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후보께 드리는 글

후보님의 모든 고민을 일거에 풀어줄 묘방이 불현듯 떠올랐기로 체면 불구하고 붓을 들었나이다. 정동영 후보께

아무리 애를 써도 오르지 않는 지지율에 당내 내분까지, 얼마나 골치 아픈 일이 많으십니까. 바로 오늘, 후보님의 모든 고민을 일거에 풀어줄 묘방이 불현듯 떠올랐기로 체면 불구하고 붓을 들었나이다.

먼저 당내 내분 문제입니다. 해결책으로는 당내인사들에게 일갈(一喝)하실 재료가 하나, 후보 자신께서 실천하실 수 있는 방안이 하나 있으시옵니다. 후보께서는 자신을 버려 나라를 구한다는 처절한 마음으로 민주당과의 합당이라는 쾌거를 이끌어 내셨습니다만, 일부 시민단체 출신 당료들과 친노 그룹에서 1대 1 통합은 죽어도 안 된다, 의석수 148대 8에 대등한 통합이 어인 말이냐 라고 토를 달고 격렬히 저항 중입니다.

까놓고 말해 이것은 더도 덜도 없는 기득권 지키기 대혈전입니다. 민주당과 1대 1로 통합하면 내년 4월 공천 지분의 50%가 날아갑니다. 국회의원 출마를 하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자리가 줄어드니 저항이 없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지요. “시민단체 여러분, 여러분도 신당에 들어올 때 능력이나 실력에 비해 과도한 지분을 보장해달라고 생떼를 쓰고, 그 조건이 관철되지 않으면 입당을 하지 않겠다 버티지 않았소. 개구리 올챙이적 시절을 생각해 보시오”라고 사자후를 토하십시오. 지들도 양심이 있으면 차마 면전에서 더 이상 구시렁대지는 못할 것이옵니다.

혹시 지들 하던 버릇대로 뒷말 험담에 없는 이야기까지 지어가며 후보님을 헐뜯을지는 혹시 모르겠습니다마는. 그래도 말을 안 들으면 새천년민주당-열린우리당-열린나간당-열린남은당-돌고돌아 또 열린당-마침내 민주당으로 숨가쁘게 이어지는 신당 창당의 역사를 도표로 만들어 벽에 붙이고 ‘수틀리면 확 나가서 딴 살림차린다’고 눈을 부라리십시오. 한두 번 해본 장사가 아니니 신당 창당이야 일도 아닐터이고 한다면 하는 결기야 이미 여러 번 보여준 터이니 이 협박이야말로 약발 최고가 아니겠습니까.

그 많은 창당 자금이 매번 어디서 나오느냐라는 일부 몰지각한 국민의 의문은 가볍게 무시하시고 그래도 말을 그치지 않는 자에게는 “나는 아들들을 학비 생활비 합쳐 연간 1억원이 넘게 든다는 미국 최고급 사립학교에 보낼 만큼 재력이 든든한 사람”이라고 정면대응 하십시오. 내 돈 만들어 내가 쓴다는데 누가 뭐랄 사람이 있겠습니까.

후보 자신께서 실천하실 수 있는 방안은 더 간단합니다. 후보께서는 얼마 전 ‘내신 만으로 학생을 선발해서 모든 고등학생을 대학입시 지옥으로부터 해방시키겠다’라는 파격적인 공약을 발표하셨습니다. 대학에 가려는 학생은 많고 자리는 적으니 경쟁이 일어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데, 5000명 모집에 동일한 내신등급자 100,000명이 몰리면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학생들을 뽑으라는 거냐, 전국 각지 국공립 대학들의 반발이 심상치 않습니다.

생년월일, 동전던지기, 가위바위보 등 얼마든지 가능한 대안을 생각해보지도 않고 무조건 반발부터 하고보는 입시 관계자들이 원망스러우시겠지요. 그들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앞뒤 사정은 조금도 가리지 않고 이 말 저 말 막하는 사람”이라며 후보님을 공격합니다.

방법은 있습니다. 먼저 솔선수범, 몸으로 애국충정을 보여주십시오. 내신등급 전면실시는 각 고등학교별로 학력 차이가 없다는 전제에서 출발합니다. 후보 본인께서 몸담고 있는 정계에 대해서도 꼭 같은 견해를 가지고 다는 걸 보여주시면 되겠습니다. 대통령 하겠다는 사람은 많고 자리는 하나뿐이니 국민들을 선거 지옥에서 해방시키기 위해 ‘내신제’로 대통령을 뽑는 거지요.

