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말 한 마디에 쫄쫄 따라다니는 이들이 아니라 다 생각이 있다.
지난 11일 이 명박 후보가 박 근혜 씨에 대하여 화해 제스쳐를 취하는 기자회견을 가졌으며, 그 이튿날(12일)에 박 씨가 집을 나서면서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전날 이 후보가 보여 준 제스처에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한나라 당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는 것을 바라는 마음은 변함없다“라고 답하였다.
이것은 경선 직후 박 씨가 경선 결과를 깨끗이 승복하면서 했던 말과 전혀 다르지 않다. 그런 면에서 박 씨가 지금까지 고수해 왔던 스탠스에는 전혀 변화가 없는 것이다. 단지 이 회창 후보에 대한 발언(“이 회창 씨의 출마는 正道가 아니다”)이 경선 직후에 없었던 것인데 이를 어떻게 해석할 것이냐는 문제를 둘러싸고 이론이 다소 있을 수 있다고 보아진다.
경선 직후에는 ‘없었던 이 회창 씨의 출마’를 지금 시점에서 박 씨가 이 후보와 이 회창 씨 간에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문제와 관련시켜 볼 때에는 세인이나 신문-방송 등이 날카로운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박 씨가 “이 회창 씨의 출마는 정도가 아니라”고 한 발언은 굳이 이 회창 씨를 반대하고, 이 후보를 지지한다“라는 의사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된다. 만약 ‘이 회창 씨의 출마를 반대한다’ 라는 보다 분명한 의사를 밝혔다고 하면, 이 회창 반대=이 명박 후보 지지라는 등식이 성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박 씨는 자신의 발언에 대하여 오해를 살 여지가 있는, 그런 발언을 왜 했을까? 하는 것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두 가지의 배려가 있었지 않았느냐, 하는 생각이 든다. 하나는 이 후보가 자신이 ‘집토끼’의 입장에서, ‘산토끼’(서울 시장으로 있었던 이 명박)가 ‘집토끼’를 정복한 이후로 어떻게 ‘집토끼’를 냉대해 온 지난날을 사과하는 시늉(진정성을 알 수 없다는 점에서)을 하는데 이르러서까지 침묵을 고수하게 된다면, 오히려 국민의 동정심이 이 후보로 옮겨갈지도 모른다는 것이 그 하나의 배려이다.
또 하나의 배려는 박 후보로서의 리더십으로서 볼 때 박 후보가 거느렸던 캠프의 인사들의 장래가 갈수록 불투명(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할 수 있는 공천 여부)해지는 마당에 이들이 각자 살아 갈 수 있는 입지를 더 이상 박 스스로 봉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나머지 조그마한 숨통을, 빗장이나마 열어 주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 해석일 것이다. 12일인가 13일인가에 이 후보의 대구 지역 캠페인에 다수의 박 계열 의원들이 참여한 것이 바로 그러한 예라고 본다.
문제는 박 후보의 “정도가 아니다”라는 발언을 둘러싸고 그 해석이 가관이 아닐 수 없다. 이 명박 후보와 당 지도부는 박 근혜 씨가 두 사람들 가운데 분명히 이 명박 후보를 지지한 것이라고 우기면서 박 근혜 씨를 추켜세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중동과 KBS도 한나라 당의 내분이 이를 고비로 일단 가라앉고 수습 국면에 들어섰다고 제멋대로 지껄여 발기고 있다는 점이다. 참으로 한심한 작태이다.
“정도가 아니다”라는 것은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뜻이 되지만, 출마를 이미 기정사실화한 것으로 굳이 ‘반대한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즉 이 회창 후보에 대한지지 여부의 함의(含意)를 가릴 수 없는 성질의 표현인데다, 더욱이 정식 기자회견을 통해서 밝힌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 회창 지지 여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발언이라고 할 것이다. 한나라 당에 잔류하고 있는 입지에서는 그렇게 얘기하는 것이 분쟁의 핵심을 비켜갈 수 있는 지혜로운 방식이 아닐까 생각된다.
