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많이 놀고 하나만 하라

많은 것을 추진하지 말고, 자유민주주의를 해코지하는 공영방송을 공정하게 교정하는 성과부터 내기 바란다. 합리성, 능률성, 수익성을 중시하는 현대사회에서 개인의 근면성보다 더 칭송받은 사회적 미덕은 없지 싶다. 그러나 그 근면성에도 부작용은 있기 마련이다. 현대사회의 지나친 근면성이 가진 병폐를 다루는 사회(심리/윤리)학자들도 있다. 이 학자들은 너무 지나친 목표를 설정하여 너무 지나치게 몰두하여, 결과적으로는 게으르게 노는 것보다 더 못한 결과에 봉착하는 현대인들의 과다활동(hyperactivity)을 일종의 사회병리현상으로 규정했다. 잘못된 목표를 가진 과도한 활동은 사실은 별로 성과도 없고 불만을 키워주어서 차라리 게으름보다 더 현대인들을 불행하게 만든다는 것이 이 학자들의 주장이다. 지나친 열심과 활동은 광신적 정치문화로도 나타났다. 지난 세기에 두 차례의 세계대전도 공산주의라는 지나친 목표, 지나친 계획, 지나친 통제, 지나친 열광을 가진 광신적 정치집단의 맹목성, 전투성, 증오심, 추진력, 강압성이 가진 병리현상으로 규정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전체주의적 공산주의는 병적인 열광주의(enthusiasm/어원: 귀신들림)의 전형(典型)이다.

'현대사회의 지칠 줄 모르는 경쟁심, 성취욕, 공격성, 증오심, 조급증, 추진력, 경계심, 자기주장의 강요, 시간과 자금에 대한 압박감을 가진 인간들은 자신이 설정한 목표에 몰두하여, 삶의 다른 요소들을 모조리 무시하는 오류를 저지를 수 있다'는 점을 현대사회를 연구한 학자들(Meyer Friedman과 Ray Rosenman)은 지적한다. 이들은 성공과 업적을 숭배하는 현대인들의 불안감이 변태적으로 표출된 과잉목표, 과잉판단, 과잉활동의 폐해를 지적한다. 지나친 목표를 세워두고 지나친 판단을 내려서 지나친 활동을 하는 현대인의 병폐는 자가당착에 빠져서 엉뚱한 일에만 열심이고, 정작 자신이 해야 할 필수적인 일을 놓치는 노이로제에 시달리게 된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현대사회와 후기현대사회의 경계선상에 선 사회학자(Albert Borgmann)는 '과다활동(hyperactivity)'을 불안한 현대인의 특징적 병리증상으로 규정했다. 사실 주야로 정치적 목적을 위해 학습하고, 활동하고, 쟁취하는 공산주의사회는 현대주의(modernism)의 과잉계획, 과잉목표, 과잉활동이 만들어낸 대표적 실패작이다. 쓸데 없는 부지런함보다는 휴식과 유흥이 더 낫다.

정확한 목표와 전략을 가지지 못한 현대인들의 맹목적 열광과 노력은 태만과 방관보다 훨씬 더 해로울 수 있다. 목표와 전략이 잘못된 현대인들의 과잉활동은 은둔자들의 침묵보다 더 많은 사회적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하버드의 랄프 포터 교수님은 '왜 현대인은 이렇게 바쁜가?'라는 과목을 개설하여, 경쟁심, 성취욕, 조급증, 공격성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의 지나친 열심과 활동이 가진 사회적 병리현상을 따지는 수업을 개설했다고 몇년 전에 필자에게 알려줬다. 랄프 포터 교수는 '명성에 미친 사회' '예절의 역사' 등의 과목을 통하여 재미있고 앞선 사회윤리를 가르쳤다. 그는 정치적 이념이 인간의 선악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지 못하는 초이념시대에 인간의 정의와 불의가 유흥문화나 예절관계에서 나타나는 초이념적 후기현대사회의 사회적 게임을 명쾌하게 정리하는 도사였다. 실제로 필자는 그에게 '서양의 도인(Western Taoist)'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그는 병적인 열광이나 과도한 근면보다는 차라리 게으름이 더 인간을 행복하게 만든다고 본 후기현대사회의 사회윤리학자였다.

아무튼 인생의 도를 아는 현자들은 하나 같이 군중인간의 불필요한 열심과 근면을 경계했다. 대통령도 얼이 빠지면, 군중인간이 되어, 불필요한 열심에 헤매게 된다. 동서양의 도인들이 모두 초야에서 유우자적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도시문명이 가지는 경쟁성, 조급성, 공격성, 성취욕 등의 병폐를 알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지칠 줄 모르는 도시문명은 맹목적인 경쟁과 열심을 부추기면서, 도시민들을 조잡한 군중인간으로 만들 수 있다. 경쟁과 성취에만 빠지면, 장기적으로 좋은 목표와 전략을 가질 수 없다. 좋은 정치인은 항상 정치적 사안에 가장 밀착되어(attached) 있으면서 동시에 완전히 떨어지는(detached) 능력을 가져야 한다. 다시 말해서 현안들에 대해서 현미경과 망원경으로 관찰할 수 있는 지도자가 가장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너무 자세하게 현미경으로 정치현안을 관찰하고 판단하면, 전체적 구도를 그려내는 판단력을 잃게 된다. 반면에 너무 전체적인 구도만 그리고 세세한 사안을 무시하면, 꼼꼼한 참모들에게 휘들리게 된다.

