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인 법질서도 제대로 준수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최상위법인 헌법을 만지작거리겠다고…
제헌 61주년 경축식에서 김형오 국회의장이 개헌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그는 22년 전 1987년 헌법개정 이후 우리 사회의 변화상과 미래에 대한 비전을 묶어 헌법에 반영해야 한다면서, 선진헌법-분권헌법-국민통합헌법 등을 새 헌법의 3대 요건으로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따지고 보면, 1987년 헌법개정을 제외하고는 모든 헌법개정이 권력자의 권력연장 욕심에 의해 이뤄진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개헌'이란 말만 들어도 왠지 '음모론'이 연상되는 것은 지난 개헌의 역사가 그만큼 얼룩진 탓이라 할 것입니다. 따라서 국민적 합의에 의해 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새롭게 재편하는 것은 그 자체로 대단히 역사적 의미를 갖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작금에 제기되는 개헌론이 허망하게 들리는 것은, 당장 국회가 오늘 어떤 꼴을 하고 있느냐 하는 점 때문입니다. 김 국회의장은 사상 초유의 '여야 동시 본회의장 점거'를 뒤로 하고 제헌절 기념식에 참석해 개헌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당장 국회가 마비된 이유는 미디어법을 비롯한 쟁점법안에 대해 국회와 정당이 제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입니다.
헌법의 아들 손자에 해당하는 법률안조차 쟁점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허접하기 그지없는 대한민국 국회가 헌법 개정을 놓고 '아름다운 합의'를 이뤄낼 수 있다고 과연 누가 믿을 수 있을까요?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이 미디어법을 놓고 사생결단하듯 나서는 이유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눈꼽만큼도 양보할 수 없다는 자세에서 비롯되고 있습니다. 헌법개정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향한 정초를 다지기 위한 것이라면, 그것은 미디어법 따위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지난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작 개헌론을 제기하고 나선 국회의장 역시, 여야의 시대착오적 힘겨루기 쟁투 속에서 아무런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판국에 개헌론을 제기하는 것은, 오히려 개헌론이 가진 긍정적 의미조차 희화화하는 것이라고밖에 달리 할 말이 없게 됩니다.
아무리 좋은 헌법을 만들면 뭐하겠습니까.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헌법조차 무시당하기 일쑤인 마당에 수려한 문장의 새 헌법을 만든다고 과연 뭐가 달라질 수 있겠습니까. 법치주의의 기본질서가 당장 국회에서 무너지고 있는 마당에, 국회가 어떻게 국민들에게 개헌을 주문할 수 있단 말입니까.
국회의장의 개헌론이 아무리 나름의 우국적 진정성에 근거한 것이라고 믿어주고 싶어도, 당장 우리 국회의 모습을 보노라면 허탈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기본적인 법질서도 제대로 준수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최상위법인 헌법을 만지작거리겠다고 나설 수 있느냐는 말씀입니다.
오늘의 이슈 필자는, 현시점에서 개헌문제가 국민적 공론화를 통해 내실있는 열매를 맺기 바라는 사람 중 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세계적 웃음거리를 양산하고 있고 당장 오늘도 코미디를 연출하기에 바쁜 대한민국 국회가 과연 개헌문제를 다룰 자질이 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제헌절을 맞아 국회의장이 제기한 선진헌법 개정론은 오히려 국민들의 개헌 의지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고 걱정할 수밖에 없는 오늘입니다.
입법(立法)도 못하면서 개헌(改憲)한다고?
- 프리존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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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7-18, 12:3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