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당 뜰 것인가

승자독식의 욕심을 버리고 개혁과 실용 대신 자유민주와 시장경제의 원칙을 천명해야

 제18대 총선의 핵심은 제17대 대통령의 정당이 물위로 뜨는 계기가 될지, 당분간 물밑으로 가라앉는 계기가 될지, 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방법은 1차로 대통령을 배출한 당의 공천심사위가 결정하고 2차로 유권자가 결정한다. 공천위의 포석이 거의 선거의 바둑판을 쫙 깔았으니까, 이제 공심위에 불복한 이들이 다른 당의 후보 또는 무소속으로 출마할 때 유권자들이 얼마나 손을 들어 주느냐, 이것이 군데군데 벌어질 작은 전투와 마지막까지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끝내기로 남은 셈이다.  

 한국의 역대 대통령(명목뿐이었던 윤보선과 최규하 제외)은 한 명도 예외 없이 자유당에서 열우당에 이르기까지 집권 전후에 대통령당을 만들었다. 그 이유는 크게 둘이다.

 첫째, 그들은 하나같이 소수파의 어른 또는 우두머리였다. 조직이 없었다. 민심도 '어리둥절 또는 긴가민가'였다. 그래서 새 대통령은 일사불란한 조직을 구축하여 민심이 '끄덕끄덕'하도록 만들어야 했다.
 둘째, 승자독식(勝者獨食)의 가부장 문화였다. '우리는 선(善), 너희는 악(惡), 선의 잣대는 우리 아부지의 마음 또는 변덕'이라는 선악체계의 500년 성리학 뿌리는 깊고도 넓다. 조선이 무너진 지 어언 100년이지만, 아직도 대한민국 대통령에서 LA 향우회장에 이르기까지 크든 작든 한국인의 권력 DNA에는 같은 유교권인 중국과 일본과 베트남에도 없는 승자독식의 가부장 문화가 도사리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나라당에 기여한 바가 거의 없다. 놀랍게도 그런 당의 예선에서 그는 아슬아슬하긴 했지만 하여튼 이겼고 그 여세를 몰아 본선에서는 아주 쉽게 이겼다. 경제계에 이어 정치계에서도 새로운 신화를 창조한 것이다. MB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조직 장악 능력이 시간이 흐를수록 빛을 발했다. 언제 어떻게 조직했는지 모르나 외부에서 일단의 무리와 함께 치고 들어가 경선의 뚜껑을 열기 한참 전에 이미 상당한 세력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대단한 승부사다. 

 정당 하나 만드는 것이 동네 친목계 하나 만드는 것처럼 쉬운 한국의 정치 풍토에서 대선에서 패배한 차떼기 정당의 이름을 바꾸지 않고, 백전백승 야당으로 거듭나게 한 것은 한국 현대사에서 기적과 같은 일인데, 그 주인공은 놀랍게도 전자공학을 전공한 가녀린 붕대손이었다. 그러나 권력은 무상하고 권력은 현실이다. 권력은 아주 심한 건망증 환자여서 과거는 모르고 현재만 안다. 

 당에서도 아직 소수파인 새 최고 권력자는 한국의 정치 풍토상 새 정당을 만들지 않을 수 없는데, 그 기회가 너무 빨리 다가왔다. 이것은 절체절명의 위기이자 1988년 이래 20년 만에 맞은 절호의 기회다. 최대한 당의 상왕을 실권 없이 오도가도 못하게 오래 묶어 두면서 야금야금 무력화시켜 옛날 일본식 원청 정치(상황上皇이 원청院廳을 통해 천황을 허수아비로 만들고 실권을 장악)를 못하게 만들면 된다. 반면에 죽 쑤어 남 준 격이 된 붕대손과 영원히 돌이킬 수 없는 과거를 못내 잊지 못하고 아직도 붕대손만 바라보고 있는 어제의 용사들은 속이 바싹바싹 탄다.

 이미지 선점과 조직 장악의 달인답게 MB는 개혁과 실용의 완장을 공천심사위에 넘겨줌으로써 5년간 이심(李心)을 충실히 따를 조직 구축에 전혀 나서지 않는 것처럼 적극 개입하고 있다.          
      
 현재로선 권력의 향배에 유독 예민한 한국의 무수한 정치철새 덕분에 MB는 성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경선 승복의 약발이 거의 빠진 상태이고 이제 새삼스레 불복의 깃발을 들기에는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 가능성이 커서 원칙의 붕대손이 위력을 발휘하기가 만만찮다. 어제의 여당도 MB에겐 간접적인 원군 역할을 담당한다. 그 쪽의 공심위도 개혁과 실용의 완장을 차고 있기 때문이다. 때마침 여러 신문도 제1야당의 물갈이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은 굳이 대통령당을 만들지 않고도 국민의 사랑을 듬뿍 받는 정치를 하려면, 무엇보다 승자독식의 가부장적 문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또한 개혁과 실용의 구호를 버려야 한다. 대신 자유민주와 시장경제의 원칙을 재천명하고 대한민국의 헌법을 준수해야 한다. 그러면 이명박도 살고 박근혜도 살고 대한민국도 산다. 그렇지 않으면 잠시 숨을 죽였던 도깨비가 절로 열린 우리를 박차고 나와 다시 대로를 활보하게 된다. 속뜻을 감출 줄 모르는  그들은 대놓고 이렇게 외칠 것이다.
"이명박 죽어라, 박근혜 죽어라, 대한민국 죽어라! 김정일 만세!"
         (2008.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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