정동영 후보께서는 당내 경선에서 43.8%를 득표하셨습니다. 당내 경선에서 56.4%의 지지를 얻은, 즉 내신 등급이 더 좋은 이인제 후보에게 범여권 후보의 자리를 양보하시는 건 어떻습니까. 이것이야말로 앞서 열거한 모든 비난을 일시에 잠재우면서, 말과 행동이 따로 놀지 않는 진정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단번에 부각시킬 수 있는 그야말로 일거양득 양수겹장 일타구피의 해결책이 아닐는지요.

창조한국당의 문국현 후보나 국민선택당의 장성민 후보처럼 혼자 나와 100%의 지지를 받은 내신 최고등급 후보들의 거취가 문제가 되겠습니다만, 100% 투표에 100% 찬성이라는 건 세계최초이자 유일의 북한 공산왕조에서나 가능한 방법이라고 공격하십시오. 아, 이 발언 하나로 우파인사들이 정 후보께 지지를 표하는 감동적인 광경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불쾌감을 표할 때는 노대통령께 배우신 대로 “분위기가 좀 업 되서 내가 오바했다”라고 빠져 나가시면 되겠습니다.

국민전체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이회창 후보에게 뒤지니 사퇴하라는 당 내외의 여론에 대해서는 그래도 후보가 둘 이상은 나오는 것이 재미있지 않느냐, 선거와 여론조사는 다르다, 내신제 이야기는 그냥 웃자고 해본 얘기다, 농담을 확대해석하지 말라고 치고 빠지시라고 권하옵나이다.

후보자의 사모님께서도 구설수에 오르신 바 있지요. 지난 11월11일 연합뉴스에 사모님께서 “예전에 한번은 길거리에서 3만5000원짜리 샤넬 짝퉁 신발을 사서 신은 적이 있었는데 신발 바닥에 샤넬 마크가 크게 새겨져 있어서 사람들이 진짜라고 생각할까봐 벗지 못했다. 그 후 그 신발을 신지 않는다”는 일화를 전했다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서민적 풍모를 강조하려는 속마음을 몰라주고, 일부 네티즌은 “짝퉁이라는 건 본질적으로 절도에 다름 아니다”, “다른 나라가 대한민국 디자인을 베껴먹어도 괜찮다는 거냐”, “중국 자동차 회사가 우리나라 차 디자인을 그대로 카피해 판매에 나서도 이제는 뭐라고 그럴 수가 없겠네”, “샤넬 본사가 있는 프랑스에서는 어떻게 대통령 후보 부인이라는 사람이 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느냐고 흥분한다”는 댓글을 달았습니다만, 개의치 마십시오. 본디 나무를 보되 숲을 보지 못하는 사람은 하나 둘이 아닌 법이지요.

그래도 뒷말을 하는 자가 있거든 “우리 국군을 용병이라고 규정한 내 발언에 발맞춘 수미쌍관이요 부창부수”라고 선수를 치시고, “그럼 사랑을 버리란 말이냐”라는 신경질로 반대파들의 말문을 막아버리십시오. 기자실도 대못질하는 판인데 이 정도를 가지고 어디 조그만 항의라도 튀어나오겠습니까.

사모님께서는 또 장남의 미국 조기 유학 문제에 언급, 그는 '혼자 10군데에 원서를 넣어 합격했더라. 정치인 아들이라는 이유로 그토록 가고 싶다는 아이를 못 보내주는 것이 부모로서 가슴 아팠다'고 털어놓으셨다지요. 여기에 대해서는 “300만이 굶어 죽었다는 북한에서도 김정일의 아들들은 일 년에 수십 억씩 써가며 스위스 유학을 가더라. 지도자의 자녀가 해외유학을 가는 것은 세계 최빈국에서도 국민들이 납득하는 일”이라고 확실히 매조지하시고 “용병 운운 하더니 미국 유학이냐”라는 비아냥에는 “그래도 정연주 KBS 사장보다는 내가 훨씬 더 낳지 않느냐”는 유머로 난국을 돌파하십시오.

자, 이제 후보님의 진정과 애국충정이 국민들에게 심판받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건강에 유의하시기를. 선거 당일 내내 비바람이 몰아쳐 “60대 이상 노인들이 투표하러 밖으로 못나오고 집에서 푹 쉬어야 하는” 가슴 벅찬 상황이 연출되기를 천지신명께 빌고 또 빌겠습니다.


장원재 (숭실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전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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