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실패 사례를 검토하고 재고해야 한다.
*金昌浩(전 서울시농수산물공사 사장)
1979년 제2차 석유파동과 함께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 하면서 우리나라와 같은 식량자급도가 낮은 국가들이 불안감에 휩싸였다.
1980년 미국을 방문하게 된 전두환 대통령은 해외 식량기지 확보를 검토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당시 대상으로 미국 와싱톤주 소재 1만 에이커 규모의 옥수수 농장에서 1년간 미국측과 함께 시험재배를 시행하였다. 결과는 상승된 곡물가격 기준으로는 채산성이 있다는 사업타당성 보고서가 나왔다.
1만 에이커(1천2백만 평)에서 생산되는 옥수수는 기껏 5만톤
(곡물화물선 1척 선적물량)에 불과하다. 당시 6백만 톤 수입량의 1/120 이다.
사실상 농림부, 사료협회, 민간기업으로 구성된 조사단은 단순한 농사를 짓는 목적만이 아니었고 안전한 식량 확보 차원의 교두보를 미국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곡물 생산기지에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었다.
특히 우리나라의 3대 주요 수입 곡물인 밀, 옥수수, 콩의 확보를 위해서는 미국이 절대적인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첫째 미국 농장을 상징적으로 소유하면서 미국 농업회사로서 농업 현장의 모든 정보를 입수한다. 미 농민들의 현지 소문과 여론 청취, 미 농림성 제공 정보, 장기 기후예보 등 생산관련 정보, 곡물 메이저의 곡물 가격 관련 시장정보, 종자 농약 농기계 등 관련 산업의 각종 정보 등을 수집하여 국내에 제공하는 것이다.
둘째 미국 곡물 수출항과 한국 내 수입항에 대규모 곡물창고(Elevator)를 확보하여 절대필요 물량을 비축한다.
셋째 시카고 곡물 선물 시장에 곡물요원을 침투시켜 시장생리를 몸에 배도록 익히고 주요 거물 브로커들과의 관계를 깊게 하여 신뢰도 높은 곡물시장 정보를 입수 함 으로서 선믈시장을 최대한 활용한다.
이러한 삼대 방안을 유기적으로 활용하여 살아있는 유용한 정보 얻음으로서 당시 단순 국제입찰에만 의존하던 우리나라의 수입 관행을 점차 개선해 나갈 계획이었다.
수입항 울산에 곡물창고 건립이 추진되었고 수출항 포틀랜드의 기존 곡물창고는 장기 임대로 확보되었으며 오레곤주 콜롬비아 강가의 1만 에이커의 농장 확보와 곡물요원의 선물시장 투입도 완료되었다.
그러나 1981년을 곡점으로 국제 곡물 가격은 다시 안정을 되찾아 갔고 정부의 관심도 시들해지면서 정책적인 뒷받침도 사라지게 되었다. 결국 모든 계획은 물거품이 되어 버렸고 울산항의 곡물창고만 건립하여 남게 되었다.
지금 28년 만에 똑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통령이 미국 순방 길에 해외 식량기지 확보를 언급하고 구체적으로 연해주, 동남아 지역에 장기 임대 방안까지 나왔다.
매우 불안한 가운데 국가의 장래를 걱정하여 나온 말이니 누구인들 부정 하겠는가. 그러나 농업은 매우 고도의 복합적인 산업으로 특히 곡물생산은 필수적으로 사전에 준비되어야 할 사항이 많다.
미국의 예를 들어 보자.
1. 첨단 기술을 갖춘 수많은 종자회사들이 현지의 주산단지 별로 직접 시험 생산한 시험자료를 토대로 생산량이 보장된 우량종자를 공급한다.
2. 파종회사와 예약하면 정해진 일정에 따라 대신 파종 해준다. 대규모 농장에서 自家파종기에만 의존 할 수는 없다.
3. 병충해가 발생하면 연락 즉시 농약 살포 회사에서 비행기로 농약을 살포한다. 인근 농장들과 공동 방제도 한다. 잡초 발생에 대비하여 제초제도 살포한다.