진짜 문제의 본질은 그런 데 있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한나라당과, 이 후보를 지지하는 시민단체, 이를테면, 뉴 라이트의 ‘자유주의 연대’, ‘뉴폴’, ‘엔파람’등등의 정치 포틀 사이트에서 지금껏 주장해 온 것이 무엇이냐고 하면, 이 회창 씨를 견제하는 방법은 박 근혜 씨를 붙들어 두는 것이라고 입이 닳도록 말해 온 것이다. 이것은 모두 이 회창 후보의 파괴력을 과소평가하고 박 근혜 씨의 파괴력을 무한대로 과대평가한데서 오는 오류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문제는 어떻게 보면, 박 근혜 씨를 지지하는 국민의 세력을 “들쥐” 세력으로 잘못 판단한 데서 그런 망발을 내뱉는 것이 아닌가 보아진다. 박 정희 살해사건으로부터 12.12사건을 거쳐 5.18사건에 이르기까지 이 땅의 주한 미군사령관으로 있었던 위컴 대장은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당시 “한국 국민은 통치자의 뒤를 쫄쫄 뒤좇는 들쥐 같다”라고 말함으로써 이 나라 국민의 사려 깊지 못함을 비꼬아 능멸한 바가 있다.
지금 한나라 당 지도부와 방송-신문들이 하는 짓거리들이 이 나라의 박 근혜 지지자를 “들쥐”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참으로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박의 지지자들은 ‘들쥐’처럼 박을 맹목적으로 뒤따라 다니며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제각기 자신의 인생관과 시국관 위에서 마음속으로 지지하는 것이다.
그의 깨끗한 인품과 원칙을 중시하는 자세, 나라를 한결같이 사랑하는 애국심 등등에서(그의 능력은 탄핵 이후에 당을 기사회생시켰으며, 오늘의 100여 명이 넘는 의원세도 그가 분골쇄신 확보한 덕이고, 지방선거도 모두 압승으로 이끌어 왔다는 점에서 인정되고 남음이 있다) 그를 지지하는 것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결코 아니다.
그렇게 확실한 인생관을 가진 박의 지지자들을 단지 박을 쫄쫄 따라 다니는 ‘들쥐’로 파악한 나머지 박 근혜 씨를 이 회창 후보로부터 따돌려 붙들어 두면, 박 지지자들이 마치 소 떼처럼 모두 이 명박 후보 울타리 안으로 몰릴 것이라는 판단이 잠재되어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속셈의 배경에는 박의 지지자들을 지극히 업신여기고 있는 가정이 자리하고 있다. 그런 가정 위에서 더러운 술책을 밀고 온 것이 저간의 사정이다. 한 마디로 가소롭다.
박은 지금의 상태에서는 이 후보 콤플렉스(경선 과정에서부터 이 후보를 여러 가지의 형태로 지원해 온 복합체)에 자신이 완전히 백기를 든 이상(‘박사모’ 등이 헌법소원을 비롯한 각종 소송을 낸 상태이지만 법은 쉽게 약자에게 손을 들어 줄 기색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좀 심하게 말해서 제1인자가 되기에는 걸렀다-차기를 바라보는 후수를 떠야 하는 입장에 있다.
그런 상황에서 박 근혜 씨의 지지자들이 박의 지시나 제스처에 따라 이 명박 캠프로 갈 것인가? 정말 웃기는 얘기이다. 통합 신당의 경선과정을 보면, 단박에 알 수 있다. 소위 친노 세력이 얼마 되는지는 모르지만, ‘노사모’ ‘참여정부평가 포럼’ 등등의 외곽 단체의 세력들이 이 해찬 씨를 후보로 만드는 데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타산지석으로 삼으면, 누구를 지지한다고 해서 ‘맹목적인 지지’(들쥐)가 아니라 ‘비판적 지지자들’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신문-방송의 정치기자들 및 여론분석 전문가들은 이 명박 후보의 지지율 하락을, 하락 폭 만큼을, 이 회창 후보에게 ‘해바라기 성향’을 보이기는 하지만, 원래 박 근혜 지지자들이 이 회창 출마로 이탈한 것으로 파악하는 것이 일반적 경향이다. 이탈 세력이 원래 어떤 성향을 가졌든, 원래 박 근혜 씨를 지지했든, 이 회창 후보라는 ‘새로운 변수’에 ‘새로운 역동적인 가치’를 발견한 것이지 누구 말마따나 “들쥐”처럼 행동한 결과는 아니다.
이를테면, “이 회창 씨 출마는 정도가 아니다”라는 박 근혜 씨의 발언에 따라 이 명박 후보에게서 이탈한 이 회창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다시 이 명박 후보에게 회귀하는 일은 없으리라 생각된다. 원래부터 이 회창이라는 사람에게 매력과 연민을 동시에 느끼는 독자적 지지자들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누구를 지지한다고 해서 3김 시대처럼 ‘오야지’의 야합이나 협상에 의해서, 아니면, 간곡한 호소에 의해서 ‘노름장이 제 마누라 팔아먹는 시대’는 분명히 지나가고 있다고 느껴진다.
박근혜 지지자들은 "들쥐"가 아니다!
- 김영일(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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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11-14, 09: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