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양자회담을 이끌어내기 위해 여기자 송환카드를 믿고 강경한 대미자세를 보여 왔다. 그러거나 말거나 미국은 대가성 지원형태를 부정하며 무시전략 차원에서 시종일관하게 완전한 핵폐기 선결조건으로 대북원칙을 고수했다.
그러던 중 미국 전 대통령이 북한을 기습 방문했고 김정일은 기다렸다는 듯 클린턴과 회담을 가졌다. 아마도 김정일은 과거 김일성-카터와의 회담 분위기를 상상했을 것이고 스캐줄도 그 때 수준으로 맞추어 놓았을 것이다. 얼마 전 이태리 경찰이 압수했다는 호화요트도 과거 김일성이 카터와 가졌던 요트회담을 그대로 연출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는가 싶다.
그러나 클린턴 전 대통령은 항시 노여움에 가까운 심중한 얼굴로 북한을 대했고, 그 역겨운 땅에서 여기자들과 함께 아침도 못 참아 새벽에 귀국하고 말았다. 그의 방북과 동시에 백악관은 여기자 송환과 대북제재는 별개라며 공개적으로 분명히 선을 긋기도 했다.
틀림없이 클린턴은 여기자 송환문제는 물론 오바마정부의 완전한 북핵폐기 압박 메시지를 전달했을 것이다. 즉 과거와 다른 강한 미국의 북핵 입장을 보여줌으로서 미국 전 대통령 방북에 모든 기대를 걸었던 김정일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클린턴은 여기자 송환이라는 북한의 유일한 전략카드를 빼앗아왔을 뿐만 아니라 또한 북한이 꿈에도 바라던 미국과의 양자회담을 방북으로 대체한 셈이다. 만약 미국이 사소한 유화적 제스쳐라도 보였다면 회담에서나 그 어떤 약속에서도 신뢰 할 수 없는 북한으로서는 먼저 저들의 공개언론을 통해 미국 발목잡기 형식으로 온갖 호들갑을 떨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공개매체는 클린턴 방북에 대해 전달수준에만 머물렀고 이후 지금까지도 괴로운 침묵만 지킬 뿐이다. 이번 클린턴 전 대통령 방북을 비유적으로 말한다면 불량한 아이가 어르신의 물건을 훔쳐갖고 달아나 온갖 오만과 방종을 떨자 어르신이 응석도 받아줄 겸 찾아가 빼앗아온 셈이다.
문제는 그 어르신을 몸소 걸음하게 만든 죄 때문에 북한은 앞으로 반드시 그 대가를 치러야만 한다는 것이다. 김정일 정권의 미친 시스템을 잘 알고 있는 미국은 중국을 통해 우회적으로 북한을 압박하는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보여진다. 6자회담에서의 중재자 역할을 즐기는 중국의 비위도 맞춰 주면서 현편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기 때문이다.
미국을 짝사랑하는 북한의 간절한 양자회담 희망은 이미 클린턴이 귀국하며 끝났다고 봐야 할 것이다. 김정일은 이번 클린턴 방북에서 대화보다 행동을 중시하는 오바마 정부의 원칙주의를 보았을 것이고 지금까지 저질러왔던 저들의 대미협박이 얼마나 허무한 짓이었던가를 느끼며 전율했을 것이다. 때문에 북한은 미국 전 대통령 방북을 사죄방북으로 대내에 선전하며 6자회담에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지 않을 경우 다음번 미국 정부가 보내는 방북단은 특사가 아닌 군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