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촉을 밝힌 지 100일째이라면 신랑각시가 그저 바라만 보아도 행복의 깨가 쏟아질 때다. 세상 인심이 야박해졌는지 사람들이 너무 똑똑해졌는지, 요즘은 신혼부부가 밀월여행을 떠나는 공항에서 의사소통이 안 되어 이별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환상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그들 사이에 가로놓인 경제개념의 깊고 넓은 계곡에 절망하여 곧장 가정법원으로 달려가기도 하는 모양이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길까, 깨가 쏟아짐에도 혼인신고를 미적미적하는 쌍도 적지 않나 보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100일에 즈음하여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22%의 인기도를 기록했다. 대한민국의 반세기 역사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기세등등 새로운 역사 창조에 나선 김영삼 정부는 83%의 국민으로부터 박수를 받으며 백일 떡을 돌렸다. 그런 그도 마지막 해에는 폭삭 늙어 뒷방 늙은이로 전락했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새 대통령들은 100일 밀월 마지막 날에 평균 20%씩 인기가 하락했고 임기 마지막 날까지 더 이상 인기를 회복하지 못했다. 이 공식 아닌 공식이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적용된다면, 국가와 국민에게 여간 큰 일이 아니다. 무정부의 혼란이 5년간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니까!
이명박 고용사장은 스스로의 노력도 컸지만, 대단히 운이 좋았던 사람이다. 그 뒤에는 늘 정주영 회장이 있었다. 돌격 앞으로! 그는 창 하나 꼬나들고 적진을 향해 옆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왕회장이 특별히 내 준 적토마 불도저를 타고 달려가면 되었다. 후퇴란 단어는 그의 사전에 없었다. 든든한 정주영 방패가 있었기 때문이다.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뒤쪽이든 빗발치는 적의 화살과 표창과 독침은 정주영의 투명 방패에 의해 소리소문 없이 모조리 격퇴되었던 것이다.
시장 자체가 존재하지 않거나 존재한들 손바닥만하던 시절에 상상 속에나 존재하던 거대한 시장을 현실화시키며 사업한다는 것은 직접 전투에 참여하는 것 못지않게 살벌했다. 국내만이 아니라 다른 여러 나라들도 동시에 상대해야만 했던 경제 전쟁이라, 대장의 역할은 결정적이었다. 임전무퇴의 황소 뿔 용기와 칼에도 베이지 않는 고래심줄 끈기와 하루 서너 시간만 자도 끄떡없는 강철 체력만 있으면 싸울 때마다 이길 수 있는 안전한 전쟁터를 마련해 주고 거기 적절한 장수를 투입하는 것이 대장의 가장 큰 역할이었다. 대장이 태양이라면 장수는 대장을 따라 도는 뭇 행성이다. 이명박 장수는 사병 때부터 두각을 나타냈기 때문에 파격적으로 이른 나이에 장수로 발탁되었다. 정주영 대장 밑에는 그런 장수가 여럿 있었다.
정주영의 방패가 한 일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경제 정치요, 하나는 경제 전략이었다. 정작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총지휘자는 따로 있었는데, 탁월한 경제 전략으로 그 지휘자의 마음에 드는 것이 경제 정치의 핵심이었다. 총지휘자의 허락 하에 한 전역(戰域)을 떠맡는 것도 중요하고 어려웠지만, 군사를 모으고 훈련시키고 무기를 마련하고 식량을 조달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적들이 시도 때도 없이 퍼붓는 음험한 공격으로부터 장수들을 보호하는 문제도 좌고우면할 것 없이 신나게 싸우기만 하면 되었던 돌격대장은 감히 상상도 못할 만큼 중요하고 어려웠다. 이렇게 중차대한 일을 거의 혼자 힘으로 개척하고 막아낸 것이 정주영의 황소 힘이요 정주영의 황룡 방패다.
이명박 고용 사장(돌격대장)이 홀로 서기에 성공했다는 것은, 정주영 회장(대장)을 넘어 박정희 대통령(총지휘자)의 자리에 올라섰다는 것은 이명박 창에 정주영 방패와 박정희 철옹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는 성공신화에 자못 도취되어, 누구누구 때문에 성공했는지 아직도 모르고 누구누구 때문에 하늘 아래 제일 높은 자리에 앉게 되었는지 여태 모르는 듯하다. 스스로 돌격대장을 자원하여 앞장서서 돌진하다가 앞만 아니라 좌에서 우에서 뒤에서 무수히 쏟아지는 화살과 표창과 독침에 당황하여 황급히 총지휘자의 지휘소로 숨어 기껏 무차별 공격을 소통의 문제로 이해한다. 총지휘자의 진심을 알리면, 촛불이 즉각 화환으로 바뀔 거라고 자신만만해 한다.
정주영도 박정희도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홀로 남은 이명박 돌격대장은 무엇보다 먼저 정주영 방패와 박정희 철옹성을 마련하고 구축하여, 총지휘자로서의 품격을 갖추어야 한다. 정주영 방패는 주고받는 정치요 필승 전역(theater)을 조성하는 전략(strategy)이고, 박정희 철옹성은 자유민주에 대한 확고한 이념의 등불이요 단숨에 촛불을 끄는 민심의 바람이다. 이 원리만 제대로 깨달으면, 그는 슈퍼스타 정주영을 넘어 영원한 대통령 박정희의 반열에 올라설 수 있을 것이다.
(2008. 6. 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