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월가를 강타한 금융 허리케인이 동으로 대서양을 건너고 서로 태평양을 건너 세계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유라시아에 동시에 밀려오고 있다. 이에 따라 공산권 붕괴 후 자연스럽게 자리잡은 신자유주의가 동네북이 되는 것은 약과로 시장 자체가 맹공을 받고 있다. 이런 발상의 근저에는 유럽식 사회주의와 아시아식 봉건주의가 도사리고 있다. 미국의 레이건과 영국의 대처에서 비롯된 신자유주의를 자유방임주의라고 질타하는 것이 유럽식 사회주의이고, 오대양 육대주를 넘나드는 영미(英美)의 금융 투망(投網)을 신제국주의로 매도하는 것이 아시아식 봉건주의다.
신자유주의로 가장 혜택을 본 나라는 실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와 EU다. 그 다음으로는 인도와 일본과 아시아의 세 용 그리고 동남아시아와 중동 산유국이다. 연간 5천억 달러에서 8천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덕분에 중국과 독일과 일본과 중동과 러시아는 넘치는 달러를 주체하지 못했다. 한국도 원님 덕에 나팔 부는 격으로 중국과 미국을 상대로 '와 이래 좋노'를 연발하며 10년간 기록적인 무역흑자를 기록하면서 외환위기를 아픈 만큼 성장하는 기회로 승화시킬 수 있었다.
미국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는 과소비다. 일본인의 비만율 3%와 미국인의 비만율 30%는 생산 중심의 일본 경제와 소비 중심의 미국 경제를 상징적으로 잘 나타낸다. 마이너스 국내 저축과, 일본과 중국을 비롯한 해외로부터 자본 역수입은 미국의 시장을 계속 왜곡했다. 빚내서 흥청망청하는 것은 시장이 아주 싫어한다. 단, 시장은 점잖아서 개인이든 국가든 과소비하면 과소비하는 대로 내버려둔다. 빚잔치에 기름을 부은 자들이 그린스펀과 월가의 금융귀재들이었다. 저금리와 파생상품은 과소비를 부추겼고 실물경제의 손을 떠났다. 과소비의 외상장부는 연말을 여러 해 넘기다 보면 거지의 넝마처럼 너덜너덜해질 수밖에 없고, 파생상품의 연은 하늘 높이 날아오른 만큼 실이 끊어지면 곤두박질치면서 자유낙하할 수밖에 없다.
저금리와 파생상품은 미국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유럽과 아시아도 저금리로 우아하게 살고 파생상품으로 일확천금하는 데 다투어 끼어 들었다. 상대적으로 미국보다 규제를 좋아하는 큰 정부였기 때문에 유럽과 아시아가 배는 아팠지만 몫을 덜 챙겼을 따름이다.
미국은 3차산업과 1차산업이 유라시아를 압도한다. 대신 2차산업은 갈수록 경쟁력을 잃고 있다. 그런데 신자유주의의 WTO에서도 공산품은 거의 마음대로 국경선을 넘지만, 미국이 절대적으로 우위를 보이는 서비스와 농산물은 국경을 넘기가 매우 어렵다. 유럽이든 아시아든 선뜻 문을 열지 않기 때문이다. 유럽 농업 소득의 77%는 보조금이다. 이걸 27%만 낮추어도 유럽의 뙈기밭은 미국의 프레리(prairie)에 의해 잡초가 무성해진다. 중국의 서비스산업은 인도에도 미치지 못한다. 여기에 미국이 중국의 공산품에 대해서 문을 연 만큼 중국이 서비스업에 대해 문을 열면 중국의 서비스업은 미국에 바로 접수된다. 그러면 2007년 1600억 달러에 달한 중국의 대미 흑자는 대미 적자로 바뀔지 모른다. 일본과 독일의 서비스산업도 미국에 대해서 공산품에 대한 것만큼 상호개방하면 이 두 나라의 변호사, 회계사, 의사, 교수 등이 모조리 길거리에 나앉을지 모른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시장에서 절대강자다. 하지만 가장 강한 두 부문에서 2인 3각 경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거기에 더하여 GDP에 따르면 이제 미국은 지구촌 안보의 20%만 담당해야겠지만 자의반 타의반 50% 이상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쌍둥이 적자를 면할 수 없다. 이런 상태에서는 덜 쓰고 더 저축해야(less spend more save) 한다. 그런데 그걸 못했다. 아무도 그런 데에는 신경을 안 썼다.
미국의 과소비를 최대한 이용하여 쌓아올린 유라시아의 달러는 미국이 허리끈을 1인치만 조이면, 여기저기서 숨 넘어가는 소리를 지르며 뱉어내게 되어 있다. 뚱보가 허리끈 1인치 줄이면 물 찬 제비처럼 날씬해지고 초원을 질주하는 얼룩말처럼 건강해지지만, 정상인이 허리끈 1인치 줄이면 하늘이 노래진다.
시장의 실패가 아니다. 시장의 경고다. 자유시장은 여전히 상생(相生)하는 멋진 제도이다. 시장퇴출의 암 제거 수술, 구제금융의 긴급수혈, 투명성 확보의 비파괴 검사 다 보호자인 60억 지구인이 동의하고 격려하고 장려해야 한다. 그러나 시장을 억압하는 규제나 시장을 능멸하는 광란은 둘 다 경계해야 한다. 차제에 미국은 2차산업의 경쟁력을 더 확보하고, 유라시아는 1차산업과 3차산업의 경쟁력을 더 길러야 한다. 그래야만 세계가 야바위꾼이 발을 못 붙이는 하나의 상설 장터가 될 수 있다. 비정상적인 상태를 정상적인 상태로 돌리라는 시장의 경고를 사르코지나 오바마처럼, 보나마나 봉하궁의 반미주의자처럼 엉뚱하게 해석하면 도리어 시장의 보복을 받게 될 것이다. 어즈버 태평세월에 다들 잊었는지 모르지만, 시장의 가장 큰 보복은 전쟁이다.
상품이 국경을 넘지 못하면 군인이 넘는다. --- Cordell Hull
(2008. 10. 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