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양의 초상권(肖像權)

호색한들을 처단하는 것과 고인의 명예와 인격을 존중하는 것은 달리 생각해야 한다. 황사가 날아오는 계절이다. 방송과 신문 사이버 언론에도 황색 바람이 휘몰아 치고 있다. 자살한 여배우 C양에 대한 기사가 연일 비중있게 다뤄지면서 그녀를 두 번 죽이고 있다. 우울증에 의한 단순 자살사건으로 간단히 보도됐던 이번 사건은 연예계의 검은 커넥션이 폭로되면서 세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흑막이 파헤쳐지면서 C양이 남기고 간 유서 내용의 진실 공방이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C양이 술대접에 동원됐던 그 전모가 드러나면서 연예계의 추악한 거래가 소상하게 드러나고 있다.

청순하고 연약했던 아리따운 여배우가 접대에 나서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자살로 생을 마감했을까?를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연예계의 지저분한 뒷거래에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힘없어 짓밟혀야 했던 C양의 지난날을 상상해보면 약육강식의 먹이사슬이 무섭게 느껴질 뿐이다. 마치 동물의 왕국에서 호랑이에게 포획된 사슴의 바둥대는 모습이 연상되기도 한다. 화려한 무대, 그 뒤편의 초라하고 고달픈 피에로들에게 측은함을 지워버릴 수가 없다. 꽃다운 나이에 수모와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죽음의 길을 선택한 C양의 자살 앞에 유족들은 통곡하고 있다.

그녀를 괴롭힌 인면수심의 쟁이들은 누구인가에 대해서도 사회는 공분으로 들끓고 있다. 분노하고 있다. 언론은 그들의 실체를 밝혀내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연일 그 명단의 '이니셜'이 보도되고 해당자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수사의 강도가 높아지고도 있다. 생기 발랄했던 한 여배우를 앞에 두고 욕정에 불탔던 인면수심의 장본인들을 밝혀내고 처벌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러나, 그것 못지않게 가볍게 취급해서는 안될 것이 있다. 사자(死者)에 대한 인권과 명예 훼손이다. C양이 상대했던 남성들의 숫자와 직업을 들춰냄으로써 사자는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 한낱 작부로 전락되고 있는 것이다. 약한 자를 보호하고 정의의 편에 서는 보도행위가 피해자인 고인의 명예를 여지없이 짓밟고 있다는 사실을 언론은 잊고 있다. C양의 해맑고 청순한 모습이 원형 그대로 TV화면에 보도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초상권에 대한 침해를 스스럼없이 저지르고 있다.

고인이 술대접에 동원된 약자요, 피해자였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그 밝은 미소와 표정은 모자이크 처리돼 가리어졌어야 했다. 그것이 언론 보도의 심의 기준이요, 윤리요, 도덕이기 때문이다. 술자리에 동원된 사실 그 자체가 자랑스럽거나 명예로운 것이 아닌 이상 사자에 대한 명예와 인권은 보호돼야 한다. 연예계의 추잡한 연결고리를 파헤치고 정념에 불타는 호색한들을 처단하는 것과 고인의 명예와 인격을 존중하는 것과는 달리 생각해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 또한 억울해서 한을 품고 숨진 C양 사건을 앞에 두고 직무 유기를 하고 있다.

언론의 무지막지한 황색보도에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국가 인권 위원회는 조직 축소에 반발하며 조직 보호에 급급하는 이기주의에 빠져 있다. 방송통신심의 위원회 또한 마찬가지다. 방송과 신문, 그리고 사이버 언론과 국가인권위원회는 C양의 가련함과 원한을 풀어주지 못하고 있다. 명예와 인권도 지켜주지 않았다. 참으로 후진적이고 야만스러운 나라의 황색보도여! 사이비 인권론자들이여!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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