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일어난 벌레는 새한테 잡아먹힌다

공무원이 새벽부터 설치면 국민은 한밤중부터 괴롭다.

봄이다. 봄의 소리가 봄의 향기로 피어오르고 있다. 우리 집 베란다에서 함수화 한 송이가 동그마니 우윳빛 입술을 열고 있다. 연한 봄 향기! 하나, 둘 셋, 글쎄, 일곱 꽃봉오리가 동글동글 큰언니를 뒤따라 다투어 입을 오물거리고 있다. 자세히 보노라니, 무엇이 꼬물거린다. 진딧물! 귀엽다. 아서라, 그냥 둔다. 더불어 살 만하다. 거실 안으로는 들어올 일이 없을 것이다. 창 밖으로 까치집이 내려다보인다. 우리 집은 8층, 빤히 내려다보이는 플라타너스 우둠지에 까치 두 마리가 둥지를 수리하고 단장한다. 한 놈은 좀 크고 한 놈은 좀 작다. 수놈과 암놈일 터. 저기 잎이 무성해지면, 저들은 어미아비를 반반씩 닮은 아이구 내 새끼, 아이구 내 새끼! 부지런히 벌레를 물어다 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집의 진딧물은 탐내지 않을 것이다. 몇 마리 되지도 않거니와 방충망이 쳐져 있고, 무엇보다 그들은 사람 무서운 줄 알 것이니까.

 일찍 일어난 새가 벌레를 잡는다. --The early bird catches the worm. 영국의 낭만파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 1757~1827]는 이를 살짝 뒤집어 보았다. 가만 있자! 그럼, 일찍 일어난 벌레는 새한테 잡아먹히겠네. --The early worm is caught by the bird.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푸른 집의 아침 회의가 새벽 별을 배경으로 열리나 보다. 한창 젊은 시절에는 군대도 못 갈 만큼 허약했지만, 중국 무협소설의 절정고수처럼 나이가 들수록 몸이 강철처럼 단단해지고 새털처럼 가벼워져서 두세 사람이 할 일을 척척하고도 잠시 운기행공하면 사춘기 소년처럼 몸이 가뿐해져서 이내 공중을 휙휙 날아다니는 푸른 집 새 주인의 뜻대로 일요일에도 새벽 회의를 강행하려다가, 그것은 어찌어찌 취소된 듯한데 공무원 머슴이 국민 주인보다 먼저 일어나야 한다는 지당 논리에 따라 주5일제는 대불공단의 전봇대 뽑히듯이 뽑힌 모양이다. 가늘고 긴 한숨 소리, 사사삭 눈 돌아가는 소리, 헐레벌떡 달려가는 모습, 회의 때마다 꾸벅꾸벅 조는 모습, 느닷없는 질문에 벌떡 일어나 부동자세를 취하는 모습 등이 눈에 선하다.              
 
 물가 잡아라, 담합 행위를 엄금하라, 주류세 찔끔 내려라, 주유소 단단 감시하라, 라면 값 100원이 서민에겐 엄청 큰돈이다(나는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부자지만 서민의 애환을 잘 안답니다), 쌀로 라면 만들어라(라면 값은 조금 올라가겠지만), 공공요금을 동결하라, 생필품 50개가 뭔지 아는 사람 손들어 보세요, (고개 푹), 공부 좀 하세요, 생필품 50개의 가격을 꽉 잡아라, 전화요금 인하하겠다, (못하겠다는데요), 오해다 정부가 시장에 직접 개입하겠다는 게 아니고--에, 영어 몰입교육해라, 사교육을 잡아라, 영어 사교육만 15조원이라고 한다, 4조원 투입하라, (영어 몰입교육한다니까, 이제 유치원부터 영어 사교육한다고 난리 났나이다), 오해다--인수위의 오해였다--영어 몰입교육은 해서도 안 되고 할 수도 없다, 영어 시간을 늘려라, 성금 걷어 남대문을 복원하면 어떨까, (기가 막힌 아이디어입니다), 저게 무슨 아우성인고, (기가 막혀 성금 못 내겠다는데요), 연쇄 살인사건이 나는 곳에 왜 경찰서가  없느냐, (즉시 거행하겠나이다) 기타 등등.  

 새벽 별 보고 한밤 네온사인 불빛 쫓는 공무원이 어디로 돌아다닐 것 같은가. 라면 값 하나 점검하려 해도 100만 명이 모자라고 전국의 주유소 감시하려고 해도 10만 명이 모자란다. 그러면 국민들은 뭐라고 할까.

 

우리는 봉 공무원은 방망이

우리는 벌레 공무원은 새

오늘도 우리는 숨바꼭질한다네

재수 없으면 잡히고 운 나쁘면 죽는다네

하늘은 높고 황제는 멀지만[天高皇遠]

독수리의 부리는 낮고

나리의 방망이는 가깝다네

 

 도대체 이명박 정부의 시장경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다.
            (2008.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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