시 좌파 후보가 당선됐다”고 말했다.


여당과 친정부 방송의 네거티브 캠페인

정부-여당과 친정부적인 방송, 인터넷 언론의 네거티브 캠페인을 이 전 시장의 패인으로 꼽는 사람들도 많다.

‘BBK사건’으로 알려진 이 전 시장의 금융관련 스캔들은 올 봄부터 그를 괴롭혀 왔으나, 10월말까지만 해도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11월 초 이 전 시장의 동업자로 금융스캔들의 주역인 김경준씨가 미국에서 돌아와 검찰수사를 받으면서 “이 전 시장이 금융스캔들의 몸통”이라고 주장하면서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을 하락하기 시작했다.

검찰은 선거 사흘 전 김경준씨를 기소했다. 검찰은 이 전 시장을 함께 기소하지는 않았으나, 김씨에 대한 기소장에서 이 전 시장의 연관성을 여러 차례 언급함으로써 이 전 시장이 금융스캔들에 연루된 것처럼 묘사했다.

대통령 선거 직전 2주일 동안 정동영 후보의 전 직장이기도 한 MBC와 정부의 영향력 아래 있는 공영방송(사실상의 국영방송임)인 KBS는 뉴스시간의 30% 이상을 이 전 시장의 금융스캔들 보도에 할애했다.

여기에 더해 이명박 전 시장의 선거캠프에 소속된 일부 한나라당 국회의원들과 이 전 시장 참모들의 섹스스캔들과 음주스캔들, 불법정치자금 수수 의혹이 터져나온 것도 이 전 시장의 지지율 하락에 큰 영향을 미쳤다.


남북좌파연합의 승리

그러나 이명박 전 시장의 패배 원인을 이 전 시장 개인의 문제나 야당의 분열 등 일시적인 요인에서가 아니라 구조적인 데서 찾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일본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니시오카 쓰토무(「한국분열」의 저자)씨는 “한반도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남한의 좌파 정권과 북한의 김정일 정권 간에 강고한 연대가 구축되었으며, 늙고 연약하며 의타적인 한국의 보수세력이 이를 극복하는 것은 당초부터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은 금년 초부터 관영매체와 프로파건다 매체들을 통해 ‘반한나라당 통일전선’ 구축을 선동해 왔으며, 10월의 남북정상회담과 11월의 총리회담, 장관급 회담 등을 통해 남한의 집권세력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제임스 릴리 전 주한미국대사는 “이번 대선에서의 패배로 한국의 보수우익세력은 재기불능의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정 후보의 당선으로 한미관계는 다시 한번 큰 변화를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무부 관리는 “북한과의 평화조약 체결, 적극적인 대북 투자, 군축을 통한 사회복지 비용 확보 등을 주장해 온 정 후보의 당선으로 기존의 한미 동맹관계는 사실상 해체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도널드 럼즈펠드 전 국방장관은 “이미 오래 전부터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 리스트에서 제외되었다. 이번 대선 결과는 그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니시오카 쓰토무씨도 “이번 정동영 후보의 당선으로 한미동맹에 조종(弔鍾)이 울렸다. 미국-일본과 멀어진 남한은 이제 북한과 손잡으면서 지난 반세기 동안 세계 자본주의 경제 속에서 경쟁하면서 보여주었던 역동성을 상실하고, 자기들만의 폐쇄적인 세계 속에 갇혀 살면서 가난하게 살았던 1910년 이전의 세계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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