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북한 주민들에게 개만도 못한 존재가 돼버린 김정일에게 남은 것은 북한 인민들의 준엄한 심판뿐이다.
4월5일 북한은 한국과 미국, 일본 등 전세계를 상대로 ‘위대한 쇼’를 벌였다. 광명성 2호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면서 북한 인민들의 1년치 식량에 해당하는 3억달러짜리 미사일 한 발을 허공으로 날려 보냈다. 이 점에서만 본다면 김정일이 자화자찬하듯 ‘통 큰 령도자’임은 분명한 듯하다. 그리고 우주 개척의 성공이라는 거창한 명분 아래 요란한 그들만의 잔치를 벌였다.
김정일의 ‘위대한 쇼’를 보면서 그의 ‘쇼’가 준비되는 동안 수많은 인민이 죽었을 것이다. 그리고 ‘쇼’가 끝난 지금도 북한 인민들이 요란한 ‘등화관제’의 사이렌 소리에 달려 나와 당장에라도 무너질 것 같은 갱도(벙커)로 몰려 들어가 떨고 있을 모습이며, 완전군장에 신발을 신은 채 쪽잠을 자야 하고, 살얼음이 뜬 소금시레기국과 얼어터진 옥수수밥을 씹으며 ‘미국제국주의자’들과 ‘남조선괴뢰’들, ‘일본제국주의’를 저주하고 있을 북한군인들의 모습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통 큰 거짓말’을 ‘위대한 쇼’로 연출하는 김정일의 능력에는 한계가 없어 보인다. 왜냐하면 김정일 스스로가 최고위 당 간부들에게 말했듯이 “조선은 핵심 당원 3만명만 있으면 존재한다”고 했으니, 굶어 죽어가는 2300만의 인민은 그저 그의 소품일 뿐이다. 그러나 김정일은 알고 있다. 북한의 최고위 간부들은 느끼고 있다. 북한 전체가 심판자로 최후의 날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고 있다. 그래서 김정일은 ‘위대한 쇼’가 필요했고, 정상 궤도에도 진입시키지 못한 반쪽짜리 미사일을 광명성 2호 인공위성이라고 떠들어대며 절대권력의 과시를 연출하고 있지만 이제 그들의 3억달러짜리 쇼에 관심을 가지는 북한 주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얼마 전 탈북한 지 6개월도 채 안된 초등학생 나이의 어린 꼬마들을 만났을 때다. 김정일에 대해 묻자, 바로 ‘정일이’ ‘그치’ ‘걔’ ‘미물(바보)’ 같은 말들이 앞섰다. 내가 탈북했던 1995년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김정일에 대한 존칭 수식어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북한에 있을 때부터 그랬는지 물어 보았다. 그러자 한 탈북 꼬마의 대답이 명언이었다. “정일이 걔 안됩니다. 우리 엄마를 굶겨죽였는데 어찌 존칭을 한단 말입니까. 차라리 우리 집 똥개가 더 낫지….”
이미 북한 주민들에게 개만도 못한 존재가 돼버린 김정일에게 남은 것은 북한 인민들의 준엄한 심판뿐이다. 공산주의와 독재는 시작과 끝 소리가 큰 법이다. 김정일에 대한 존경심이 사라진 북한 인민들에게 미사일 발사라는 ‘위대한 쇼’는 이미 관심 밖의 일이고, 배급이 끊긴 인민들의 원성을 더 사게 하는 미련한 미친 짓일 뿐이다.
그리고 광명성 2호 인공위성 발사를 축하한다고 떠들어댔던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범민련 남측본부, 민주노동당, 민주노총, 전교조 등 김정일의 ‘위대한 쇼’에 박수를 보냈던 ‘친북 관객’들에게 한마디 하려 한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임은 분명하다. 개개인의 이념의 자유가 보장돼야 하는 것도 분명하다. 그러나 앞으로 북한이라는 공산주의 이념 집단이 무너지고 나서 과연 당신들은 당신들의 자녀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남아 있을 것인가. 김정일의 눈에 보이는 뻔한 거짓말을 마치 앵무새처럼 조잘거리는 당신들은 그렇게도 비굴하게 살고 싶은지 묻고 싶다.
뮤지컬 ‘요덕스토리’를 하면서 한국의 좌파들이 나를 얼마나 협박했는지 세상이 다 알고 있다. 그러나 정작 뮤지컬 ‘요덕스토리’ 개봉일에는 단 한 명의 좌파도 오지 않았다. 진리와 진실 앞에 오리발을 내밀며 자주통일, 우리민족끼리라는 북한의 대남 선전선동 구호를 삶의 철학으로 삼는 친북단체와 친북인사들은 북한 동포들의 죽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구천에 떠도는 북한 영혼들은 분명히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김정일의 쇼가 말해 주듯 북한의 발악에 대비, 만반의 안보태세를 유지하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통일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통일을 대비, 남북한의 문화적 이질감과 정서적 갈등을 해소하고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드는 통일 공감대 형성은 매우 중요하다. 그 일은 바로 탈북문화 리더인 나의 몫이기도 하다.
이번에 뮤지컬 ‘요덕스토리’ 이후 3년 만에 새로운 뮤지컬을 만들었다. 한국 가수의 뮤직비디오가 북한으로 들어가 벌어지는 로맨틱 코미디 뮤지컬 ‘위대한 쇼’다. 뮤지컬 ‘요덕스토리’로 북한의 인권 실상을 말했다면, ‘위대한 쇼’는 북한 장교들이 벌이는 남한 동경 프로젝트다. 일종의 북한에서 벌어지는 한류라고 할 수 있다. 나는 뮤지컬 ‘위대한 쇼’로 크게 세 가지를 말하고 싶었다.
첫째는 북한에 불고 있는 ‘한류’다. 이미 북한 인민들에게 한국은 동경을 떠나 존경의 대상이다. 둘째는 북한 주민들의 순수성을 얘기하고 싶었다. 그래서 컨셉트도 ‘북한 남자에게 시집가고 싶은 뮤지컬’이었다. 셋째는 앞으로 우리가 하나가 됐을 때 느낄 수 있는 이질감과 그것이 극복됐을 때 발견할 수 있는 희망이다. 그리고 끝으로, 뮤지컬 ‘위대한 쇼’의 하이라이트는 북한 동포들이 외치는 ‘우리를 잊지 마세요’라는 메시지다.
한국에 온 지 이제 14년이 돼 간다. 그동안 나는 뭘 했는지 모르겠다. 어떻게 14년이 흘러가 버렸는지 모르겠다. 남은 것이 있다면 뮤지컬 ‘요덕스토리’와 ‘위대한 쇼’다. 누군가 나에게 가장 행복할 때가 언제냐고 물을 때면 나는 대답한다. 북한 소재 뮤지컬, 영화를 만들 때라고. 나는 탈북문화 리더다. 지금도 북한 동포들이 내 꿈에 나타난다. 그리고 그들이 외친다. “살려 달라…”고.
나의 노래가, 나의 춤이 북한 동포들을 구원하는 도구가 된다면 거지처럼 충무로 거리를 기면서 살아도 좋다. 걸인처럼 대학로 거리를 방황해도 행복하다.
[[정성산 / 뮤지컬 제작·연출가]]
김정일의 ‘통 큰 거짓말’
- 정성산(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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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4-11, 09:5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