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과 결과 뒤바꾸기

그들의 민주 남용과 인권 악용과 평화 오용이 심히 걱정된다.

 궤변론자들의 고전적 수법 중에 원인과 결과를 뒤바꾸는 것이 있다. A가 B의 원인이 되고 B가 C의 원인이 될 때, B는 A의 결과이고 C는 B의 결과이다. 또한 A는 B뿐만 아니라 C의 원인이기도 하다. 이 때 A를 쏙 빼면 B는 C의 원인일 뿐 A의 결과라는 것이 나타나지 않는다. A를 의도적으로 제외하더라도 C가 좋은 일일 때는 크게 문제가 안 될 수 있지만, C가 나쁜 일일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A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들은 C의 나쁜 결과에 대해 오로지 B만 헐뜯게 된다. 특히 A가 B와 C를 압도하는 힘을 가졌을 경우, 다시 말해 B는 단지 A의 미끼로 이용되었을 뿐이지만 A에 대한 증거를 감쪽같이 인멸했을 때, 후에 B는 희생양으로 바쳐지고 진실은 은폐되고 왜곡된다.  

 간단한 예를 들어 보자. A는 사회적으로 대단한 지위를 가졌지만 사실은 조직폭력의 두목이고 B와 C는 절친한 친구 사이이자 선량한 시민이다. A가 B의 아들을 인질로 잡고 C에게 언제든지 접근할 수 있는 B로 하여금 C로부터 억대의 다이아몬드를 훔쳐서 A한테 바치게 하고 '임무 완수' 후에 B의 아들을 풀어준다. 단, B가 A와 한 통속인 경찰에게 사실대로 말하면 경찰은 A가 B의 집에 은밀히 숨겨 둔, A에 의해 매수된 감정가가 진짜라고 감정하기로 약속된 가짜 다이아몬드를 찾아내서 B를 바로 무고죄로 감옥에 집어넣을 수 있고, A는 언제든지 조직을 동원하여 쥐도 새도 모르게 B의 아들을 죽일 수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B는 영원히 도둑의 누명을 벗을 수 없을 것이다.

 누구나 아는 다음 사건도 바로 그런 예이다. 2004년 대광고의 강의석 학생(이하 강의석)은 학교에서 강제로 기독교 예배를 보게 하는 것에 대해 종교의 자유를 내세워 거부했고, 대광고는 전학을 종용하다가 강의석이 거부하자 퇴학 조치를 내렸다. 강의석은 40여 일간 단식투쟁했고 이 문제를 법원으로 가져갔다. `퇴학처분 무효확인 청구사건의 판결 확정시까지 퇴학처분 효력을 정지한다`는 법원의 판결에 따라, 2개월 후 그는 복적되어 2005학년도 수시모집에 응시하여 서울대 법대에 합격했다. 판결은 강의석이 서울대에 재학 중인 2007년에 내려졌다. 법원은 원고의 손을 들어 주었다. 일부 승소였다. 사람들은 강의석과 그를 옹호한 개인 또는 단체 모두에게 박수를 보냈다. 대광고에겐 손가락질했다. 대광고는 가해자인 A, 강의석 학생은 피해자인 B처럼 보인다. 그렇지 않다. 대광고는 B, 강의석은 C였다. A는 교육부다.

 만약 교육부가 사립고인 대광고의 자율권을 원천 무시한 채 평준화를 강행하지 않았더라면, 대광고는 결코 가해자가 될 수 없다. 기독교 계통의 학교로서 정정당당한 권리를 행사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만약 대광고가 설립 목적에 맞는 학생을 선발할 권리를 갖고 있다면, 기독교인이 아니거나 기독교가 싫은 학생은 아예 지원을 하지 않으면 된다. 그런데 사립도 공립과 같이 평준화해 버린 한국의 교육 체제에서는 대광고도 피해자이고 강의석도 피해자이다. 사람들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이런 사실에는 눈을 감고 강의석 학생을 영웅으로 만들고 대광고를, 심지어 어떤 이들은 기독교를 헌법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 집단으로 매도했다.    

 그 무렵을 전후해 벌어진 일은 사정을 더욱 악화시켰다. 친여 시민단체와 여당과 정부가 사립학교 재단을 숨도 못 쉬게 옥죄는 쪽으로 나아갔던 것이다. 그것이 바로 사학법 파동이었다. 30여 년 동안 자율권을 빼앗긴 것도 억울한데, 일부 사립학교의 비리를 문제 삼아 이제 중등학교만이 아니라 대학까지 사학 재단을 사실상 무력화시키려고 했던 것이다. 다행히 한나라당의 시베리아 추위 속 외로운 투쟁으로 사립학교의 명맥은 살렸다. 

 역대 반공정부에 대한 매도도 위와 맥락을 같이 한다. 반공으로 억울하게 인권이 침해된 경우가 없을 리 없다. 문제는 그 일부 부작용을 핑계로 역대 반공정부를 과거사 정리라는 미명하에 밑도 끝도 없이 매도하는 것이다. 왜 반공이 나올 수밖에 없었는가, 반공의 원인이 어디에 있었는가, 이런 근원적인 문제는 아예 언급도 않는다.

 역대 반공정부는 A가 아니고 B다. 그리고 일부 인권 침해 받은 사람들은 B가 아닌 C다. A가 없으면 B는 있을 수 없고 C도 자연히 있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잘못을 B에 뒤집어씌우고 반공의 원인도 어디서 궁예의 독심술을 배웠는지 엉뚱하게 정권강화 또는 독재권력 유지에서 찾는다.

 A는 바로 김일성과 스탈린과 모택동이다. 육이오 사변이다. 한국인은 막연하게 알았던 공산당의 실체와 반공의 절박함을 김일성이 외세를 빌어 일으킨 육이오를 통해서, 무수한 무장공비를 통해서, 영원히 잊지 못할 동족학살과 엄청난 재산피해를 통해서 스스로 체득했다. 여기에 정부가 국가의 주권과 국민의 생명과 자유와 재산을 지키기 위해 앞장섰을 따름이다. 공산권의 몰락과 더불어 역대 반공정부가 시대적 사명을 훌륭히 담당했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A는 여전히 김정일에 의해 답습되고 있다. 그런데 A에 대해서는 일체 함구하고, 지금도 자행되는 A의 인권유린에는 철저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B가 A에 당당히 맞서서 국가의 주권 그리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과 자유를 지키기 위해 실행한 정정당당한 정책 때문에 일부 발생한 인권침해(C)에 대해서만, 정부와 여당과 친여 시민단체 등이 집요하게 방송과 신문과 인터넷을 동원하여 '티끌 모아 태산'을 만들고 있다. 악의 원천인 A에게는 한없이 너그러운 마음으로 퍼 주고 또 퍼 주고 전세계가 규탄하는 A의 인권유린에 대해서는 얼굴에 철 가면을 쓰고 몸에 철갑을 두르는 것으로 미루어, 80년대 이후에 노골화된 A에 대한 찬양 세력이 정치권력과 문화권력을 잡은 것으로 미루어, 대한민국의 선량한 국민 대다수는 그들의 의도적인 '원인과 결과 뒤바꾸기'에 대해서 심히 걱정하고 있다. 그들의 민주 남용과 인권 악용과 평화 오용에 대해 심히 걱정하고 있다. 정권교체를 부르짖는 야당에서도 A에 대해서 선문답을 일삼고 A에게 아첨하고 A의 인권유린에 대해서 입도 벙긋하지 못하는 자들이 대세를 장악하고 있는 것 같아 더욱 걱정이다. 
                   (2007.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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