정치인은 적당하게 부지런하고 적당하게 여유로와야 한다. 너무 세세한 것을 정치지도자가 주야로 다 간섭하기 시작하면, 전체적 구도를 파악하지 못하는 '쫌생이'가 되어서 참모들의 전문적 지식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여 오판하는 지도자가 될 수 있다. 반면에 너무 큰 정치적 구도만 그리면서 세세한 정보를 갖지 못한 정치지도자는 '허풍선'이 되어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참모들에게 휘둘리면서 오판하는 지도자가 될 수 있다. 이를 시간적으로 말하면, 너무 세세한 분야까지 챙기면서 강박관념에 빠진 정치지도자는 멀리서 정치적 사안들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여, 과잉활동의 악업을 받고 조잡한 판단을 하게 된다. 반면에 너무 빈둥대는 정치지도자는 자신이 앉은 의자가 썩어가는 줄 모르는 게으름의 악업을 받아 엉성하고 불성실한 판단을 하게 된다. 병적인 열심과 활동은 변형된 불안이나 광신적 탐욕의 표현이다. 건설적 근면성(diligence)과 창의적 성실성(sincerity)은 파괴적 광신주의(fanaticism)과는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은 반대된다. 너무 과도하게 일하는 지도자는 억울하게도 나쁜 결과에 봉착할 수 있다.

정치지도자를 포함해서 현대인들은 적당하게 일하고 적당하게 쉬어야 한다. 지나치게 빈둥대는 지도자처럼, 지나치게 생각하거나 지나치게 일하는 지도자도 나쁜 업적을 남길 수 있다. 사실 최악의 지도자는 게으른 지도자보다 잘못된 열심을 가진 지도자이다. 자본주의가 공산주의보다 더 우월한 것은 열심히 일할 자들과 대충 일할 자들의 선택권을 주는 것이다. 공산주의는 앞으로 모두 열심인데, 뒤로는 모두 게으른 사회이다. 전교조의 교육철학은 모두 빈둥대며 하향평준화의 사회정의를 구현하자는 공산주의 사상에 가깝다. 공개적으로는 주야로 토론하고 독려하는 열심을 보이지만, 뒤로는 빈둥대는 것이 공산사회의 특징이다. 반면에 자본주의사회에는 아무도 보지 않은 곳에서 성공을 위한 성취욕, 경쟁심, 공격성, 조급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다. 공산주의는 노는 데에 중독된 집단에 의해서 망하고, 자본주의는 일하는 데에 중독된 개인들에 의해서 망하기도 한다. 광신적 열심보다는 냉철한 게으름이 훨씬 더 생선적인 경우가 적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은 과잉목표를 세워서 과잉판단을 내리고 과잉활동을 하는 대표적인 정치지도자로 보인다. 그에게서 현대사회의 병폐인 과잉목표, 과잉판단, 과잉활동의 요소들을 구경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 너무 지나친 판단인가? 하루에 4시간을 잔다는 소문이 나돌거나 청와대 찻잔이나 의자에까지 간섭한다는 소문이 들리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못하다. 철저한 관찰력이 지도자에게 필수적이지만, 작은 것들에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다. 박근혜 전 대표가 '친박당선자들의 일괄복당'을 요구하면, 세세하게 따지지 말고, 다소 불편하더라도 '통 크게' 수용하는 것이 일일이 따지는 것보다 더 나을 수 있다. 모든 것을 다 따지는 과잉판단은 대통령과 같은 지도자에게 손해가 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불공단의 전봇대 하나를 상징적으로 꼼꼼하게 따지는 것은 좋은데, 그것은 역시 상징적 사건으로 그쳐야 하고, 많은 사안들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거시적으로 큰 맥락을 우선적으로 봐야 할 것이다.

집권 후 이명박 대통령이 너무 과잉관찰, 과잉판단, 과잉활동을 해온 마지막 결과는 결국 단 하나의 핵심적 사안도 성취하지 못하는 결과로 귀착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새벽부터 심야까지 청와대에서 집무하면서, 청와대 직원들을 새벽부터 먹이를 찾아나선 새(early bird)처럼 몰아세웠지만, 그들이 한 일의 결과는 무엇인가?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 직원들과 정부의 각료들은 이명박 정권을 타도하자는 '광우병 선동극'에 무슨 효과적인 대처를 했는가? 중학생들을 앞세운 좌익세력의 선동공세 앞에 그렇게 근면하고 성실하다는이명박 대통령, 청와대 직원, 정부의 각료들은 하나같이 무능한 웰빙족 건달들에 불과한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나타났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과잉목표, 과잉진단, 과잉활동에 빠진 현대인의 병리증상 때문이다. 부지런하지만 방향이 잘 못된 현대인의 실속 없는 과잉활동을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와 정부는 보여주었다.

