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하면 400억 달러를 지원하겠다니!

그 말이 사실이라면, 퍼 주기 불륜을 비핵개방 로맨스로 비닐 외투만 살짝 바꾸는 일이 될 것이다.  

 내가 북한에 태어났으면 강제수용소에 끌려갔을 것이다. --노무현

 지난 10년간 막대한 돈(물자 포함 총 70억 달러)을 (북한에) 지원했으나, 그 돈이 북한 사회의 개방을 돕는 데 사용되지 않고 핵무장하는 데 이용됐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 이명박


 한국의 지도자는 외국에 나가면 국제적 기준에 합당한 말을 곧잘 잘하는 편이다. 특히 북한에 관한 말들이 그렇다. 그러면 국내선 격렬한 반응이 일어난다. 속았다는 편도 있지만, 잘했다는 편도 있다. 국민들은 그 말을 듣고 기존의 입장을 유지하거나 강화하면 했지 변경하거나 수정하는 법은 없다. 지도자의 속뜻이 과연 무엇인지는 국내로 돌아와 봐야 알 수 있다.


 노무현은 미국에서 ‘좀 오버했다가’국내에 돌아오자마자, ‘평화번영’의 깃발 아래 반미친북 정책을 노골적으로 펼쳤다. 태극기 대신 한반도기를 들고 햇볕파는 신흥종교의 광신도처럼 그를 열렬히 지지했다. 임기를 불과 몇 달 앞두고, 그는 평양을 방문하여 6.15 공동선언에 용안을 그려 넣고 왕관을 씌워 주는 10.4 공동성명에 서명했다. 후임 사장이 전임 사장의 노선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핵 대못을 박은 것이다.


 이명박은 ‘비핵개방3000’을 들고 나왔다. 이름만 다를 뿐, 햇볕정책과 평화번영과 비핵개방3000은 사실상 같은 것이다. 햇볕정책에 대한 비판의 바람이 거세어지자 이름만 달리한 ‘평화번영’처럼  위기의식에 사로잡힌 햇볕파의 집중 조명에 눈이 부셔져서 더 화끈하게 퍼주겠다고, 단, 핵을 포기하고 개방하겠다면 10년 안에 현재의 중국만큼 잘 살게 해 주겠다고 포장만 달리한 것이다. 좌파 정부 10년 동안에도 북핵을 도와 주겠다는 말은 한 번도 한 적이 없고 공산독재 강화가 아니라 개혁개방을 유도한다며 멍석을 깔고 풍악을 울렸지, 개혁개방을 방해하겠다는 말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북한인권파는 이명박의 유로뉴스 7.7고백에 환호작약하면서 대 북한 경기 100게임 무안타에서 터진 깨끗한 안타를 대량득점으로 연결하라고 촉구했다. 그에 대한 화답이 7월 21일에 나왔다. 파이낸셜 타임스가 서울발로 핵을 포기하고 개방한다면 400억 달러를 퍼 주겠다고 한 것이다. 대량득점(得點)이 아니라 대량실점(失點)하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10년간 ‘퍼 준’ 70억 달러의 6배에 해당하는 화끈한 ‘지원’이다. 


 핵무기는 절대 개발하지 않고 핵발전소를 만들 뿐이라고 ‘우리끼리’파는 남북에서 목의 울대를 불끈 세우고 눈의 흰자위를 희번덕 드러내면서 입에 거품을 물었다. 햇볕파의 원조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는 만약 그렇다면 ‘책임지겠다’고 호언장담했다. 막상 핵실험을 두 번이나 단행하고 핵 운반 미사일을 3번이나 날리자, 은밀히 ‘그건 장차 우리 것, 목표는 미국’이라고 안면을 싹 바꾸었다. 뒤이어 모든 책임을 미국의 헌 정부와 한국의 새 정부에게 돌렸다.


 때 마침 제법 세게, 원칙과 상식에 입각하여 대북 정책을 펼치는 듯하던 미국의 새 정부는 포괄적 협상이라는 데자뷰를 들고 나왔다. 핵 프로그램을 그만 두겠다고, 6각형 테이블에 다시 앉겠다고만 약속하면, 과거의 모든 죄에 대해 다시 면죄부를 주고 미래의 모든 거짓 약속에 듬뿍 보상하겠다는, 알고도 속고 모르고도 속는 요상한 보상을 재개하겠다는 신호로 보인다.


 이명박은 일찍이 한 번도 북한인권에 대해 진지하게 임한 적이 없다. 대통령에 당선되기까지 영화든 뮤지컬이든 옹기종기 성토대회든 탈북자가 절규하는 곳에는 한 번도 귀하신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 그럼에도 웬일인지 반(反) 햇볕파의 다수가 그를 열렬히 또는 암묵적으로 지지했다. 일인당 국민소득이 사실상 100달러도 안 되는 북한을 10년 안에 3000달러로 만들어 주겠다는 황당무계한 공약도 비핵개방이란 수식어에 묻히고 말았다.


 지금껏 이명박 정부가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에 소극적으로 임함으로써 김정일 독재 강화에 덜 이용된 것이 굳이 치적이라면 치적이었는데, 만약 북한이 절대 포기할 리 없는 핵 포기의 빈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덥석 믿고 시장환율로 따져 북한 1년 예산의 200년간 달러에 해당하는 400억 달러를 지원한다면, 그것은 퍼 주기 불륜을 비핵개방 로맨스로 비닐 외투만 살짝 바꾸는 일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제2 월남화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2009.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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