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맞는 변희재

전직 대통령의 자살을 놓고 비겁한 현실 도피라고 비난할 자유도 보장되는 세상, 그것이 바로 대한민국입니다.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위원, 인터넷미디어협회 정책위원장이자 인터넷신문 빅뉴스 대표, 주간 미디어워치 대표 등을 겸직하면서 최근 맹활약하고 있는 변희재 대표가 무엄하게도(?) '노무현 조문 대열'에서 벗어났다는 이유로 벌판에서 린치를 당하고 있습니다.

변 대표가 주장한 내용은, 1)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전직 대통령 예우'는 재임중 비리 혐의로 인해 사실상 박탈이 예고된 것이었는 바, 국민 세금으로 장례를 치를 수는 없으며, 2) 자살을 선택한 것은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는 일반 서민들에 대한 배신이자, 조폭 보스의 행동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감히 '자살 운운'하는 사람은 정신줄 놓은 사람 취급을 당하는 것이 작금의 대한민국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변희재 대표는 확실히 제정신이 아닌 사람인 듯합니다.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위대하신 노 전 대통령님께 그 따위 막말을 할 수 있습니까. 도덕적 자긍심을 지키기 위해 '순교'하신 노 전 대통령님을 어찌 조폭에 비유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그보다 수백 배는 더 해먹은 전직들도 잘 살고 있는 마당에, 겨우 몇백만불 잔돈푼에도 수치심을 느껴 자살까지 한다는 것은 그 얼마나 순수하고 진정성이 넘치는 일입니까. 더구나 죽은 제갈량이 산 사마중달을 내몰듯, 죽어서까지 이명박을 혼내주고 있는 노짱의 위대성에 감히 어느 누가 시비를 걸 수 있습니까.

그렇다면 이 무엄하고도 발칙한 변희재는 어찌해야 할까요? 망자 모독, 명예훼손으로 집어 넣어야 할까요? 아니면 그의 발칙한 손가락들을 묶어 다시는 인터넷에 글을 못 쓰게 해야 할까요?

아쉽지만 변희재를 우리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려 한다면, 적어도 변희재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모두 격리시켜야 할 것이고, 그 숫자가 지금 '조문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숫자에 비해 결코 적지 않다는 것을 어찌해야 할까요?

'변희재의 도발'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닙니다. 지금 분향소 주변에 나붙고 있는 현란한 현수막들을 살펴보면 기가 차서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입니다. 검찰 수사로 궁지에 몰린 전직대통령의 자살이 어떻게 '민주주의 참살'이 되고, 현직 대통령이 '살인마' 취급을 받을 일이란 말입니까. 29일 영결식까지는 이제 영면의 길로 가게 되는 전직대통령에 대한 애도와 예우 차원에서, 이런 식의 망동과 도발조차 참고 인내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변희재가 대변했을 뿐이며, 그래서 변희재의 도발은 '방어적 도발'에 불과합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법치민주주의 국가입니다. 누구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자유가 있으며, 이를 침해하는 행위가 바로 민주주의 말살 행위입니다. 변희재의 생각에 반대할 수도 있고 찬성할 수도 있습니다. 전직 대통령의 자살을 놓고, 그것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 순교라고 칭송할 자유도 있지만, 비겁한 현실 도피라고 비난할 자유도 보장되는 세상, 그것이 바로 대한민국입니다.

노 전 대통령 분향소에서 목격되는 현수막 중에 <근조 민주주의>란 것이 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과 함께 대한민국 민주주의도 따라 죽었다는 뜻으로 추정됩니다.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거대한 음모에 의해 노 전 대통령이 죽음에 이르렀다면 그렇게 생각해도 말은 된다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전직 대통령의 자살로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죽었다고 주장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를 업신여기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겁탈하는 가증스러운 행위가 아닐 수 없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남긴 말씀에서, 원망과 미움을 경계했습니다. 변희재의 도발은 '원망과 미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변희재의 도발은 조족지혈에 불과할 정도로, '바보 노무현'의 마지막 당부를 짓밟는 '원망과 미움'의 파도와 폭풍은 어디에서 기원하고 있는 것일까요? 돌맞는 변희재를 감싸안으며,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진정한 위기가 과연 어디에서 오고 있는 것인지 그것이 궁금한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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