이번 광우병 난동극에 대처하는 무능한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와 정부를 보면서, 국민들은 잘못된 목표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잘못된 현대인의 전형이 이명박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 아닌가 의심하게 되었다. 그들이 주야로 열심히 했지만, 핵심적인 사안인 방송의 공정성은 전혀 손도 대지 못했다. 방향을 잃은 과잉활동가의 한계를 이명박 대통령은 분명하게 증명시켰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가의 총수로서 너무 작은 일에 매달리는 열심을 버려야 한다. 그 대신 하나만 정확하게 하면 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외유나 다니면서 빈둥댄 노무현에게서 하나는 배워야 한다. 노무현은 '모든 것을 깽판쳐도 대북문제만 잘 되면 된다'는 '친북선언'까지 하면서 빈둥대어도 좌파세력의 목표인 '남한사회의 좌경화'에는 확실히 성공했다. 오늘날 부지런한 이명박 대통령이 빈둥댄 노무현의 나팔수들에게 주야로 매도당하는 것은 이명박의 근면과 성실이 잘못된 방향으로 지나하게 분출되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많은 사안들에 일일이 치밀하고 열심일 필요는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아무리 근면하고 성실해도, 그의 열심은 자유이념을 포기한 방황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이명박 대통령이 지금 보여주는 열심과 근면은 방향을 잃은 배가 이리저리 방황하는 파탄적 모습에 불과할 수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주야로 국정운영에 과잉활동을 할 것이 아니라, 정확한 이념적 지향을 따라서 국정운영의 큰 줄기만 올바르게 조종하면 된다. 그 방향설정의 판단기준은 이념이다. 이념을 포기하고 아무리 주야로 과도하게 활동해봐야, '나는 진보다. 나는 보수가 아니다'라는 내용의 발언이나 하면서, 자신을 타도하려는 좌익세력의 밥이 되고, 자신을 보호하려는 보수세력의 적이 되는 짓만 하게 되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쉬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 개인의 불안감이 변형적으로 표현된 과잉목표, 과잉판단, 과잉활동에 중독된 현대사회의 전형적인 '쫓기는 인간'의 병폐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없지 않아 보인다.

여유와 유흥을 즐기는 후기현대사회의 신세대들에게 코드를 맞추기 위해서라도 이명박 대통령은 과잉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덜 꼼꼼한 판단으로 친박당선자들도 일괄적으로 포용해야 한다. 보수세력에게도 너무 꼼꼼하게 따지지 말고 친화적이 되어야 한다. 우군들에게 너무 치밀하게 따지는 정치인은 적군에게 너무 엉성하게 나타나게 마련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 자신을 죽이려는 공영방송, 좌파세력, 김정일 정권에 대해 치밀하고 관찰하고 집요하게 대처해야 한다. 자신을 죽이는 적대기관을 방치하면서 무슨 일에 그리 빠쁜가? 이명박 대통령은 꼼꼼히 관찰하고 대처해야 할 적대세력에게는 후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열심히 따져야 할 영역에는 대충 포용하고, 대충 넘어가야 할 영역에는 악착 같이 따지는 이명박 대통령의 잘못된 열심과 판단은 그에게 엄청난 해를 끼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과다목표나 과다활동이 자신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심리적 방어수단으로서, 그에게 자해적이 되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이명박 대통령의 과잉목표, 과잉판단, 과다활동은 지금 하나의 폐해로서 확인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엄청난 장점인 근면과 성실은 그 방향이 잘못되어서 그런지, 엉뚱한 단점으로 나타났다. 아침부터 심야까지 열심히 일한 이명박 대통령의 국민적 지지율은 20%대이다. 공연한 과다행동을 이명박 대통령이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명박의 근면과 성실에 어떤 사회적 문제가 있다는 반증이다. 그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국정운영의 우선순위에 대한 판단에 두서가 없다는 반증이다. 그렇게 드러난 악이 많은 방송 하나도 공정하게 하지 못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근면은 노무현의 빈둥댐보다 더 못한 게 아닌가? 이명박 대통령은 많은 것을 성취할 생각을 하지 말고, 이념 하나를 잘 챙기고 방송 하나를 잘 다뤄야 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많은 것들을 추진하지 말고, 자유민주주의를 해코지하는 공영방송을 공정하게 교정하는 성과부터 내기 바란다.


[조영환 올인코리아 편집인 http://allinkore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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