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통화 교환이 독이 될지도 모른다

이런 때일수록 과학기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고 강성노조의 연성화가 화급하다.

 

 이명박 정부가 전 국민으로부터 박수를 받은 것은 미국과 맺은 6개월 한시적 통화 교환

(swap)이 유일하지 않을까 한다. 9월 위기설이 무사히 넘어가는가 했더니, 10월에 위기가 현실로 닥쳐왔다. 9월 위기설은 반(反) 이명박 세력의 기대 반 염려 반이었다. 그것은 주로 국내 요인을 고려한 것이었다. 그러나 실지로 닥친 10월 위기는 해외 요인이 더 컸다. 엎친 데 겹친 격으로 이명박 정부의 허둥지둥, 갈팡질팡, 오락가락, 짜증, 호통, 호언장담, 리만 브러더스 막춤 등으로 한국은 수출지향의 다른 어떤 아시아 국가보다 피해가 커졌다. 특히 이자 한 푼 없는 공짜 점심이라던 외국인 직접투자(FDI; DJ 어록에 나옴)가 주식시장에서 연일 먹튀 축제를 벌이면서 달러 수요가 급증하여 2천억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고가 무색하게 한국의 원화 가치는 곤두박질쳤다.
 
 자유 낙하하던 원화가 미국과의 6개월 한시적 통화 교환으로 안정을 되찾았다. 큰 소리만 뻥뻥 쳤지 삼진, 더블 플레이, 파울, 헛 스윙을 연발하던 강만수 4번 타자가 적시타를 날렸다. 빈정대던 말들이 쏙 들어갔다. 그렇다, 잘하면 야당 포함 전 국민이 박수를 보낸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일방적으로 지고 있던 경기에서 시원한 2루타를 날려 한두 점 따라붙은 걸 갖고 끝내기 역전 홈런이라도 친 듯이 이명박 감독과 강만수 4번 타자는 하이파이브를 보여 주는 데에 그치지 않고 샴페인을 터뜨렸다. 아직도 경기는 2회전 정도밖에 진행되지 않았고(임기가 5년이니까 1년이 2회전에 해당), 점수는 여전히 크게 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비는 건성으로 하고 강공 작전으로 방망이를 크게 휘두르고 있다. 득점도 득점이지만 앞으로도 대량 실점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니까(실물 경제 침체는 피할 수 없음) 우선적으로 수비를 강화하여 실점을 최소화해야 한다. 한두 점은 괜찮지만 대량 실점하면 경기를 도저히 뒤집지 못한다.

 

 미국이 구조조정에 들어간다는 것은 세계최대 소비시장이 크게 위축된다는 것을 의미하니까, 세계적인 경제 침체는 피할 수가 없다. 특히 수출  아시아 국가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이후 경제 체질이 많이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저가의 범용 제품과 고가의 첨단 제품 사이에서 틈새 시장을 노리고 있기 때문에, 몇몇 제품의 눈부신 선전에도 불구하고 생산과 소비 양쪽에서 동시에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거기에 전투적 귀족노조는 최고 경영자의 애원도 소비자의 고발도 우습게 여긴다. 또한 독일과 일본을 따라잡으려면 과학기술을 최우선시해야 되는데, 이명박 정부는 아예 한국 과학기술의 요람인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 둘 다 딴 부처에 일찌감치 통합시켜 버렸다. 외환위기를 맞아 김대중 정부가 기업의 돈줄을 바싹 죄는 바람에 우선 당장 돈이 안 되는 각 연구소가 날벼락을 맞은 이래, 이제 금융위기를 맞아 과학기술은 다시 한 번 큰 위기에 처해 있다.

 

 돈만 푼다고 경제가 불일 듯 일어나지 않는다. 유류세를 돌려 준다, 미분양 아파트 사 준다, 세금 깎아 준다, 외환 부채 보증해 준다, 은행이자 내리고 또 내린다, 적자 재정 꾸리겠다 등으로 시중에 유동성을 마구 높이고 있는데, 이중에 꼭 필요한 것도 있지만, 득보다 실이 많은 것도 있다.

 

 세계적인 유동성 위기와 실물경제의 위축 상황에서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다. 이런 때에 한계기업은 시장에서 도태되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성장기업이 일어선다. 그런데 정부의 선심 정책이 잦아지면, 이런 기업도 국민 세금으로 연명하게 된다. 그러면 우량 기업과 미래의 성장 기업이 손해본다. 한국은 지난 10년간 기업부채비율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정부부채와 가계부채는 경제성장을 훨씬 웃돌게 늘어났다. 전체적인 부채비율로 보면 외환위기 때보다 한층 악화되었다. 소비를 진작시킨다고 묻지마 카드 발급을 묵인하고, 기업 투자를 늘린다고 은행 이자를 계속 낮춘 결과 엉뚱하게 가계부채만 늘어나고 부동산 거품만 일어났다.

 

 정부가 강성노조는 경찰을 때려도 오냐오냐하고 기업총수는 아무리 고용을 많이 창출하고 아무리 세금을 많이 내도 걸핏하면 네 죄를 알렷다, 하며 잡아들이는데 어떤 기업이 투자할까. 회사는 현금을 두둑이 쌓아 두거나 투자를 하더라도 대개 해외에 투자했다. 지금도 30대 대기업의 자본금 대비 현금 유보율은 600% 가량 된다. 돈이 없는 게 아니다. 투자할 여건이 안 될 뿐이다. 더군다나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 수요가 줄어들 게 뻔한데, 함부로 투자할 리가 없다. 대통령이 청와대로 불러서 기합 준다고 될 일이 아니다.      

 이런 때일수록 과학기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고 강성노조의 연성화가 화급하다. 그러면 반드시 기회가 온다. 대역전이 가능하다. 조정 받지 않을 수 없는 건설업에 정부가 앞장서서 불을 지피는 것은 부실을 더 키우기 쉽다. 벌금형 세금 등은 없애거나 대폭 축소하는 게 마땅하겠지만, 재정을 투입하여 일시적 유동성에 빠진 기업만이 아니라 한계기업까지 살려 주는 것은 더 큰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 잃어버린 10년을 외치다가 그보다 더 못한 5년이란 말을 들어서는 안 되겠다.
             (2008. 1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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