再錄/여론재판 독려하는 대법원장은 자유사회의 敵

법치주의를 무시하고 인민재판식 여론재판을 주문하는 대법원장을 보면서 우리가 자유대한민국을 지켜낼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정창인

이용훈 대법원장이 연일 우리를 불안케 하는 말을 쏟아놓고 있다. 사법부는 사회정의 실현을 위한 최후의 보루다. 사회정의는 법관의 법률가로서의 전문직업윤리와 전문지식에 의해 실현된다. 외부의 어떤 간섭도 배제하는 이유가 법관의 독립적 판단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용훈 대법원장은 부당하게 법관의 판단에 간섭하고 있다. 대법원장의 이런 태도는 우리를 아주 불안하게 만든다.

자유민주체제의 기본은 법치주의다. 미리 정해진 법에 의해 사회의 분쟁을 심판하게 된다. 법관은 직업윤리와 직업적 지식에 따라 법을 적용할 것이 요구된다. 법관의 편견이나 자의또는 정치적 판단이나 여론에 흔들려서는 안된다. 따라서 법관의 독립성이 중요하다.

그러나 대법원장의 발언 내용을 보면 법치주의를 부정하고 있다. 두산판결과 관련하여서는 “국민이 어떻게 수긍하겠느냐”고 힐난하였다. 법관의 직업적 판단보다도 여론을 중요시하는 발언이다.

신임법관 훈시에서는 이보다 더 심한 망발을 하고 있다. 그는 “결과가 공정하고 보편타당하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훌륭한 재판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사람의 뜨거운 숨결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생명력이 없는 죽은 판단이라는 점을 명심하여야 합니다”라고 말하였다. ‘뜨거운 숨결’이 법관이 지녀야 하는 윤리기준인지 들어본 적이 없는 새로운 가치다. 뜨거운 숨결로 재판하라는 것은 재판을 통해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고 혁명을 하는 자세로 재판을 하라고 주문하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다. 대법원장이 사법부를 혁명사령부쯤으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의심케 된다.

그는 또한 “여러분이 마주치게 되는 사람들은 피곤하고 어려운 삶에 지친 시민들입니다. 어디 한군데 마음 놓고 호소할 길이 없어 마지막으로 찾아 온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여러분들에게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법관들은 이런 사람들의 말을 들어 줄 수 있는 넓은 아량을 가져야 합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재판을 신청하는 사람들이 어디 피곤에 지친 시민들 뿐일까? 그 중에는 법을 악용하는 상습범죄자들도 있을 것이다. 재판을 마치 계급적 관점에서 하층민에게는 관대하고 상층민에게는 혹독할 것을 주문하는 것 같다. 법관을 마치 심리상담원 정도로 여기고 있지는 않은지 의심케 된다.

그는 “우리 법원은 사법권 독립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법관의 독립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러분뿐만 아니라 이 시대 의 모든 법관들은 법관의 독립을 지켜내기 위하여 어떠한 희생이라도 치를 각오가 있어야 합니다”라고 하여 법관의 독립성을 옹호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특정 정치적 성향을 가질 것을 주문하고 있는듯하다. 민주사회에서 새삼스럽게 사법권의 독립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 판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현 정권이 사법부를 정치적으로 이용할 생각이 없다면 이런 우려를 할 이유가 근본적으로 없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다음의 그의 발언은 과연 그가 대법원장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의심케 된다. 그는 “우리 법관에게 재판권을 수여한 주체가 국민이라는 점을 명심하여야 합니다. 재판은 국민의 이름으로 하는 것이지 판사의 이름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국민 대다수가 납득할 수 있는 판단이어야 합니다. 여러분이 법관의 최고 가치인 사법권 독립을 온전히 지켜내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법관이 될 것을 기대해 마지않습니다”라고 말하였다.

이 발언은 앞의 사법권 독립이나 법관 독립의 발언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그는 사법권이 정치권으로부터 독립을 지킬 것을 주문하였으나 그 이유가 바로 국민여론에 따라 재판할 것을 주문하기 위함이었다는 것이 이 발언으로 드러난다. “재판은 국민의 이름으로 하는 것이지 판사의 이름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는 그의 발언은 마치 공산주의자들의 ‘인민재판’을 연상케 한다. 그는 결국 여론재판을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여론재판이 어떻게 해서 법관의 독립성과 양립되는지 설명하기 힘들 것이다.

이용훈 대법원장의 발언은 우리 사회가 지금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증거다. 민주사회의 기본인 법치주의를 무시하고 인민재판식 여론재판을 주문하는 대법원장을 보면서 과연 우리가 지금 자유대한민국을 지켜 낼 수 있을 것인지 의심하게 된다. 법관의 독립이 아니라 여론재판을 독려하는 대법원장은 자유사회의 적이다. 이에 대한 분명한 심판이 있어야 할 것이다.

[정창인 독립신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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