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특유의 알쏭달쏭 화법이 북한을 주제로 삼아 계속되고 있다. 당선자 시절부터 여러 번 거듭된 북한체제에 대한 언급이 그것이다. 북한체제에 대해 지지(친북)도 비난(반공)도 않는 대신 가치중립적이고 방관자적 자세(실용)로 체제 변경(regime change)에 대한 불안감을 씻어 주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구체적인 방안은 '비핵개방3000'이다. 비핵에 대해 오해할까 봐, '핵을 버리면 북한체제가 더 안전해진다'며 친절한 해설까지 덧붙인다. '결국 그 열쇠는 미국이 쥐고 있다'고 함으로써, 자신의 진정성을 입증하기 위해 세계평화와 민족공조 차원에서 새 정부가 뒤로 호박씨 깔지 모르는 미국에 대한 의구심을 북한과 공유하고 있다고 은근히 흘리기도 한다.
"핵으로 강성대국 건설하여 우리 식 사회주의 체제는 우리가 지킨다. 미제 승냥이와 미제 앞잡이는 허튼 수작 부리지 말라. 천만 배 보복이 두렵지 않느냐!" --이것은 북한의 언론매체가 김중배에게 심순애를 빼앗긴 이수일의 신파조 목소리로 줄기차게 발작적으로 썰렁하게 다짐하는 말이다.
"북한체제를 보장하라. 미 제국주의는 물러가라!" --이것은 북한 신파극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열렬 팬인 한국의 자칭 진보민족 세력이 신파조 목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지난 15년 동안 어김없이 외치는 협박성 응원 구호다.
이명박 정부는 북한의 체제란 도대체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그 체제가 도대체 얼마나 좋다고 생각하기에 체제를 그대로 두고 비핵개방만 하면, 한국 중심의 국제 협력으로 겨우 400억 달러 투자로 불과 10년 만에 현재 베트남보다 5배나 잘 살게 해 주겠다고 할까. 만화도 그런 만화는 너무 황당하여 어린이도 보지 않을 것이다. 슈퍼맨도 악당을 물리칠 수 있을 뿐, 명색이 가장이란 자가 고함과 회초리와 작두로 집안 식구들을 들들볶고 감시하고 위협하여 모조리 감이 덤성덤성 달린 감나무 밑에 누워 입을 쩍 벌리게 하는 상황에서, 고약한 가장을 가만히 내버려두고 불쌍한 가족을 구해 줄 수는 없는 법이다. 모름지기 슈퍼맨이라면 그런 가장을 잡아서 절해고도에 어디 혼자서 천 년 만 년 잘살아 보라고 뚝 떨어뜨릴 것이다. 그러면 아무도 안 도와 줘도 그 가족은 스스로 노력해서 가난에서 벗어날 것이다.
부자세습은커녕, 일인 영구집권은커녕, 임기를 채우면 국가 지도자가 군소리 없이 물러가는 베트남도 적화통일 후 10년이 지나서야 뒤늦게 국가 노예제의 잘못을 깨닫고 스스로 적극적으로 나서서 도이모이(개혁개방)한 지 20년이 지나서야 겨우 1인당 국민소득 600달러를 돌파했는데, 1년 3모작이 가능한 베트남도 공산당의 생산기반이었던 집단농장을 해체하고서야 비로소 쌀을 자급하고 대대적으로 수출도 할 수 있게 되었는데, 농토도 척박하고 겨울도 유난히 긴 북한에서 북한체제의 생명줄인 협동농장을 그대로 두고 어떻게 현재 베트남보다 5배나 잘 살게 된다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제 시장경제체제를 적극 받아들인 베트남은 가만있어도 이자 한 푼 없는 해외직접투자가 한국(2007년 16억 달러)보다 월등히 많은 매년 100억 달러 이상(2007년 103억 달러) 들어온다.
북한의 체제는 한 마디로 말해서 세금 100%의 국가 노예제다. 노예는 세금이 없다. 대신 100% 주인에게 빼앗긴다. 일단 빼앗긴 후 주인이 그 중에서 1%만 돌려 받아도, 그걸 감지덕지하고 감사의 기도를 수없이 되풀이한다.
