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영합주의(대중주의, 포퓰리즘; 이하 인기주의)라면 사람들은 금방 좌파를 연상하지만, 우파 인기주의도 그 못지않게 두루 퍼져서 해악을 끼치고 있다. 대체로 중남미는 좌파 인기주의가 득세하고, 아시아와 아프리카와 구 공산권은 우파 인기주의가 득세한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좌우 없이 인기주의가 횡행하는 나라들은 예외 없이 퇴보하거나 정체한다. 갈등이 심화되고 부정부패가 만연한다.
마르코스와 부토, 옐친 등이 대표적인 우파 인기주의자다. 역사적으로 가장 악명 높았던 우파 인기주의는 독일의 바이마르 공화국이었다. 자유=방임=무질서=부정부패, 이것이 우파 인기주의의 본질이다. 바이마르 공화국의 우파 인기주의는 역사상 제일 악명 높은 살인 인플레이션으로 자멸했고, 그 틈을 타서 우파 인기주의의 결정체인 히틀러의 파시즘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독일 역사 나아가 세계 역사 무대의 전면에 등장했다. 파시즘은 좌파 인기주의의 결정체인 공산주의와는 극과 극이지만, 놀랍게도 두 극은 사실상 똑같은 것이다. 두 극은 약속이나 한 듯이 진리를 독점하고 토론을 독점하고 재산을 독점하고 법률을 독점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전체주의다.
--너희는 나를 따르라! 무조건, 언제 어디서든, 로봇처럼, 그냥, 예!, 하라!
한국에서 대표적인 좌파 인기주의는 말할 것도 없이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다. 이들이 좌파 인기주의의 결정체의 결정체인 김정일 정권과 천 리 밖에서 생각만 해도 온몸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불륜의 사랑을 나눈 것(민족공조라든가)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우파 인기주의는 김영삼 정부다. 노태우 정부가 처음 우파 인기주의의 길을 열었지만, 다행히 북한을 포위하여 개혁개방으로 이끄는 북방정책과 고삐 풀린 노조를 정신차리게 만드는 무노동 무임금 정책으로, 우파 인기주의의 함정에서 빠져 나왔다. 노태우 정부에 빌붙어 정권을 장악한 김영삼 정부는 그렇지 못했다. 우파 인기주의자들이 제일 좋아하는 말 곧 민주의 하얀 가면을 쓰고, 김영삼 정부는 앞으로는 검은 돈을 한 푼도 안 받겠다고 멋있게 선언하고(오빠, 사랑해!) 뒤로는 쓰고 남은 부스러기 돈만 해도 천문학적인 검은 돈을 총애하는 소황제에게 맡긴 다음, 군사독재자이자 부정부패 원흉인 전두환과 노태우를 감옥에 가둠으로써 좌우를 가리지 않고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민주주의 만세!).
이어서 김영삼 정부는 우파 인기주의의 인기 검색어 1위로 새롭게 떠오른 세계화의 푸른 깃발을 5년 내내 힘차게 흔들며 선진국 클럽 OECD에 가입하고, 그들의 열렬한 환영에 보답하기 위해 금융시장의 4대문을 활짝 열었다. 단, 국내의 금융시장은 여전히 정부가 꽉 잡고 놓아 주지 않아, 그들이 속수무책으로 두 눈 뻔히 뜨고 전세계를 빛의 속도로 떠도는 뜨거운 돈(hot money)에 손발 다 묶인 채 홀랑 타게 내버려두었다. 그보다 먼저 관세도 일률적으로 선진국 수준인 8%로 확 낮추어 외국 상품이 무차별로 들어오게 했다(1993).
--너희가 글로벌 스탠더드를 아느냐?
'각하, 상품마다 경쟁력이 다르기 때문에 선진국도 평균관세율이 8%일 뿐 단일관세 8%는 전세계 어디에도 없습니다. 통촉하소서, 전하, 아니 폐하!'
'씰데없는 소리!'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세계 표준(글로벌 스탠더드)은 시장경제, 작은 정부, 규제 혁파, 교육개혁, 연구개발 등으로 좀 더 구체화되었다. 한국의 좌파가 신자유주의라고, 미국의 음모라고, 격렬하게 반대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신자유주의를 쌍수를 들고 받아들였다. 이것이 숱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전 현대건설 사장이 국민의 갈팡질팡 마음을 붙들어 맨 핵심 요소이다. 아서라, 이명박 정부는 신자유주의를 우파 인기주의로 잘못 이해하는 듯하다.
작은 정부를 조자룡의 헌 칼처럼 휘두르며, 경제성장의 엔진으로서 묵묵히 일만 하느라고 대변할 목소리를 전혀 키우지 못한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와 농촌진흥청만 골라서 목을 날리고, 사막에도 운하를 내는 창조적인 21세기형 국가가 있다며 삼면이 바다인 나라에서 시장경제의 원칙에 입각하여 100% 민간자본으로 웬 대운하를 건설한다며 대운하의 두뇌는 비서실장으로 가까이 두고 정권창출의 좌장은 대운하(작은 국토에 큰 대자는 왜 들어가는지?)의 CEO로 멀리 두고, 영어로 몇 마디 말만 할 줄 알면 국민 1인당 소득 4만 달러가 절로 되는 듯이 영어회화 열풍을 일으킨다. 수능에 청해력(듣기)평가가 도입되면서 상위권 학생들은 중3만 되면 외국에 한 번 안 가고도 웬만큼 영어회화를 할 줄 아는 게 언젠데, 10년 영어 공부에 말 한 마디 못한다는 말도 안 되는 새빨간 거짓말로 전국의 영어교사를 윽박지르며 명박일보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아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썩은 현실을 도려내는 명품 영어회화 정책을 즉흥적으로 만들어, 온통 영어회화 광풍(토네이도)을 불러일으킨다.
명분과 진리와 토론을 독점하면, 우파든 좌파든 그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인기주의로 흐를 수밖에 없다. 신자유주의로 성공한 여러 나라의 이전 국가 정상들을 대대적으로 초청하는 것도 그렇다. 그들의 깊은 뜻은 전혀 새겨듣지 않고 그들의 아름다운(politically correct) 말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만 골라서 듣고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기 만점의 정책을 정당화하는 것, 그것이 바로 우파 인기주의다.
핀란드의 아호 전 총리가 뭐라고 하던가. 과학기술을 경제의 가장 밑바탕에 두는 연구개발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성공의 비결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가 왜 노키아를 꺼내 들었던가. 그가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말했지, 언제 영어만 뚝 떼어내어 말하던가. 마이너스 6.2% 경제성장에 실업률 16.9%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연구개발과 수학과학 그리고 영어 등의 교육에 집중 투자한 것이, 빗발치는 아우성 화살을 원천 차단하는 인내의 철갑을 두르고 인기 따위는, 정권 재창출! 따위는 아예 무시한 것이 학력 1위, 국제경쟁력 1위 핀란드의 비결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 외에도 성공한 세계 지도자들은 당장 눈앞에 보여 주려고 하지 말고 먼 미래를 내다보고 인기 없는 정책을 쓰라고 백제의 성충(成忠)처럼 충고하지 않던가.
친북좌파가 벌떼같이 들고일어나 말의 죽창을 휘두르며 총공격하면 강경하게 나가는 척하다가 결국은 다 들어 주고, 정통우파가 조용조용 얘기하면 아예 들은 척도 않거나 법의 그물로 얽어매어 처벌할 기회를 노리면, 우파 인기주의가 대한민국호를 1997년처럼 다시 한 번 침몰시킬지 모른다. 붕 747로 날아가는 게 아니라! (2008. 2. 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