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잘못을 떠나서"와 "국민장"

感性이 지나치면 感傷이 됩니다.

요사히 우리말 중에서 갑자기 사용빈도가 높아진 말이 있습니다.

'잘잘못을 떠나서'라는 말입니다.



이를 글자 그대로 분석하자면

잘한 것이 있더라도 이를 떠나서 라는 의미와

잘못한 게 있더라도 이를 떠나서 라는 의미가

복합된 말이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주로

잘못한 것을 유보하자는 뜻이 더 강한 것 같습니다.

잘한 것이야 뭘라 굳이 덮고가자고 하겠습니까?

그러므로 이 말을 쓰는 사람들은 부지불식간에

잘못한 부분을 더욱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노무현씨의 자살사건을 둘러싸고

항간에 특히 네티즌들 사이에 이 말이 많이 쓰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조금 의외인 것은 소위 우파들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포스트나 댓글이나 걸핏하면 '잘잘못을 떠나서'가 등장합니다.

이는 故人이 功보다는 過가 많은 것으로 느끼는 분들이 그만큼 많다는 증거이기도 하겠지요.



좋습니다.

우린 원래 인정 넘치는 민족으로 소문 나 있으니까,

이성을 앞세워 잘 잘못을 따지기 전에

감성에 호소해 잘잘못을 밀쳐두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지요.

하물며 사람이 죽은 마당에 말입니다.



다 좋은데 한 가지 놓쳐서는 안될 일이 있습니다.

너무 감성에 치우치다 보면 그만큼 理性이 내쫓기어

황당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민족반역 대학살자 김일성이 죽었는데도

조문사절을 보내자는 얼빠진 주장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理性을 완전히 잃고보니 얼이 빠질 수밖에요.



잘잘못을 떠나야 할 때도 있고

잘잘못을 결코 떠나선는 안될 경우가 있습니다.

後者의 경우가 요즘 논란의 하나인 국민장 문제입니다.



국민장은 대한민국 실정법에 따라 치러지는 장례입니다.

그러므로 거기에는 정해진 요건과 절차가 있습니다.

이들 요건과 절차를 판단하는 데는 理性이 요구됩니다.



그래서 좀 몰인정스럽고 냉혹한 것 같지만

망인에게 이 법의 국민장이 합당한가 살펴야 합니다.

부득불 잘잘못을 가려야 할 연유가 여기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故人의 잘잘못을 따져야 한다는 저에게

심지어 잔인하다는 평가까지 가해지고 있습니다.

국민장 適否판단은 잘잘못을 떠나서는 불가능합니다.



'잘잘못을 떠나서'를 남발하다 보면,

김정일이 죽어도 국민장 하자는

理性을 완전상실한 인간이 또 나올지 누가 압니까?



'잘잘못을 떠나서'

인정많고 따뜻한 심성을 뜻하는 듯한

참 좋은 말입니다.



그러나 가려서 써야 합니다.

感性이 지나치면 感傷이 됩니다.

感傷주의에 빠지면 일을 거르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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