중공도, 월맹도, 소련도, 오랫동안 그랬다. 거기도 오랫동안 단 한 명 또는 열 손가락으로 헤아릴 정도의 주인밖에 없었다. 고대노예제는 농장마다 주인이 달랐지만, 공산노예제는 국가노예제라 국민 전체가 크고 작은 노예다. 공산노예들은 시키는 대로 일하고 주는 대로 받는다. 시키는 대로 말하고 가라는 대로 간다. 원하는 대로 생각하고 원하는 대로 답한다. 그럼에도 여차하면 감옥에 갇히고 처형된다. 공산노예제는 고대노예제보다 훨씬 못하다.
북한에서는 지금까지 세 명의 주인밖에 없었다. 스탈린, 김일성, 김정일--이들 외에는 모조리 노예였다. 심지어 김일성의 가족까지 상대적으로 조금 자유로운 노예였을 뿐이다.
등소평과 응웬반린의 개혁개방이란 게 다른 게 아니다. 이들은 말로만 주인인 노동자농민으로부터 노예의 사슬을 풀어준 것이다. 그 핵심은 스스로 번 것은 20% 이하만 세금으로 내고 나머지는 자신이 다 차지하게 한 것이다. 국가 단위의 노동착취 체제를 허물어뜨린 것이다. 공산주의는 생산수단의 공유가 핵심 강령인데, 마르크스의 비뚤어진 입에 재갈을 물려 버린 것이다. 공산당 일당 독재체제는 유지하되, 정치권력체제도 크게 개편하여 집단지도체제로 전환하여 일인 우상화를 철저히 배격했다. 이렇게 나름대로 떳떳한 체제를 만들고 나니까, 외국의 눈이 두렵지 않았다. 개방에 대한 두려움이 개방에 대한 설렘으로 바뀌었다.
햇볕정책이 왜 나쁜가. 북한체제를 철저히 보호해 줬기 때문이다. 생산이든 외부지원이든 100%가 일단 유일무이한 주인에게 가고 그 중에 1%만 절대다수 노예에게 돌아가고 나머지는 주인에 대한 충성도에 따라 계급과 성분에 따라 차등 있게 '통크게' 하사하는 체제를 철저히 보호해 줬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에서 북한노동자에게 주는 약 60달러 중에서 실지로 그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2달러 내지 3달러밖에 안 되는 체제를 철저히 보호해 주었기 때문이다. 북한 노동자는 그것도 많다고 감지덕지하고 유일무이한 주인에게 식사 때마다 크게 감사의 기도를 올린다. 금강산 관광이다, 개성공단 합작이다, 이산가족 상봉이다, 스포츠 교류다, 하여 준 달러나 인도적 지원이라고 준 200만 톤 이상의 쌀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북한 땅에 들어가는 순간 100% 김정일의 것이다. 밑으로 내려가는 것은 쌀 한 톨도 김정일의 하사품이다. 심지어 외국 의사가 영양실조로 눈먼 사람의 시력을 회복해 주어도 그 의사에겐 한 마디 감사할 줄 모르고 김일성과 김정일 초상화 아래에서 눈물을 줄줄 흘리며 세상이 떠나갈 듯 큰 소리로 감사한다. 그들은 노예이기 때문이다. 노예는 주인의 허락을 받지 않고는 외부인에게 감사 표시도 할 수 없는 법이다.
"이번에 쌀 10만 톤 보낸다. 단, 조건이 둘 있다. 첫째, 우리가 직접 분배하겠다. 둘째, 황해도의 협동농장을 모조리 해체하라. 싫어? 못해? 그럼 한 톨도 보낼 수 없다."
"이번에 쌀 10만 톤 보낸다. 단, 만주에 파견한 보위원을 전원 불러들여라. 만주의 탈북자는 전원 한국으로 데려오겠다. 북한에서도 살기 힘들고 중국에서도 살기 힘들다고 하니까, 자유대한으로 데려오겠다. 뭐?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잿더미로 만들겠다고? 좋다. 그렇다면 18개월로 줄인 군복무기간을 24개월로 원위치시키겠다."
무엇이 두려워 보수정당 출신 대통령이 이 정도의 말도 못하는가.
(2008. 4. 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