4. 지하수나 인근 강물을 이용한 관개시설이 생육에 필요한 적정량의 물을 제공한다.
5. 주기적으로 인근 농업연구소와 농과대학 등이 연계하여 농장 포장에 직접 나와서 토양상태, 식물 생육 상태 등을 조사 분석하여 필요 성분의 적정 시비량을 권장 해준다.
6. 비료회사에서 비료를 적기에 공급한다.
7. 수확회사에 예약하면 정해진 일정에 따라 수확함과 동시에 대형트럭에 실어 인근 물창고로 운송하거나 소비처(대형 목장, 곡물 가공공장 등)로 직송한다.
수출물량은 강가에 위치한 곡물창고(Elevator)로 직접 운송한다.
8. 곡물 메이저들은 파종 전부터 주기적으로 곡물가격 전망에 관한 종합정보를 경쟁적으로 내주며 자기회사를 통하여 거래가 성사되도록 유도한다. 신뢰도가 높은 회사를 따라 물시장을 통하여 수확 전에 이미 거래를 완료한다.
9. 강가의 곡물창고에서는 수확된 곡물 운송 트럭이 도착하는 즉시 천연가스 불로 곡물을 조하여 창고에 보관한다.
10. 곡물창고에 일정물량이 차게 되면 3천 톤 규모의 바지선에 선적하여 수출항의 곡물창고로 수송한다. 도착 즉시 흡입 파이프로 빨아 올려 수출창고에 저장하면서 현장에 파견나온 농림성 직원이 등급 판정을 해준다.
11. 수출 곡물창고에는 5만 톤급 곡물 화물선이 직접 접안하여 선적한다.
종자 선택에서부터 수출 완료하기 까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물 흐르듯 흘러가는 것이 농업선진국 미국의 곡물 생산과 수출 현장 모습이다.
상대적으로 연해주나 동남아 같은 저개발국에서의 곡물생산에 심각히 고려 할 점은 다음과 같다.
1. 작물 경작에 적합한 농지조성이 되어 있는가?
미개발 지역의 경우 농지조성 개간 비용은 때로는 예측 불가하며 천문학적 숫자이다.
중국 흑룡강성에서 개발하다가 수천만 불을 잃고 중도포기 한 경우나 아르헨티나에 땅만 확보하고 개발 시도조차 못한 경우 등 뼈아픈 경험을 헛되이 하지 말자.
2. 관개시설은 완비 되었는가?
지하수나 호수, 강 등이 인근에서 이용가능 한가? 관개시설이 필요 없을 정도로 강우량은 적절한가?
3. 생산지에서 직접 품종 간 비교 생산 시험을 거친 보장된 우량종자를 지속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가? 선진 농업국은 계속 신품종을 개발한다.
4. 각종 병충해 방제, 잡초제거 등을 위한 농약, 제초제는 수시로 공급 가능하고 대단위농약살포 시설과 장비가 구비되어 있는가? 예기치 못한 피해에 즉각적으로 대체 할 수 있어야 한다.
5. 각종 농기계 공급과 고장 즉시 인근에서 수시 출장 수리 가능한가? 성능 좋고 값싼 농기계가 공급 될 수 있어야한다.
6.인근에 농업연구소 시설이 있어 상시 기술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가?
7. 비료 공급은 원활한가?
8. 수확 시 자체 저장 보관 창고 뿐만 아니라 인근 판매처에 즉시 분산 운송이 가능한가?
9. 천연가스 등 곡물 건조시설은 확보되어 있는가?
10. 생산지에서 수출항까지의 운송수단과 비용이 저렴하게 준비 될 수 있는가?
(미국의 중부지역은 미시시피 강, 서북부지역은 콜롬비아 강을 중심으로 바지선 이용이 가능 함 으로서 옥수수, 밀의 곡창지역이 되었다.)
11. 생산할 곡물별로 생산과 판매비용이 국제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가?
국제 경쟁력이 없으면 해외개발의 의미를 상실한다.
