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예년과 조금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1월 1일 공동사설에서는 웬일인지 전세계 독재자들이 환영해 마지않는 버락 오바마를 의식해서인지 미국에게는 꽤 유화적인 어조를 보였지만, 한국 정부에 대해서는 섬뜩한 악담을 서슴지 않으면서 해묵은 남남갈등의 전략을 대대적으로 공개했다. 1월 14일 노동신문 사설에서는 북한 식 비핵화의 의미를 분명히 밝혔다. 한반도에서 미국의 핵우산을 접는 것이, 한국에 있음이 틀림없는 핵무기를 북한의 감시 하에 사찰하고 폐기하는 것이 먼저요, 북한의 자위용 핵무기에 대해서 논의하는 것은 나중이라고 주장했다. 노태우 정부의 한반도비핵화선언은 김정일의 대리인이 직접 확인하지 않는 한 믿을 수 없다는 궤변이다. '한반도의 비핵화는 김일성의 유훈'이라는 것이 무엇임을 제 입으로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머잖아 있을 양자회담 또는 6자회담의 최우선 의제로 북한의 비핵화가 아니라 한국의 비핵화를 상정하겠다는 뜻으로 새길 수도 있다.
1월 17일 북한군 총참모부 대변인이 군복을 입고 나와 '남조선과의 전면적 대결 태세'를 선포했다. 1월 30일에는 조평통(조국평화통일위원회)이 일방적으로 남북간 정치군사적 모든 합의사항들을 무효화한다고 선언하고, 남북기본합의서와 부속합의서에 있는 서해 해상군사경계선(NLL)에 관한 조항들을 폐기한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대포동 미사일을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것이 우방의 인공위성에 잡혔다. 또한 대대적인 인사개편을 실시하며, 김정일이 농담으로라도 죽으라면 그 자리서 죽을 김영춘과 이영호를 각각 인민무력부장(국방장관)과 총참모장(합참의장)으로 발탁했다. 김영춘은 장성택과 손잡고 1994년 북한군 6군단의 쿠데타 시도를 교활하고 무자비하게 진압하면서 승승장구한 인물이다.
서해의 NLL 근방에는 중국의 꽃게 싹쓸이 어선이 사라진 모양이다. 1999년 제1차 연평해전과 2002년 제2차 연평해전 때와 마찬가지라고 한다.
한국은 이에 대해서 한국에는 핵무기가 없다, 의연하게 대처하겠다, 6·15 정신에 입각하여 김정일을 꼬박꼬박 김정일 위원장이라고 부르겠다, (진실만 담은 것이지만 김정일 위원장이 노발대발한다니까) 대북 삐라를 못 뿌리게 하겠다, 라고 말싸움에서 이미 지고 들어가고 기 싸움에서 한풀 꺾이고 있다. 핵무기가 없지만 다시 미국에 부탁해서 핵무기를 재배치하겠다거나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핵폐기물인 플루토늄을 재활용하겠다, 라고 모기 소리처럼 작고 가늘게 말해야 말싸움에서 카운터 펀치를 날린다. 김대중의 매국적 교전수칙을 공식적으로 폐기한다는 말도 살짝 곁들어야 한다. 그것은 북한의 함정이든 어선이든 NLL를 넘는 순간 바로 선제공격하겠다는 의미니까, 한국 해군의 자동조준 자동추격 대포의 위력은 김정일이 누구보다 잘 아는지라 그 말을 듣는 순간 재떨이를 집어던지며 가슴을 움켜쥔다. 덤으로 조용히 남북협력기금에서 대북 진실방송 재개용 예산을 배정하면, 2천만 북한주민이 비록 생지옥이지만 이불 속에서나마 희망의 태양을 볼 것이다.
미국은 대포동미사일을 요격할 수도 있다, 대화하자, 빌 클린턴의 부인이 간다, 우린 이란의 핵무기에 지대한 관심 있다, 북한이 핵실험한 것은 사실이다, 라고 대국의 풍모를 풍김으로써 김정일의 실소를 자아내고 있다. 강제수용소를 시찰하겠다, 한국 정부가 못한다면 미국이 나서서라도 탈북자를 전원 받아들이겠다, 미사일 발사대를 꽃미남처럼 예쁘게 성형 수술하겠다, 북한 식 대화에 신물이 난다, 힐러리 클린턴이 아니라 존 볼턴이 간다, 주한미군에게 핵우산을 몇 개 보낼까 말까, 일본의 핵무장화를 용인할까 말까, 이렇게 나가면 김정일은 간이 콩알만해져서 철봉각 속으로 들어가 최소한 6개월은 침묵을 지킨다.
김정일은 난데없이 먼저 협박한다, 금방이라도 큰 일 낼 듯이 우렁차게 외친다, 또 외친다, 또 외친다, 그러다가 잠잠히 눈치를 살핀다. 이윽고, 에이 아무 것도 아니네, 라고 한국과 미국이 비실비실 웃으며 갑호 비상경계조치를 풀고 군인들이 마음껏 외박 나가 '노바디
(Nobody)'를 부르며 춤추게 만들면, 그 때에 회심을 미소를 지으며 진짜 일을 벌인다. 그러나 이 도발은 큰 것이 아니라 아주 작은 것이다. 적이 무지무지 크게 도발했다, 그러나 일거에 격퇴했다, 라고 거꾸로 선전하여 내부적으로 긴장의 끈을 바짝 조인다. 외부적으로는 뭐야, 뭐야, 시대착오적인 반공정책으로 10년 공든 탑을 무너뜨렸다, MB 아웃! 이런 식으로 남남갈등을 한껏 부추긴다.
큰 도발은 육이오처럼 쥐도 새도 모르게 한다. 평화조약을 맺은 월맹처럼 두 눈 번히 뜨고도 누구도 알아채지 못하게 침략 정보를 독점하여 감쪽같이 해치운다. 일주일 안에 모든 것을 끝내는 것이 저들의 전략이다. 폭력과 거짓으로 60년 생지옥을 구축한 김씨공산왕조다. 계란 앞에 바위를 들이대는 식의 압도적인 힘, 공산독재 정권의 무자비함과 북한 주민의 생지옥 생활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는 진실에 대한 용기, 그리고 공산독재에 맞서는 국내적 국제적 단단한 일체감, 이것이 아닌 한 김정일은 외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저 오동통한 것을 어떻게 요리해 먹을까, 구워 먹을까, 삶아 먹을까, 쪄 먹을까, 데쳐 먹을까, 한 입에 삼킬까, 잘근잘근 씹어 먹을까, 역시 나는 천재야, 이런 즐거운 상상에 키득키득 웃는다.
(2009. 2. 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