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의 졸업장 독점과 사교육의 능력 경쟁

사교육 대책은 학원에게, 공교육 정책은 정부에게

 

 이명박 정부가 사교육 대책을 마련한다고 부산하다. 교과부장관은 진노한 대통령으로부터 공개적으로 모욕적인 언사를 듣는다. 학원서 로비 받았느냐, 우리 딸도 못 믿겠단다, 서민의 애환이 안 들리느냐! (자살은 하지 마시길!)

이어서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대통령은 행동으로 직접 사교육 때려잡기에 나선다.

나의 애국적 친위세력으로 망국적 관료주의를 단단히 손보겠다, 국무위원들 전원 집합, 끝장 토론하자, 사회와 과학 과목 축소한 것에 더하여 또 축소, 고1은 내신 성적 넣지 말자, 노무현의 상대평가를 김대중의 절대평가로 바꾸자, 심야학원 수강 금지!

 

 김영삼 정부 이래 대통령이 진두지휘한 지난 20여년 간의 기기묘묘한 해외토픽감 온갖 사교육 대책이 백전백패한 원인을 전혀 헤아리지 않고, 서민의 가계에 빨간 줄을 지우겠다는 거룩한 일념으로, 그리하여 부자가 아니라 서민을 위한다는 정부 소리를 듣겠다고, 사교육 우지끈뚝딱 불도저를 투입하겠다고, 정부 각 부처의 칸막이를 허무는 통섭의 대원칙에 입각하여 모든 장관을 급히 불러 모아, 미래위원장이다, 여의도연구소다, 장관 위의 차관이다, 대통령의 복심 국회의원이다, 하여 그들에 의해 오래 전부터 시중에 떠돌았으나 여론의 질타를 받은 여러 안들이 속속 현실화되고 있다. 국민의 70~80%(20~30%는 대통령 지지율)는 장담한다. --사교육이 더 커지겠군!

 

 대체 오늘날 한국에서 그토록 신성시하는 공교육은 무엇인가. 그것은 졸업장을 독점하는 교육기관이 지나지 않는다. 전국의 모든 초중고, 교육청, 교육부-- 이들은 한 마음 한 뜻으로 한 몸을 이뤄 출석 일수만 채우면 아무리 실력이 없는 학생도 최소한 고등학교까지는 가문의 영광이요 개인의 평생 신분증명서인 졸업장을 안겨 준다. 심지어 검정고시도 국가가 독점한다. 그러나 정부가 학교로 인정하지 않은 학원은 원생의 실력이 아무리 짱짱해도 절대 졸업장을 주지 못한다.

 

 공교육과 사교육의 차이는 오로지 졸업장 수여 여부다. 가르치는 내용도 똑같고, 학생들 생활지도도 똑같이 해 준다. 학생은 졸업장 독점 기관에 들어가면 특기적성(보충수업) 외에는 교사를 선택할 수도 없고 입시과목에 안 나오는 과목을 아니 선택할 수도 없다. 결석일수가 1년에 70일만 안 넘으면 학년은 무조건 올라가고, 그렇게 6년, 3년, 3년을 채우면 거리의 간판도 겨우 읽고 분모만 달라지면 분수의 더하기 빼기도 못하는 바보(아무런 노력 없이 졸음과 떠듦과 짜증만으로 죽자 사자 공부한 전국 1등과 평준화된 지역에서는 사실상 똑같은 고졸 간판을 달게 되니, 이들이야말로 가장 영리한 천재)도 빛나는 졸업장을 받게 된다. 이렇게 한국에 태어난 사람은 99%가 고졸 학력을 갖게 된다. 12년 동안 버티기만 하면, 지옥을 견디지 못하여 뛰쳐나가지만 않으면 졸업장은 절로 나온다. 운동선수나 연예인은 수업일수가 적용되지도 않는다. 학교에 코빼기 한 번 안 비춰도 학교를 빛내준 그들에게 졸업장을 갖다 바친다. 대학에선 고등학교보다 더 심하다. 요샌 중고등학교에서 등록금 안 내도 끝까지 버티면 졸업장을 다 준다. 만약 안 주면, 신문기자 방송기자가 비인간적이라며 대서특필한다. 세상에 공부하기 싫은 학생들에게 이보다 좋은 나라가 없다.

 

 간판은 같지만 그들의 실력은 천차만별이라는 걸 전국의 모든 학부모는 너무도 잘 안다. 전국 1등과 전국 꼴찌가 한 반에서 나란히 공부하는 상황에서 내 아이에게 맞춤식 교육을 해 주고 싶지 않은 학부모도 한 명도 없다. 능력이 없어 못할 따름이다. 학원에서도 졸업장만 주면 학교를 그만둘 학생이 전국 학생의 절반이 넘을 것이다. 학원에서는 졸업장 수여 요건을 강화하여 학생들이 예체능 포함하여 공인된 시험으로 일정한 수준을 넘겨야 그들에게 졸업장을 준다면, 오히려 그쪽으로 학생들이 쇄도할 것이다. 그런 학원(졸업장을 주면 이미 학교)에서 졸업한 사람은 사회 어디에서도 인정해 줄 것이니까!

