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교육계에 새 바람이 분다. 이 바람이 봄바람일지 칼바람일지 현재로선 분명치 않다. 새 바람의 대부분은 조직 없는 다수가 수십 년간 원하던 것이었지만, 절대평등교의 열성신도(zealot)들이 권력의 칼과 조직의 그물로 거부했던 것이다. 신입생 선발에 관해 대학에 그런 대로 자율을 인정하는 것과 일선학교에 일제고사를 도입한 것 등이 그런 대로 발동동 말없는 다수의 해묵은 작은 소원에 숨통을 터준 셈이다.
타이타닉호는 바람과 노로 추진력을 얻는 범선이 아니라, 당시로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증기기관의 심장을 달고 4만5천 톤의 육중한 몸으로 두 팔을 벌리고 낭만의 콧노래를 부르며 산더미 파도도 상쾌하게 헤쳐나갈 수 있는 호화유람선이었다. 그런 배가 처녀 항해에 빙산의 아주아주 작은 조각에 부딪혀 영원히 자연의 품에 안겼다. 포세이돈의 궁전으로 들어갔다.
교육바다로 힘차게 항진하는 이명박 정부의 타이타닉호도 호화찬란함에서 불굴의 의지에서 원조 타이타닉에 못지않다. 감히 어떤 파도가, 어떤 역풍이 이에 맞서랴, 하는 자신감이 철철 넘친다. 그러나 아예 염두에 두지도 않는 빙산과 쪽 입맞춤하거나 암초와 턱 발걸이하면, 한 순간에 휴지조각처럼 구겨진다. 순응하지 않는 자에게 자연은 냉혹하다. 새 선장이나 새 선원 따위 관심도 없다. 죄 없는 승객을 봐 주지도 않고 귀한 화물을 따로 챙기지도 않는다.
한국 교육바다의 빙산은 인도주의를 가장한 온정주의다. 출석일수만 채우면 누구나 한 학년 올라간다. 전두환 정부는 1981학년도에 예비고사를 폐지했고, 김영삼 정부는 1994학년도에 대도시의 연합고사를 폐지했다. 좋은 게 좋다는 온정주의를 가로막는 최후의 관문이 폭파된 것이다. 1981년부터는 이론상 학력(學力)이 초등학교 수준이어도 고교 졸업장만 있으면 대학 갈 수 있게 되었고, 1994년부터는 대도시로 전학 가면 유치원 수준의 학력으로도 중학 졸업장만 있으면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둘은 사실상 유급제가 없어진 한국에서 대학 길목과 고교 길목에서 엉터리 자격자를 추려내는 가장 객관적인 잣대였다.
뒤늦게 수준별 수업한다고 난리다. 이에 불응하는 자, 반개혁세력이다. 전교조 망나니다. 조선동아도 이런 흐름에 적극 가세한다. 정부나 언론이나 수준별 수업 자체가 뭔지도 모르고 비분강개하는 홍위병 작태다.
기껏 수준별 수업하고 시험은 똑같이 보고 성적에 관계없이 일제히 100% 한 학년 진급한다? 이런 식이라면, 4단계가 아니라 10단계로 나눠도 힘만 들 뿐 아무 효과가 없다. 수준별은 그 과목에 한해 무학년제에 유급제가 필수다. 고3도 실력이 딸리면 고1 과정을 들어야 하고, 고1도 실력이 검증되면 고3 과정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전교조도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 세계각국이 그럴 뿐 아니라 조선시대 서당에서도 그랬다. 실력은 실력, 인격은 인격이다. 이 둘을 구분하지 않는 것이 바로 한국 특유의 온정주의다.
교육바다의 암초는 전인교육을 가장한 전체주의다. 전국의 교육과정이 사실상 똑같다. 절대 바담풍하지 말라며, 천만 명을 좁은 창살 안에 집어넣고 바담풍을 강요한다. 내신을 반영하거나(대입) 내신만으로 선발하라며(고입), 이명박 정부는 그것을 창조적 실용주의의 자율이란다. 그러면서 대입은 수능과목을 확 줄인다고 한다. 예체능과 실업과목 외에는 고교 3년 전과목 전범위를 보던 예전에 비하면, 이미 과목과 범위가 절반도 안 된다. 그런데 또 줄여?
수능과목에 들어가지 않거나 들어가도 선택하는 학생이 소수인 고등학교 교실은 수류탄 맞은 아지트요 고엽제 뿌려진 정글이다. 그런 과목은 선생님이 열심히 가르칠수록 욕 들어 먹는다. 정성 들여 달아주는 한 송이 수수한 카네이션 대신 익명으로 보낸 화려한 욕꽃다발이 무더기로 쏟아진다. 착불(着拂)로! 이런 과목은 차이는 내되 점수는 후하게 주는 교사가, 하루 정도 반짝 공부로 1등급에서 9등급까지 내는 교사가 인기짱이다. 이런 내신을 대학이 믿을 것 같은가? 이런 상태에서 개혁의 칼을 휘둘러, 평가한다며 교사의 생계를 위협한다? 이에 불응하는 자, 반개혁 세력이요 전교조 망나니다? 이명박 정부여, 조선동아여, 그대들은 스스로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른다. 노무현 정부와 한겨레KBS보다 나을 게 없다.
(2008. 3. 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