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北을 압도하지 못하고 北이 우리를 압도하게 만든 한국의 대통령들은 부끄러운 줄을 알아야 합니다.
1989년 베를린의 벽이 헐리고 동서독이 통일되는 역사적 사실이 벌어졌습니다. 지구상에 아직도 통일이 되지 않아 분단의 비극과 고통을 계속 안고 사는 못난 민족은 우리뿐이라고 들었습니다. 부끄럽습니다.
왜 우리는 통일을 못하고, 조상이 물려준 금수강산을 두 토막으로 갈라놓고 세월만 보내고 있는 것일까요. 정말 답답한 일입니다. 통일이 안 되는 이 딜레마를 강대국들에게 돌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우리 힘만 가지고는 통일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만일 우리에게 통일의 의지만 확고하다면 그들을 움직이는 힘이 왜 생기지 않겠습니까. 한반도의 통일이 우리를 둘러싼 열강들에게도 평화유지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만 깨닫게 하면 그들이 왜 한반도가 이런 긴장 속에 오래오래 분단돼 있는 것을 바라겠습니까. 그만한 외교적 설득력이 우리에게 없는 것이 유감스럽습니다.
또는 이 분단 장기화의 책임은 전적으로 북의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독재자들에게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습니까. 그것도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독일 재통합 당시 서독의 지도자이던 콜 수상 같은 인물이 우리에게 없어서 동독의 호네카 의장 같은 자를 압도하지 못해서 대한민국은 여지껏 질질 끌려다니기만 합니다.
우리가 북을 압도하지 못하고 북이 우리를 압도하게 만든 한국의 대통령들은 부끄러운 줄을 알아야 합니다. 평화를 구걸하듯 북에 퍼주기만 하다가 우리는 한반도의 북반부 하늘 아래 공룡을 하나 키운 셈입니다. 어떻게 해야 우리는 이 공룡을 잡아 우리 안에 가두고, 2,300만 동포에게 평화와 번영을 약속할 수 있습니까.
베를린의 장막이 베를린에서 먼저 무너진 것이 아니라 동독의 역사적 도시 라이프니쯔에서 무너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 도시의 한 작은 니콜라이 교회에서 촛불이 점화되었고, 그 촛불은 마침내 산불이 되어 공산주의·사회주의의 고약한 체제를 불태우고 마침내 자유민주주의의 서독과 하나가 될 수 있게 한 것입니다.
처음에는 극히 적은 수효의 시민들이 모여, '자유와 개혁'을 부르짖으며 동독의 사회주의자들에게 대들었습니다. 그 힘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또 커져 마침내 70만을 헤아리는 엄청난 수의 동독인들이 한 곳에 모여 잘못된 권력에 대한 항거에 몸을 바쳤고 드디어 <베를린 장벽>은 그 힘을 감당못하여 무너진 것이랍니다.
물론 우리의 사정과는 너무나 다릅니다. 북한의 동포들은 영영 일어날 수 없다고 속단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하였으니, 휴전선의 장벽을 무너뜨리는 일이 불가능하다고만 할 수 없습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왜 우리는 통일을 못하는가
- 김동길(프리덤 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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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7-21, 14:3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