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누각 경제를 지향하는 이명박 정부

과학기술을 우대하지 않는 경제는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의 탄생은 전 현대건설사장에 대한 표 쏠림의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의 일반의지가 정치보다 경제를 우선하는 쪽으로 기울면서, 도덕성과 준법성에 비추면 의혹투성이지만 경제 부문에서는 어쨌든 건설시장 일명 노가다판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 바 있는 샐러리맨의 우상보다 나음직한 후보가 전무한 선다형 문제에서 차선책으로 또는 울며 겨자 먹기로 부동층이 콱 찍으면서, 크고 작은 여러 예선전에서 한 위대한 투수 덕분에 시합마다 완봉승을 거둔 팀의 정치 주장이 어부지리를 차지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시장경제에 대한 전략은 작은 정부 큰 기업이다. 확정된 바는 아니지만 중앙정부 축소에 대한 큰 그림이 나왔다. 5개 부서를 줄인다고 한다. 통일부, 해양부, 정보통신부, 여성부, 과학기술부가 다른 부서로 통째로 또는 몇 덩어리로 나뉘어 실려 간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7천여 명의 공무원을 줄인다고 한다. 이사를 빌미로 불필요한 물건을 대거 폐기처분하겠다는 뜻이다. 다른 부서는 벙어리 냉가슴 앓듯 하는데, 정통우익의 본부에서 친북좌파의 아지트로 뒤바뀐 통일부는 즉시 신문과 방송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심심찮게 남녀 역차별의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여성부도 만만찮은 소프라노 소리를 내고 있다. 
 (416개의 위원회 중에서 215개를 폐지한다는 안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침묵하던 절대다수가 크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목소리 작은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가 아닌 밤에 홍두깨를 맞았다. 신문방송도 조용하다. 이공계 출신이 정치나 언론에서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한국에선 과학기술자와 학자의 성명서는 찻잔 속의 태풍이다. 기껏 국내 최대 신문에서 과기부장관의 칼럼을 독자투고 형식으로 실어줄 따름이다. 이명박 정부 안에 동의한다는 말이다.

 반세기 전만 해도 세계최대 원조 수혜국이었던 한국이 경제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세계10대 강국을 넘보게 된 것은 정부 조직 측면에서 보면 세 부서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기획원과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가 바로 그 세 부서다. 이 중 경제기획원과 과학기술부는 박정희 선생님이 홀로 키운 거나 다름없다. 정보통신부는 김영삼 투사 때 출범했지만, 그것은 1980년 오명 공학박사가 전두환 장군과 뒤이은 노태우 아저씨로부터 거의 전권을 위임받아 약 10년간 체신부를 정보화 시대의 첨병으로 키운 덕분이다. 김영삼 정부 이래 세 명분 정부가 그렇게 죽을 썼지만, IT 강국 한국이 2007년 IT 부문에서 1,251억 달러를 수출하고 648억 달러를 수입하여 603억 달러의 흑자를 달성, 어려운 중에도 선전하게 된 것은 그 이전의 세 실용 정부가 뿌린 과학기술 우대 정책 덕분이다. 미국과 일본을 제치기 위해 밤을 낮 삼아 말 그대로 코피 터지고 피오줌 싸면서 묵묵히 일한 과학기술자 덕분이다.

 경제기획원은 김영삼 정부가 해체했고 이제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는 제2의 김영삼 정부에 의해서 해체되려고 한다. 

 일찍이 박정희 선생님은 1965년 미국으로부터 받은 원조액 5천만 달러(1964년 수출 1억 달러) 전액을 과학기술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그렇게 하여 탄생한 게 바로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다. 과학기술처도 그 때 탄생했다. 가발과 합판과 스웨터나 팔던 나라가 자동차와 반도체와 휴대폰과 LCD와 선박에서 세계 1~5위가 된 것은 이 때 뿌린 씨앗이 열매를 맺은 것이다. 무슨 정경유착으로 이룩한 성과가 절대 아니다. 정경유착으로 될 것 같으면 오늘날 후진국은 전세계에 단 한 나라도 없을 것이다. 후진국일수록 정경유착의 천국이니까!

