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울고 있는 태극기

제헌절 날, 아파트 단지에서 태극기가 걸린 곳은 내가 단 하나뿐이었다. 그렇습니다. 바로 어젭니다.
제헌절이라고 태극기를 게양했습니다.

오후 5시경 귀가해서 아파트를 바라본 나는 내 눈을 의심 했습니다. 외로운 태극기 하나가 울면서 펄럭이고 있었습니다. 104동 10층 2호, 내가 새벽 일찍 게양해 둔 나의 태극기였습니다. 그래서 다시 차를 몰고 8개 棟이나 되는 아파트 단지를 한바퀴 돌아봤습니다. 103동 11층인가 12층 창가에 나의 태극기처럼 울고(?)있는 태극기 하나가 있었습니다. 전체 800 여 세대에 두 개의 태극기 뿐이었습니다.


저녁 식사 후, 별명이 특공대인 고향(安東) 후배에게 전화로 그렇다는 사실을 얘기 했습니다. 노무현이 자살후 추모기간 며칠동안엔 거의 100 여개나 나부끼든 태극기였다고 말입니다.
그는 대뜸,
'행님, 정신 나갔심니껴? 제헌절에 태극기를 달아요? 국회가 제헌을 해 놓고도 저들이 그 제헌절에 저지랄들을 하는데 어느눔이 미쳤다고 태극기를 달겠심니껴? 치왔뿌고 안동소주나 한 잔 하이소 그만....'

참으로 허탈 했다.
젠장, 그 옛 45도 짜리 안동소주라도 있었으면 둬 잔 들이켰을 것을......

09.07.18.
김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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