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한나라당 당원들을 상대로 한 부산(釜山)강연 중 「골수MB맨」이라는 한 분이 이렇게 말했다.
『이회창을 불러낸 건 정형근이다』
정형근 의원의 「新대북정책」이라는 親北노선과 이에 대한 이명박 후보의 「애매한 입장」이 「이회창 출마」의 명분을 만들었다는 말이다.
그는 『자신을 비롯한 많은 당원이 지금 커다란 혼란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좌경화에 실망해 온 반공(反共)성향의 당원들의 동요(動搖)는 더 크다는 말도 덧붙였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5일 KBS라디오에서『이회창 前총재가 한나라당을 떠나면 한나라당 당원들은 전부 그 지지를 거둘 것으로 본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안 의원의 말처럼 될 지는 두고 볼 일이다.
기자는 경선 이후인 9월·10월·11월, 목포, 광주, 천안, 수원, 당진, 아산, 속초, 부산 등에서 여러 단체 초청으로 강연했었다. 한나라당이 해야 할 일을 대신하면서 느낀 게 많았다. 한나라당 지지성향인 청중들은 『정권교체』의 대의(大義)에 동의하면서도, 이명박 후보에 대한 실망이 적지 않았다.
대부분 노령(老齡)층이고, 반공(反共)의식이 확고한 어르신들은『빨갱이 세상이 됐는데도 빨갱이 잡을 생각이 없는』 MB의 태도에 화가 나 있었다. 경선 이후 밀려난 박근혜 지지층 불만도 심각해 보였다.
기자는 한나라당에 계신 분들에게 對北정책을 우경화(右傾化)하고, 박근혜 지지층을 화합(和合)하려는 노력을 더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마이동풍이었다. 『반공·보수 성향일수록 어차피 선거 때는 MB를 찍을 수밖에 없다』는 답변이었다. 말 그대로 「대세론(大勢論)」에 젖어 「집토끼」를 천대하고 있었다.
지방을 돌아다니며 느꼈던 불안감(不安感)은 이회창 前총재 출마로 현실(現實)이 됐다. 대세론은 흔들리고, 집토끼는 달아날 상황이다.
안상수 의원의 발언을 보면, 밑바닥을 읽지 못하는 지도부의 인식이 느껴진다. 이들은 「이회창」에게로 빠져나가는 「이명박」지지층의 정서를 이해 못하고 있다.
그들이 토끼장을 뛰쳐나간 것은 이념(理念) 때문이다. 그들은 「우경화」, 「보수화」를 원했지만, 이명박 후보는 갈증을 채워지지 못했다. 여기에 정형근의 新대북정책은 결정타를 먹였다. 27%의 지지율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이명박 후보가 新대북정책을 부정하고, 확고한 對北노선을 취한다면 상황은 종료된다. 혼란스러워하는 한나라당 지지층은 떠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반공적이고, 보수적이다. 그래서 누구보다 「정권교체」에 목마르다. 이들에게 누가 적(敵)이고, 누가 동지(同志)인지 말해준다면 「보수분열」의 모험을 하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후보 측은 어려운 길을 택한 것 같다.
안상수 의원은 5일 라디오에서『시대적 소명은 중도보수 세력이 단합해서 좌파집권세력을 종식시키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중도보수 세력을 규합하는 것이지 극우보수로 가는 것은 아니다』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동의했다.
對北정책 조정 등 보수세력 규합에 대한 질문에는 『저희들은 지금 한나라당이 취하고 있는 입장이 옳다고 본다』며 『시대가 변해가고 있고, 너무 그렇게 과거 회귀적으로 너무 완고한 입장을 취한다는 것은 그것은 시대흐름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공(反共)성향 정통보수가 『극우보수』라는 좌파적 논법에 동의하면서, 한나라당은 『중도보수』로 갈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소위 『극우보수』를 품는 대신 「중간지대」로 가는 길을 선택한 셈이다. 對北정책의 우경화, 보수화는 시대흐름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단정 지었다.
안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기존의 이명박 후보 측 입장과 맥을 같이한다.
박형준 한나라당 대변인은 10월22일 PBC라디오에서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한 중도 보수 세력이 단합한 정권교체』를 주장하면서 반공(反共)성향의 정통보수를 사실상 배제할 것을 주장했고, 李후보의 최측근인 공성진 의원은 이미 수차례 정통보수를 『멀리해야 할 극우진영』으로 비난해왔다.
강재섭 대표는 10월11일 노무현과의 오찬에서 10·4선언에 대해 『과거보다 진일보(進一步)된 합의를 해주셨다』, 『많은 노력에 경의(敬意)를 표한다』, 『그 시대정신(時代精神)을 실천할 때 초당적(超黨的) 협조(協助)』, 『이번 합의가 통일(統一)의 디딤돌임을 솔직히 인정(認定)』한다고 말했다.
정형근 의원은 10월8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한나라당이 집권해도 10·4선언의 기본적 틀을 수용하고, 그대로 갈 것이다』,『6·15선언보다 진일보했다. 전반적으로 진전되고, 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으로 봐야 한다』,『 對北지원은 계속돼야 한다』,『한나라당의 큰 틀(전반적 분위기)은 나의 생각과 같다』고 말했다.
연방제(聯邦制)를 재확인한 反헌법 합의요, 천문학적 퍼주기를 약속한 反민족 야합인 10·4선언에 대해서도 이명박 후보 본인은 뚜렷한 입장이 없었다.
이회창 前총재 등장으로 이명박 후보 측은 중도(中道)로 나아갈 「외도의 자유」를 얻게 됐다. 그러나 『보수꼴통은 털고 가자』는 식의 Main Stream은 한나라당을 지지해 온 수백 만 『극우보수』를 이회창 前총재 쪽으로 몰아갈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명박은 지금 어려운 길을 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