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3일은 칠흑같이 어두운 북한인권의 밤에 미인의 눈썹같이 아름다운 초승달이 떠오른 날이다. 미국의 북한인권 운동가 수잔 숄티가 서울평화상 수상 대상자로 선정된 경사스런 날이다. KBS의 전 사장 정연주가 이제라도 두 아들의 미국 시민권을 박박 찢고 그들의 나이가 몇 살이건 머리를 빡빡 깎여 논산훈련소로 직접 데려갈 확률보다 낮을 것 같던 가슴 벅찬 일이 북한인권의 블랙홀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난 것이다.
1996년 수잔 숄티가 이천만 북한주민의 수호천사로서 바위처럼 단단해진 전세계의 양심을 향해 가녀린 계란 몸을 던지기 어언 12년! 해가 갈수록 북한인권 문제만 나오면 그 어떤 곳보다 완고해지고 뻔뻔스러워 가던 북한인권의 당사자 대한민국의 한 켠에서 불쑥 북핵의 어둠 속에서 헤매는 북한인권의 배들이 하늘 아래 어디에 있건 볼 수 있도록 양심의 등대에 불을 밝힌 것이다. 그 순간 하늘에 반짝 초승달이 떠올랐다. 실은 12년 동안 보름달이 떠 있었지만, 이제야 양심이 마비된 사람들의 눈에 겨우 초승달로 비치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평화상심사위원회(위원장 이철승)는 제9회 서울평화상 수상자를 발표함으로써, 반세기 전 6백만 대학살에 침묵한 문명세계의 부끄러움을 정보가 빛의 속도로 전달되는 오늘날에 또다시 되풀이하는 세계10위권 경제강국의 체면을 조금이나마 세웠다.
안네 프랑크의 일기가 히틀러 생전에 발표되었다면, 과연 그것은 빛을 볼 수 있었을까. 이천만 북한주민의 수호천사 수산 숄티는 바로 그런 일을 대신 했다. 다행히 수잔은 북한의 무수한 안네 프랑크 일기를 북한이 아닌 미국에서 자신의 일인 양 눈물을 흘리며 발표했고 부모형제의 일인 양 한국에서 낭독했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 12년, 신기하게도 기도 한 번 드리고 나면 상처 하나 없이 깨끗해지는 그녀 주위로 하나둘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오로지 살아 계신 하나님만 믿고 핵폭탄의 불 속으로 서슴없이 뛰어드는 그녀를 보고 가녀린 잔다르크의 주위로 사람들이 모여들 듯이 곳곳에서 그녀를 구하기 위해, 그녀에게 인의 장막을 제공하기 위해, 그녀와 함께 울기 위해, 돈을 들고 양심을 들고 눈물샘을 들고 횃불을 들고 핸드마이크를 들고 피켓을 들고 북한해방의 팔찌를 들고, 사람들이 곳곳에서 적지만 꾸준히 모여들기 시작했다. 재미 건축가 남신우 선생님은 그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분이다. 남부러울 것 없는 직업을 내팽개치다시피 하고, 그녀의 보디가드로서, 그녀의 대변인으로서, 그녀의 청지기로서, 그녀의 모금 담당자로서, 그녀의 짐꾼으로서,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 하면서 북미 대륙을 마실 삼고 태평양을 개울 삼아 누구보다 눈물을 많이 흘렸다.
이천만 북한주민의 수호천사와는 별도로 북한인권의 가시밭길을 걸은 사람들도 많지만, 그녀보다 맑게 뜨겁게 씩씩하게 미국 의회와 UN 인권위와 한국의 빈들과 길거리에서, 탈북자를 태연히 죽음의 골짜기로 되돌려 보내는 아시아의 2천년 패권국가 중국의 대사관 앞에서 북한인권의 깃발을 높이 든 사람은 없을지 모른다.
이제 시작이다. 동족 3백만을 굶겨 죽인 것도 모자라 거짓말과 핵폭탄으로 15년간 줄기차게 다름 아닌 동족 4천8백만의 입과 목을 동시에 겨누는 독재자의 독재자를 향해, 조금도 주저함이 없이 인권의 핵폭탄을 높이 치켜든 수잔 숄티! 이제 그녀를 따르자. 아니, 그녀를 앞장서자. 그녀를 보고 차마 부끄러워 하자. 같은 민족을 3백만이나 학살한 자의 피라미드 하나 만드느라, 같은 민족 3백만을 굶겨 죽인 자는 민족 화해의 대상으로 여겨 일체의 비판을 삼가고, 3천만 피난민과 그들의 후손 1천8백만을 북한의 장관급보다 100배 자유롭고 10배 부유하게 만든 대한민국의 역대 지도자는 모조리 민족반역자, 또는 독재자로 매도하는 광기의 나라에서, 그들로부터 수구냉전세력으로, 변절자로 손가락질 받는 서울평화상 심사위원장이 내외 기자를 모아 놓고 노벨평화상의 징검다리인 서울평화상을 20만 달러의 상금과 함께 주기로 했다고 발표했다고 하여, 북한인권의 당사자인 한국이 당장 북한인권의 긴 잠에서 깨어나긴 어려울 것이다.
이제 시작이지만, 북한인권의 초승달이 이제 겨우 떠올랐지만, 일단 떠오른 초승달은 날로 커지게 마련이다. 상현달로 보름달로 커지게 마련이다. 한국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 북한인권의 태양도 떠오를 것이다. 북한의 2천만 동족에게도, 강제수용소의 20만 형제자매에게도, 만주를 떠도는 10만 한 핏줄에게도 인권의 초승달이 비치고 상현달이 비치고 보름달이 비칠 것이다. 언젠가는 그들에게도 인권의 태양이 떠오를 것이다. 자유민주통일의 태양이 솟는 날에!
수잔 숄티,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여, 이천만 북한주민의 수호천사여, 언젠가 그대 눈에서 기쁨의 눈물이 쏟아질 날이 오리라.
(2008. 9. 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