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초반의 중학교 여교사에게 북한의 현실은 너무나 새롭고도 참혹하게 다가온 것이었다.
얼마 전 중학교에 다니는 둘째 딸아이가 고민에 빠져 있었다. 학교에서 통일에 관한 글을 지어 오라고 했는데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마침 장진성 시인의 '내 딸을 백원에 팝니다.' 라는 시집을 사서 아이들에게 읽으라고 강요(?)하던 참이었던지라 그 시집에서 소재를 찾으라고 권해주었다.
그랬더니 그 중에서 '숟가락'이라는 시를 골라 리메이크하기로 했단다. 읽어보니 리메이크라 하기 보다는 거의 베낀 수준이었다. 글재주 없는 딸아이를 탓하기보다는 그래도 그런 기회를 통해 북한의 실상을 하나 더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그냥 묵인해 주었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자기가 써낸 시가 뽑히고 뽑혀 학생들이 다 보는 곳에 걸렸다고 하는데 좋아하면서도 왠지 불안한 표정이었다. 왜 불안해 하는가 했더니 혹시 그 시집 '내 딸을 백원에 팝니다' 를 읽은 다른 학생들이나 선생님들이 보면 자기가 리메이크 한 것이 들통날까 하는 불안이었다.
며칠 후 집사람이 딸아이의 담임선생님과 통화를 하게 되었는데 이야기 끝에 딸아이가 써낸 시를 읽고 당신은 너무 큰 감동을 받고 눈물을 흘렸노라고 하더란다. 30대 초반의 중학교 여교사에게 북한의 현실은 너무나 새롭고도 참혹하게 다가온 것이었다.
그리고 또 며칠 후 딸아이는 쑥스러운 표정으로 상장을 하나 들고 돌아왔다. 통일 글짓기 대회 운문부 전교 우수상이었다. 작은 에피소드지만 북한의 실상을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너무나 모른다. 60년 사상전쟁의 와중에도 불구하고 이 땅의 젊은이들 사이에 생겨난 커다란 사상의 공백은 참으로 아이러니하고도 슬픈 일이다.
숟가락
장진성 (탈북시인)
쌀이 없는 집이여선지
그 집엔 숟가락이 없다
숟가락마저 팔아서
언젠가 아버지 제사상 차렸다
누가 행복을 원치 않으랴
죽물을 마시며 살아가는
그 집 다섯 식구
소원은 하나같았으니
앞으로 살림이 조금 펴지면
집안에 두고 싶은 첫 재산은
숟가락
다
섯
개
담임선생님을 울린 '숟가락 다섯 개'
- 파수꾼(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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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7-17, 1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