 오늘날 중국과 인도가 무섭게 떠오르는 것은 박정희 모델을 거의 그대로 따라하기 때문이다. 박정희 모델의 핵심은 정치의 안정과 경제의 개혁개방과 과학기술의 우대 정책이다. 경제부문에서 아무리 개혁하고 개방하더라도 과학기술이 뒷받침하지 못하면, 경제는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는다. 선진국의 경제식민지에 지나지 않고 만성적 무역적자에 허덕인다. 건물이 높을수록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 그 기초가 바로 과학기술이다. 박정희 선생님은 이를 너무도 잘 알았다. 그래서 간도 크게 1년 수출액의 절반에 해당하는 현금을 과감하게 연구개발에 투자했던 것이다. 등소평 학생도 이를 너무도 잘 알았다. 문화혁명 10년간 폐쇄된 대학에 본고사를 보게 하여 대학생을 선발하게 했는데, 이 때 그는 이공계를 집중적으로 지원했다. 이공계 중심으로 유학도 대대적으로 보냈다. 당장 국가 고위층에도 이공계 아니면 발도 못 붙이게 만들었다. 그 빛나는 전통은 오늘날도 그대로 살아 있어 중국에선 국가주석에서부터 시작하여 고위층은 90% 이상이 이공계 출신이다. 이런 과학기술 우대 정책이 가장 무서운 중국의 저력이다. 그 잠재력은 현재로선 측정불가다. 한국이 열악한 상황에서도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의 앞장섬과 대기업과 정부 출연 연구소의 애씀으로 세계특허에서 세계4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이미 중국은 과학기술에서 한국을 추월한 부문이 수두룩하다.  

 머잖아 이명박 정부는 장관 인사를 발표할 것이다. 보나마나 이공계 출신은 거의 없을 것이다. 전에는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가 있어, 구색 맞추기라도 거기에 이공계 출신이 발탁되곤 했지만, 이제 이 두 부서가 아예 곁방 살림이나 하게 되었으니, 13명의 장관 중에 1명 나오면 다행일 것이다. 5년, 10년, 20년, 30년 후의 성장산업은 과학기술에서 나오는데, 이공계 최고위층이 고작 차관급인 정부에서 과학기술의 싹이 말라비틀어지면, 5년 후부터는 경제성장이 1~2%도 유지하기 힘들지 모른다.

 김대중 정부는 단순무식하게 기업부채를 200% 이하로 당장 줄이라며 정부부채는 두 배 세 배 늘렸다. 노무현 정부는 그보다 더 늘렸다. 기업에선 당장 이익이 나지 않고 돈만 들어가는 연구소부터 최우선적으로 구조조정했다. 서울대 교수보다 3배의 월급을 받던 시절은 꿈만 같았고 세계적인 과학기술자들이 뒹구는 낙엽처럼 쓸쓸하게 거리를 떠돌며 끼니를 걱정하게 이르렀다. 그 후로 해외에서는 더 이상 국내로 이공계 박사들이 들어오지 않게 이르렀고 수학과 과학을 특히 잘하는 전국 최우수 학생들은 서울대 공대와 서울대 자연대가 아닌 전국의 의대로 몰려갔다. 뒤늦게 정부가 이공계 미소 작전을 짠다고 부산을 떨었지만, 학생들은 속지 않는다. 이제 자칭 타칭 우파 정부가 좌파 정부도 감히 못했던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 폐지를 들고 나오면서 매년 7% 성장, 일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강국을 외친다. 2층 건물용 기초공사해 놓고 100층 빌딩을 짓겠다는 전 건설사장의 거창한 계획에 과연 누가 속을까.
                     (2008.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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