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인척이) 이권 개입이나 인사 청탁을 하다 걸리면 패가망신 시키겠다."--2002/12/26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희망의 돼지저금통을 흔들어 대통령에 당선된 노무현은 도덕의 화신을 자처했다. 그러나 재임 초부터 망측한 소문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역시 스스로 도덕의 주춧돌 위에 세워진 권력은 막강하여, 미지근한 수사와 눈 감고 아웅 식 구속과 묶음형 특별사면이 뒤따랐다. 스스로 구린 데가 많을수록 권력의 칼자루에 손을 갖다 대며 도리어 큰소리치고 눈을 부라리는 것은 위선자의 상투수법이지만, 영원할 것 같던 권력의 끈에서 멀어지면 사실은 하나둘 밝혀지게 마련이다.
미꾸라지 강금원과 이무기 박연차가 연못의 가물치 행세하고 바다의 용 노릇하더니, 권력의 후광이 사라지자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 고분고분해졌다. 이들 자금줄과 돈 먹은 386 노무현 동기들의 입은 이제 벙긋할 때마다 전과 달리 각광(脚光)이 아니라 역광(逆光)을 받고 있다. 친인척이 줄줄이 손을 들어 얼굴을 가리는가 했더니, 드디어 2.0 민주성지의 성주(城主) 부부마저 성지 순례자들을 향해 더 이상 손을 흔들지 않는다. 상왕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닌가 보다.
김영삼의 위선은 아직도 요지부동이다. 전두환과 노태우는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하지만, 김영삼은 여전히 허여불구레한 얼굴을 꼿꼿이 쳐들고 큰소리 뻥뻥 친다. 한 마디로 말해서 상왕 노릇을 톡톡히 한다. 그는 노무현처럼 단호하게 한 푼도 안 받았다고 했지만, 현철 소황제에게 쓰고 남은 것만 맡겼다는 게 1천 억원이 넘었다. 실지로 쓴 돈은 얼마였을까. 과연 그가 전두환과 노태우보다 적게 썼을까. 그럼에도 그는 법의 보호를 받았다. 감히 김영삼 민주 상왕을 법정에 세울 권력과 여론이 없었다. 이미 김대중에게 보험을 들어놓았기 때문이다. 1997년 만약 권력에 종속되기 마련인 비밀스러운 개인정보를 언론에 흘렸다면, 감히 김태정이란 애송이 검찰총장이 소신 있게 김대중에 대한 수사를 거부할 수 있었을까. 후에 김영삼은 만약 그 때 수사를 단행했으면 폭동이 일어났을 거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김대중은 대리자 노무현으로부터 다시 한 번 법의 보호를 받는다. 박지원과 권노갑과 아들이 대신 옥고를 치르는 것으로 자신이 법정에 서는 것을 대신했다. 전두환과 노태우는 군부 출신으로 쿠데타 주역이요 독재자이지만, 김영삼과 김대중은 민간인 출신으로 민주화 주역이요 민주 상왕이다. 따라서 그들은 무죄라는 것이 한국의 주류 여론이다. 김영삼과 김대중은 이회창을 두려워했다. 그가 권좌에 오르면, 법에 따라 자신들을 구속하고 자신들의 위선을 만천하에 드러낼 것을 저승사자에 끌려가는 것처럼 두려워했다. 후에 야망을 버리지 못한 이회창은 노무현의 입에 의해 차떼기의 원조로 전두환과 노태우 다음으로 부패한 정치인으로 낙인찍힌다. 그로써 그는 기껏해야 제2의 김종필 이상은 되지 못한다.
넉넉한 가정에서 자란 김영삼과 어려운 가정에서 자란 김대중은 돈에 대한 애착이 다르다. 그런 점에 비추어 볼 때 정치자금은 김대중에게 덜 갔더라도 그 주위에 더 많이 머물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항상 비리로 연루된 사람을 보면 김대중의 사람들이 가장 적다. 김현철 1100억, 권노갑 200억 하는 식이다. 전두환과 노태우 월등한 공동 1위, 이회창 3위(최소한 800억 이상), 김영삼 한참 뒤진 4위(주로 노태우로부터 전해 받은 것), 김대중 그보다 제법 떨어지는 5위, 노무현 깜도 안 되게 적은 6위, 이런 순서가 공식화되어 있다.
가장 궁금한 것은 김대중이 과연 노무현에게 한 푼도 안 주었을까, 하는 것이다. 이건 전두환이 노태우에게, 노태우가 김영삼에게 준 것을 역산하면 대충 나온다. 정권이 바뀌면 상상도 못할 역풍이 불 것이기 때문에 정권의 생리상 안전책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김영삼과 김대중도 겉으로는 견원지간처럼 굴면서도 서로가 마지막 뇌관은 건들지 않음으로써 사이좋게 민주 상왕으로 머물고 있는 것도 넓게 보면 이 안전책에 속한다. 그런데 노무현은 한 푼도 못 받은 것으로 되어 있다. 실지로 한 푼도 안 썼다. 그래서 강금원과 박연차가 가물치 대장 노릇하고 용왕 노릇할 수 있었던 것이다.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 돈과 권력이 이란성 쌍둥이로 판치고 설치는 한국의 정치판에서 평생을 산 김대중이 아무리 인색하기로서니, 과연 입매와 눈썹이 칼날 같은 이회창이 권좌에 오를 가능성이 농후하던 때에 당선 가능성이 거의 도박에 가까웠던 노무현에게 대선자금을 한 푼도 안 주었을까. 어쨌건 노무현은 한 푼도 안 풀었다. 둘 중 하나가 꿀꺽했음에 틀림없다. 당시 국회의원 후보 한 명에 50억이 들었다고 볼 때, 대통령 후보는 최소한 곱하기 10은 해야 할 것이다. 500억 내지 1000억이다. 그 돈은 김대중 또는 노무현에게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통쾌하게 이회창을 차떼기 원조로 몰아서 도덕성 하나로 버티던 그를 시궁창에 빠뜨렸다.
아마 김영삼과 김대중을 민주 상왕으로 모시는 한국의 언론들은 이 둘에 대해 침묵할 것이다. 그리고 노무현을 한 5년간 잘 이용했던 김대중과 김대중 파는 이 참에 도마뱀 꼬리 자르기로 노무현을 지저분한 푼돈으로 생매장 시키는 데, 강 건너 불구경하듯 침묵하거나 성수대교가 무너지듯 개탄함으로써 미필적 고의를 저지를지도 모른다. 목돈에 대해서는 그 파편이 너무 두려워 서로 모른 척할 것이다.
(2009. 4. 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