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렴치한이 판치는 대한민국. 초고속으로 60억을 장만한 대법원장의 어줍잖은 변명을 보며 눈 내린 아침에 생각이 많아진다.
세금 탈루 파문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이용훈 대법원장이 변호사 시절 수임 당사자와 맺은 계약서 5년치를 대법원장에 취임하면서 모두 파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본인은 5년간의 모든 수임 내역을 공개할 수 있다고 장담했지만, 상세한 수임내역을 알 수 있는 대법관 퇴임 직후인 2000년 9월부터 5년 동안 변호사 시절 수임했던 470여 건의 수임 내역서는 이미 파기된 상태이다.
국세기본법은 납세자가 장부와 증빙 서류를 신고한 뒤 5년간 보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한다. 변호사 업계에서도 계약서 전량 파기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변호사들이 직무상 보관한 서류의 반환을 청구하는 채권의 소멸 시효를 보통 3년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소송 관련 서류를 3년간은 보관해야 소송 의뢰인과의 사이에 생길지도 모를 분쟁에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변호사 업계에서도 이례적인 이런 일을 어째서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했을까?
그는 10원이라도 탈세했다면 직을 그만 두겠다고 말한 사람이다. 자신이 그토록 꼼꼼하다는 것을 강하게 표현한 것일까? 10원 단위까지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정작 5년 간의 수임계약서를 전량 파기할 수 있단 말인가? 그것도 왜 하필 대법원장에 취임하면서 모두 파기했을까?
본인은 변호사 사무실을 폐업하면서 그 계약서들이 짐이 되었기 때문에 파기했다고 한다. 좀 황당한 생각이 든다. 그 계약서들은 자신에게 60억원을 벌어다 준 황금의 문서들이 아니었던가? 대법관 퇴임 이후, 5년간 60억원을 벌어다 준 그 문서들이 이제는 짐이 되었단 말인가? 5년간 60억원을 연평균으로 환산하면 12억 원, 한 달에 1억 원씩을 벌어 들였다는 얘기다. 한 달에 1억원씩 벌어다 준 그 가슴 벅찬 황금의 계약서들을 쉽게 버리고 싶었을까?
그 자신에게도 부끄러웠던 5년의 세월
모두가 자신의 화려한 영광의 과거는 간직하고 싶어하는 법이다. 영광스러운 과거를 기념하고, 돌아보고, 추억하면서 자신의 살아온 삶에 자긍심을 간직하고 싶어하는 것이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영광스러운 5년 간의 기록물들을 전량 파기했다는 것은 지난 5년의 세월이 그에게 있어서 부끄러운 세월이었다는 하나의 반증에 불과하다. 그 자신도 파묻어 버리고 싶은 세월을 살았다는 증거이다. 돈은 벌었으나 그 60억원이 그 자신에게 그리 자긍심을 느끼게 할 만한 돈은 아니었던 것이다. 땀 흘려 노력하고 고생하며 살아온 5년 이었다면, 그래서 벌어들인 돈이었다면 그렇게 서둘러 파기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의 간교함
그 자신이 모든 수임계약서를 파기했다는 것은 스스로 자신의 부끄러움을 알고, 그 5년을 들추면 튀어나올 모든 문제점들을 원천적으로 덮어버린 것이다. 자신이 수임한 사건의 내막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변호사도 있을까? 사람들은 대법관 출신의 화려한 이름만 빌려주고 수임료를 챙겼다느니 전관 예우였다느니.. 하는 의혹들만 제기하지만, 그 자신은 이미 그런 것이 의혹이 아니라 엄연한 사실이었음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한 점 부끄러움 없는 자의 모습으로 떳떳이 대법원장에 취임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파기한다고 해서 그의 과거까지 씻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의 인격까지 감출 수는 없는 것이다.
그의 파렴치
그는 감히 자신의 과오를 덮기 위해 예수님의 이름을 가지고 왔다. 신앙인이니 십일조니 하면서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고자 했다. 법을 지키지 않은 일로 비롯된 사건에서 왜 신의 이름을 들추는가? 법관은 오직 판결로 말한다는 법조계의 오랜 관행을 깨고 돌출 행동을 일삼더니 이제는 위법 사실을 말하는데 신앙까지 들먹이는가? 그럼 판결할 때 법으로 판결하지 않고 신앙으로 판결한텐가?
자신의 이해관계를 위해 신앙을 들먹이는 것은 기복종교의 기본이고 파렴치한 행동이다. 성경에는 하나님의 이름으로 맹세하지 말라고 했다. 너나 없이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하나님의 이름을 갖다 써먹는다고 생각해보라. 그게 바로 신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는 것이다.
파렴치한 자들이 판치는 나라
지금 이 나라는 법치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황당한 사건들이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대통령은 툭하면 헌법의 정신들을 무시하고 독재적인 생각들을 쏟아낸다. 법치주의는 간 곳없고, 코드주의만 판을 친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역사를 들먹이고, 시대적인 사명을 들먹이고, 개혁을 들먹인다. 법대로 하나하나 하자는데 자신들의 어줍잖은 이념을 앞세운다. 법이 정해준 임기를 채우고자 노력해야 할 자가 툭하면 감정대로 그만 두겠다고 한다. 국민의 종복이 되어야 할 자로 법에 규정된 자가 툭하면 국민을 위협하고 국민들의 말에는 더 이상 신경쓰지 않겠다고 한다. 이는 다 파렴치한 행동들이다. 법과 규칙을 무시하고 제 감정대로 날뛰는 자를 우리가 흔히 양아치라고 하지 않는가?
대통령이 이러니 또한 그러한 자를 대법원장을 비롯한 각 요소요소에 임명하는 것이다. 법을 수호하고 법대로 판결하고 법대로 살아야 할 자가 법을 내팽개치고 신의 이름을 갖다 붙인다. 법을써야할 데 법을 쓰지못하고, 신앙을 써야 할 데 신앙을 쓰지 못하는 혼돈이 이 나라에 횡행하고있다.
이 무질서와 혼돈을 정리하는 2007년이 되기를 소망한다. 소망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부끄럽지 않은 영광스러운 2007년을 위해 부끄럽지 않은 정직한 땀을 흘려야 하겠다. 초고속으로 60억을 장만한 대법원장의 어줍잖은 변명을 보며 눈 내린 아침에 생각이 많아진다.
[ 2007-01-06, 09: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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