최근 미개발된 땅을 수억 평씩 저렴한 가격으로 장기 임대 해주는 제안이 여러 나라에서 쏟아지고 있다. 경험 없는 비농업인 들이 한국인 특유의 기질을 발휘하여 계약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조차 미국 농민들도 농지는 선조대대로 물려받아서 경작하고 있으므로 평상시에는 원가 계산 시에 땅값 비용은 계상조차 하지 않고 생산 원가에 어느 정도의
수익만 확보되면 만족해한다.
10년 또는 20년마다 가끔 타국가의 흉작 등으로 곡물가격이
상승 할 때면 상당 이익을 올려서 장기적으로 버텨가는 실정이다.
또 북한 노동자나 현지 값싼 노동력을 강점으로 지적한다.
그러나 1만 에이커 경작에 소요되는 총 인원은 관리요원까지 포함하여 32명 수준이다.
100배(12억 평)가 된다 한들 3,200명 수준이다. 대규모 농사는 전부 대형 농기계로 짓는 것이지 곡갱이 질하는 농부가 필요 한 것이 아니다.
해외 진출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농사는 실로 장기적인 안목에서 한 국가가 후손과 국가 백년대계를 위하여 장기간에 걸쳐 비용 개념 없이 많은 투자를 하여 옥토를 확보하고 지속적인 경작을 위하여 농민들에게 여러 지원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인이 땅을 임대하여 개발 한 후 투자금액을 회수하고 세계적인 곡물 대난 시에 생산 된 농산물을 임의대로 수출 할 수 있는 성질의 투자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나라에 뼈를 묻힐 각오를 갖고 많은 개인자산을 투자해서 자손대대 그 나라에서 살겠다는 계획이라면 가능 할지 모르겠다. 그것도 점진적으로 시험생산해 보면서 충분한 경험을
쌓아가며 확장해 나가는 것이 농사의 순리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고 국가가 앞장서서 투자 할 수 있는 대상의 성질이 아니다.
왜 그것도 식량위기 때만 난리란 말인가?
분명히 장기적으로 식량위기에 대처하여야 한다.
먼저 국내 쌀 자급생산을 최대 목표로 하자.
그동안 쌀의 자급 체계를 세우고 유지하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투자와 희생을 하였는가?
아직도 일부 경제학자들은 비교우위론 운운하며 쌀 자급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이번 기회에 이것만은 국민 합의로 국가 백년대계로 못을 박자.
둘째는 밀, 옥수수, 콩에 대해서는 비축 물량 확보대책과 선물시장 활용을 통한 저렴한 구입체계를 지속적으로. 철저하게 준비하여 확고한 기반을 구축하자. 국제 곡물 메이저들도 직접 농사를 짓지는 않고 유통망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는 소, 돼지, 닭의 국내 사육에 대한 장기수급 계획과 사료공급체계를 철저히 재검토하여야 한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분야이다.
지금과 같은 높은 국제 곡물가격이 일년 이상 지속되면 금년과 내년에는 전 세계의 유휴 농지가 풀가동되고 곡물 재고량이 급증 할 것이다.
또한 가난한 나라들의 폭동과 불안을 무마하기 위한 국제적인 새로운 대책 안이 수립될 것이다. 우리나라도 최악의 경우에는 고기 소비량이 상대적으로 대폭 줄어들고 사료수요도 격감 될 것이다. 북한의 기아문제는 김정일 독재체계의 문제이다. 연해주에서 곡물을 생산하여 도와 줄 생각보다는 북한농민들에게 자작 농지를 허용하고 감자 등 대체 작물을 권장하면 당장의 기아문제는 해결 될 수도 있다.
아무리 급박하여도 농업 문제만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백년대계를 수립하여 아무리 정권이나 농림장관이 바뀌어도 지속적으로 희생을 무릅쓰고 추진 함 으로서 후손들이 안심하고 잘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해외 식량기지 확보 - 대통령이 직접 나설 일이 아니다
- 金昌浩(前서울시농수산물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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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4-21, 09:4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