 

 사교육은 졸업장 100% 독점 공기업의 엉터리 졸업장이 진짜 졸업장이 되도록 무한 경쟁 하에 교육 서비스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애쓴 죄밖에 없다. 평준화라는 미명하에 공산국가 못지않은 획일적인 부실 교육이 계속되는 한,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의 나라에서 사교육은 나날이 번창할 수밖에 없다. 서슬 퍼런 북한에서도, 여전히 공산당 일당 독재국가인 중국과 베트남에서도 과외가 성행하고, 과거로 눈을 돌리면 조선시대에도 떵떵거리는 양반은 저마다 초고액 연봉의 독선생을 모셨는데, 향교나 성균관(공교육)보다 전국 곳곳의 서당(사교육)이 500년 동안 월등히 번창했는데, 엉터리 졸업장 하나를 미끼로! 평등이다, 전인교육이다, 인성교육이다, 교육정상화다, 민주교육이다, 참교육이다, 계기교육이다, 말만 번지레하거나 알쏭달쏭하지, 선발된 학생들이 다니는 극소수 학교나 사교육이 공교육을 압도하는 몇몇 부자 동네 외에는 40만 명이 가장 안정된 직장에서 국민의 세금을 어느 곳보다 많이 가져가고 있다. 6개 자립고 외에는 사립고도 월급을 정부에서 받으니까, 사실상 그들은 모두 공무원이다.

 

 김영삼 정부가 서울에서 연합고사를 폐지하기 전만 해도 평준화는 그런 대로 의미가 있었다. 인문고는 200점 만점에 120점 정도 되어야 진학할 수 있었으니까, 이들은 능히 중졸 실력을 갖췄다. 고등학교 입학정원에 맞출 게 아니라 실력으로 120점 정도를 하한선을 정해서, 연합고사는 유지했어야 했다. 김영삼처럼 대학설립을 자율화하여 중졸 실력도 안 되는 자들도 대학에 진학할 수 있게 인심 팍팍 쓸 게 아니라, 국민 누구나 돈만 있으면 대학졸업장을 거머쥐게 할 게 아니라 예비고사를 부활하여 일정 학력이 안 되는 학생은, 다시 말해서 대학교육을 수학할 능력이 안 되는 학생은 한 해 더 노력하여 점수를 올려서 재도전하거나 국가와 사회와 개인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기능을 익혀 사회로 일찍 진출하게 했어야만 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전국의 교사와 학생은 정말 열심히 가르쳤고 정말 열심히 배웠다. 학원 안 가고도 대학에 잘만 들어갔다. 학부모는 그저 담임만 보면 안절부절했다. 대통령도 자녀의 담임만 만나면 말을 더듬었다. 선생님들이 얼마나 열심히 가르치는지, 지성만이 아니라 인성도 얼마나 세심히 열정적으로 가르쳐 주는지 너무도 잘 알았기 때문이다. 인간 세상이라 엉터리가 없지 않았지만, 그것은 거의 무시해도 좋을 정도여서 학부모가 교사에게 삿대질하고 학생이 스승에게 눈을 부라리는 일은 너무나 드문 일이어서 김일성이 죽었다는 것보다 큰 뉴스감이었다.

 

 교직수당이나 담임수당을 획기적으로 올려 줄 생각은 않고 전국의 모든 교사를 사정(司正)과 개혁 대상으로 삼아 학부모 만나고 가는 교사의 가방과 주머니를 뒤지고(막상 국수 대통령 자신은 아들에게 수천억 원의 정치자금을 맡기고 혼자 거룩한 척하다가 결국 말년에 들켰음), 정상수업하면 족하다며 자율학습도 못하게 하고 허용하더라도 수당도 안 주거나 아르바이트생보다 적게 주고, 보충수업도 몇 시간 이상 못하게 하고, 시험 문제 쉽게 내고, 시험과목 줄이고, 등등 중앙정부가 학교에 사사건건 간섭하여 스승과 학생과 학부모 사이를 이간시키면서, 사교육은 겁나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김대중 정부의 이해찬이 전교조와 거의 매일 귓속말을 주고받으며 교실 한가운데 지름 한 자에 길이 열 자의 대못을 박는 정도가 아니라 휴전선보다 긴 철조망을 전국의 학교에 둘러치고 교육의 금자탑을 마구 때려 부수고 거대한 포퓰리즘의 호수를 만들었다. 노무현 정부도 거창의 한 교장을 불러 올려 한국판 홍위병을 앞세워 교육문화혁명을 일으켰다. 공교육을 황폐화시켰다.

 

 이명박 정부는 문제의 핵심을 알려고도 않고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과거에 실패한 것 중에서 조금 시간이 지난 것만 골라서 ‘경제 도사인 내가 하면 다르다’며, 장관까지 윽박지르며 공교육 대책이 아니라 사교육 대책을 겁나게 세워 불도저처럼 밀고 나갈 기세다. 사교육 대책은 전국의 학원이 무한 경쟁 속에서 알아서 한다. 정부는 공교육 정책을 단 한 개라도 제대로 세우기 바란다. 자율고 100개 세운다고 하여, 2천만 학부모들로부터 제대로 된 공교육 기관이 생기겠구나, 최소한 100개는 생기겠구나 하여 기대를 한 몸에 받더니, 사교육 늘어난다는 명분으로 선발 시험을 못 보게 하겠다고 하여 너도나도 신청서를 쓰다가 찢어 버리는 달나라 별나라 중도 정책을 쓸 게 아니다.

 (2009.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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