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고스톱

김정일 고스톱은 김정일 마음대로 고스톱인데, 김정일은 16년간 백전백승할 수밖에 없었다.

 김정일이 국제 고스톱계에 정식으로 등장한 해는 1993년이다. 상대는 어리버리 김영삼과 바람둥이 클린턴! 당시 사람들은 국제 고스톱계에서 흔들기와 싸기와 독박으로 유명했던 김일성이 건재하던 때라, 판을 뒤엎는 핵 패를 흔드는 자가 김정일인 줄 몰랐다. 알고 보니, 1992년에 이미 김정일은 김일성으로부터 국내외 고스톱계에 대한 전권을 이양 받았거나 탈취했다. 그 때부터 1997년까지 김정일은 얼굴 없는 국제 고스톱계의 마왕으로 군림했다.

 

 1992년 12월 중순까지는 천하의 김정일 타짜가 꼼짝 못했다. 노태우의 북방 고스톱에 갇혀 아예 판에 끼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노태우의 북방 고스톱 판돈이 인정과 의리를 내세우기에는 너무 컸기 때문에, 각각 스탈린과 모택동이 뿌린 독약에 대한 해약을 복용한 고르바초프와 강택민이 김일성(김정일)에게 정색을 하고 고스톱의 국제 룰을 강요했던 것이다. 두 보호자 겸 전주(錢主)가 권하자, 김정일은 아랫것을 시켜 방글방글 웃으며 노태우의 007가방에 매달려 갖은 아양을 다 떨었다. 그 결과 고스톱 국제 룰을 남북에 거의 그대로 반영한 남북합의 고스톱 룰이 탄생하기에 이른다.

 

 어리버리 김영삼이 노태우의 뒤를 이어받는다는 것이 확정되자, 김정일은 뒤늦게 국제 룰을 좀 따라볼까 하던 김일성의 바람을 일축하고 1989년 프랑스의 위성에 의해 전세계에 들통 난 핵 패를 정식으로 꺼내들었다. 그 동안 방글방글 웃으며 수결(手決)했던 국제 룰의 남북판 룰을 단번에 핵폐기물 속에 던져 넣었다. 이미 한국에는 김정일 고스톱이야말로 한민족이 더불어 살 길이라고 확신하는 자들이 어리버리 김영삼 밑에 광범위하게 포진해 있었던 것이다. 아리까리 김대중도 5년만 지나면 어리버리 김영삼 다음 타짜가 될 게 유력해졌다.

 

 1993년부터 2009년까지 김정일은 김정일 고스톱으로 백전백승했다. 상대는 한국에서 3번 미국에서 2번 바뀌었지만, 김정일 고스톱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한국은 국제 봉으로, 미국은 허리케인 허풍으로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그들은 숫제 상대도 안 되거니와 김정일 고스톱을 조금이라도 고칠 생각을 못한다. 김정일이 ‘이제 고스톱 그만 칠래!’라고 한 마디 하면 어쩔 줄 몰라서 벌벌 긴다. 아프리카의 오지 사람도 알 만한 사람은 다 아시다시피, 현재 김정일과 어떡하든 고스톱 자리를 마련하려고 안달복달하는 상대는 아침이슬 이명박과 변화무쌍 오바마다. 그들을 상대로 김정일은 연일 강수로 나온다. 그 사이 중국과 러시아와 일본이 끼어들기도 했지만, 그들은 어디까지나 광이나 팔고 판돈이나 대 준다.

 

 잘 살펴보면, 김정일의 목줄을 쥐고 있는 호금도는 예전보다 월등히 강해진 보호자 겸 전주로 나서서, 이기는 것보다 지는 게 많았던 김일성 고스톱보다 치면 반드시 이기는 김정일 고스톱을 든든히 지켜주고 미국과 일본을 상대로 차세대 국제 1등, 2등 타짜가 될 발판을 마련한다. 여차하면 동북공정 패로 갑자기 김정일을 제치고 끼어들어 북한도 꿀꺽 삼킬 생각이 없지 않다. 잃을 것은 하나도 없고 얻을 것만 있으니, 어이 노태우의 북방 고스톱에 연연하랴! 반미의 한국도 은근히 또는 노골적으로 도와주니 어이 마다하랴!

 

 김정일 고스톱은 이러하다. 고스톱은 원래 3명이 치는 것인데, 김정일은 9장을 들고 한국의 제일 타짜는 6장, 미국의 제일 타짜도 6장 들어야 한다. 싫다면 절대 판을 열지 않는다. 한국의 제일 타짜는 패를 전부 김정일에게 보여 주어야 한다. 미국은 보여 주어도 좋고 안 보여 주어도 좋다. 그게 그거니까!

 

 어리버리 김영삼은 처음에 패를 잘 보여 주지 않을 듯했지만, 제일 강한 패인 이념 패를 아예 김정일에게 넘기고 민족 패를 김정일에게 흔들며 시작했기 때문에 나머지 5장은 쇼당(show-down)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김영삼은 김정일이 흔들 때마다 팍팍 싸 주어서 김정일이 판돈을 긁어 가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김영삼은 이처럼, 김일성이 흔들 때마다 도리어 싸게 만들던 전임 한국 제일 타짜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 주었다. 오히려 어리버리 김영삼은 전임 한국의 역대 제일 타짜들을 욕하고 잡아넣는 데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그에게 비장의 패는 민주 패였다. 희한하게 그게 잘도 먹혔다.

 

 한때 바람둥이 클린턴이 판을 뒤엎을 듯한 자세를 취하자 어리버리 김영삼은 민족 패를 꺼내어 기를 쓰고 말렸다. 지금도 그는 이를 천하에 크게 자랑하고 다닌다. 김정일은 판을 몇 번이나 뒤엎어도 꼼짝 못했지만, 클린턴은 그냥 한 번 자세만 취했는데도 그게 진짜 판을 뒤엎는다는 건지 김정일 고스톱을 국제 고스톱으로 바꾸려는 전략인지도 모르고 어리버리 김영삼은 사색이 되어 바락바락 대들었다. 대신 그는 김정일이 원하는 대로 총 3조원을 들여 경수로를 만드는 데 80%의 달러를 대기로 했다. 바람둥이 클린턴의 다음 타짜 허풍선이 부시가 경수로 패도 핵 패로 쓰일 수 있다며 거부하는 바람에 한국은 돈을 1조원이나 들였지만 신포 경수로가 류경호텔처럼 흉물이 되고 말았다.

 

 이제 경수로처럼 약 1조원을 들인 개성공단이 시험에 들게 되었는데, 김정일 고스톱 판을 더 키우는 것으로 결말이 날 것이다. 그건 김정일과 노무현이 너무너무 좋아하는 달러 통로이기 때문이다. 그 중의 90% 이상이 노동자가 아닌 김정일 금고로 들어간다. 이런 공공연한 비밀을 한국의 제일 타짜가 언급하는 순간 김정일이 판을 1초 안에 뒤엎어 버릴 것이기 때문에, 지금도 여전히 고스톱 판 벌이는 그 자체에 최대의 목적을 두고 있는 한국의 정부로서는 대화와 타협으로 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일성의 귀염둥이 식객 황석영이 이용될 듯하다. 무이념 실용과 뉴 라이트 중도, 아침이슬 부르기와 풍선 가로막기 등으로 이미 패를 충분히 보여 주었기 때문에, 김정일은 점점 세게 나감으로써 아침이슬 이명박을 완벽하게 제압할 수 있다고 확신할 것이다. 핵 패와 미사일 패를 포함하여 9패를 들고 6패 중 민족 패 포함 패가 거의 다 드러난 상대를 못 이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김정일은 어차피 경수로 패는 주의를 분산시키기 위해 버리는 패로 잠시 이용한 것이기 때문에 아쉬울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는 단돈 10만 달러라도 현금으로 받는 것을 으뜸으로 좋아한다. 아리까리 김대중처럼 제발제발 김정일 고스톱 판을 열어달라며 4억5천만 달러를 찔러 주고 5천만 달러어치 선물을 보내는 것을 엄청 좋아한다. 어깨를 감싸며 안아 줄 수밖에! 무슨 일이건 접촉만 하면 달러와 물자를 선물하던 뒷다마 노무현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평양으로 불러들여 대못 박는 건배로 퇴임을 축하해 줄 수밖에! 민족 패를 꺼내들어 2012년 김일성이 태어난 지 100주년 되는 해에 맞춰 미군과 한 지붕 두 가족이 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뒷다마 노무현이 사랑스러울 수밖에!

 

 김정일 고스톱에서 김정일은 절대 패를 보여 주지 않는다. 또한 그는 언제든지 패를 물릴 수 있다. 안 물려 주면 바로 판을 뒤엎어 버린다. 이때 판돈은 무조건 김정일이 챙긴다. 또한 돈을 따기는 하되 덜 딸 듯하면, 김정일은 판을 언제든지 뒤엎을 수 있다. 이때도 판돈은 무조건 김정일이 챙긴다.

 

 김정일이 이유 불문 삐쳐서 국제 고스톱계에 안 나오면 그 때부터 일시적으로 이쪽저쪽에서 비분강개한다. 그러면 김정일은 더 세게 나온다. 핵 패와 미사일 패는 심심하면 한 번씩 보여 준다. 그러면 한국은 판만 뒤집는 게 아니라 총 들고 죽창 들고 안방으로 쳐들어올까봐 전전긍긍한다. 김정일 고스톱을 버리자는 말을 하는 이들은 인터넷 노숙자 광장에서 광화문 노인 다방에서 궁시렁거릴 뿐이다. 인권 패가 가장 확실한데, 한국 정부가 정식으로 제기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김정일 고스톱 판이 깨질세라, 풍선 하나도 못 날리게 한다. 한국에는 김정일의 민족 고스톱을 찬양하거나 찬성하거나 숭배하는 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목소리를 높인다. 이들은 대한민국의 말과 생각을 특허 내어 죽창과 화염병을 거의 독점적으로 사용한다. 경찰도 군인도 이들한테는 벌벌 긴다. 민족 고스톱 파들은 김정일을 좋아한다는 말은 절대 않고 그런 말을 하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펄쩍 뛰지만, 김정일 고스톱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면 그 때부터 표변한다. 그들에게 615(육일오라고 읽음) 패는 김정일 고스톱의 주춧돌이자 기둥이요 대들보이다.

(2009.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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