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조롱위원회

이명박 정부의 이념은 무엇인가, 국가보안법 폐지가 중도인가.

 

2009년 7월 20일 현병철 전 한양사이버대 학장이 국가인권위원장으로 취임했다. 민법 전공 학자로서 인권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 인권위의 줄기세포에 독특한 인권 DNA를 제공하여 그들의 꼭두각시로 삼은 매체와 학자와 단체들이 즉시 검증에 나섰다. 이명박 정부 들어 인권위의 조직이 21% 축소되고, 국가보안법의 존치를 주장하는 제성호가 인권대사로 임명됨에 따라, 그들은 아름다운 명분으로 그들의 양심을 더욱 뜨겁게 해 주고 헌법재판소 위에 군림하는 권위로 그들의 간을 바위처럼 키워 주던 인권위가 기껏 낳고 길렀더니, 뺑덕어미에게 빼앗기지나 않을까, 입안이 바싹바싹 탔던 모양이다. 전문성과 도덕성 양쪽에서 현병철은 십자포화를 맞았다. 그러나 독특한 인권위가 보편타당한 인권위로 개과천선하기를 바라던 쪽에서는 크게 말이 없었다.

 

 취임식에는 경찰이 그를 에워싼 모양이다. 다 키운 자식을 빼앗길까 봐, 발을 동동 구르며 험악한 표정으로 노려보는 이들로부터 보호하려고 그랬던 듯하다. 이에 그들은 ‘국가인권위제자리찾기공동행동’ 의 이름으로 그에게 13개 항에 걸친 ‘자격 검증에 대한 공개질의서’를 제출했고, 이에 대해 현명철은 7월31일에 답변했고, 이것이 8월 4일에 일반에 공개되었다. 현명철은 그들의 의구심을 떨치고 ‘전향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한 마디로 말해서 한겨레와 MBC와 오마이뉴스, 노무현과 김대중과 김정일의 인권위를 그대로 계승하겠다는 내용이다.

 

 허가 찔린 정통우파의 허파가 뒤집혔다. 정통우파만이 아니라 중도우파, 새 우파(뉴라이트)도 길길이 뛰었다. 77일간 너 죽고 나 죽고 다 죽자던 쌍용자동차의 폭력과 폭언이 뉴스에서 사라지나 했더니, 법과 질서를 잘 지키고 고함은 내지르지만 폭력과는 담을 쌓은 우파가 새로운 화제를 불러일으킨다. 반면에 자칭 진보파는 느긋하게 즐긴다. 결국 그들은 쌍용에서도 이겼고, 시작도 하기 전에 인권위에서도 이겼다. 피 한 방울 안 흘리고 침 한 방울 안 튀기고 레이저 프린트의 활자 몇 자로 인권위를 재점령했다.

 

 가장 큰 문제는 국가보안법이다. 그들은 유엔을 들먹이며 보편적 인권을 침해하는 국가보안법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이에 대해 현명철은 ‘폐지함이 마땅하다’고 했다. 촛불집회에서 경찰이 100일 동안 폭언과 폭력에 시달리고 국가권력이 뒷방 늙은이 신세가 된 것은 쏙 빼고, 편집된 과잉진압에 대해 의견을 묻자, 그것도 ‘정부가 잘못’이라고 답변했다.

 

 그들은 UN을 들먹였지만, 그 UN의 총회에서 지난 몇 년간 해마다 극악한 인권침해로 규탄하는 북한의 인권유린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없었다. 독일이 지금도 나치의 인권유린에 대해 엄정한 법과 도덕의 잣대를 대는 것은 북한에 정통성이 있다는 허구적 친일청산의 객관적 잣대로 잘도 들먹이지만, 안 보았다는 이유로 몰랐다는 이유로 공범이었다는 죄책감으로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유태인의 무덤 앞에 거듭거듭 무릎을 꿇는 현실도, 그들은 한국 현대사의 작은 인권 침해를 정죄하기 위해 인용할 뿐이지, 지금 당장 철두철미한 정보 통제로 안 보인다는 이유로 모른다는 이유로 공범은 절대 아니라는 이유로 나치의 인권유린보다 양적으로든 질적으로든 훨씬 악독한 동족에 대한 무제한 인권유린에 대해서는 철저히 눈을 감고 입을 다문다.

 

 폐기된 자료가 많지만, 독일은 동독이 자행한 인권유린에 대해서도 눈을 감지 않는다. 옛 서독은 동독의 인권유린에 대해서 한 번도 타협한 적이 없다. 100마르크씩 돈도 직접 동독 주민에게 무한정 주었고(한국 기업이 북한 노동당에게 노동자 1인에 60달러를 쳐 주면 58달러 또는 59달러를 원천 징수하고 나머지 1달러 내지 2달러를 아무 가치도 없는 북한 돈으로 노동자에게 줌), 1년에 인구의 절반인 천만 명이 자유와 평등의 실체를 마음대로 와서 보도록 조치했다(가족 상봉쇼에서 연례행사로 기껏 100여 명이 형형한 눈길 아래 눈물 연기하는 이산가족). 서독은 인권향상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만 교류했다. 동서독 간에 편지와 전화가 마음대로 오가도록 했다. 그러면서 간첩은 색출했다. 비서의 간첩 행위가 드러나면 수상도 바로 쫓아냈다. 5억 달러는커녕 단돈 1마르크도 뒷구멍으로 대지 않았다. 오로지 동쪽의 동족이 더 나은 물질적 정신적 생활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지원했다.

 

 옛 서독의 마르크로 옛 소련의 동독주둔군이 철수하면서 거대한 힘의 공백이 생김에 더 이상 참지 못한 옛 동독 주민이 이웃 나라로 대량 탈출하기 시작하자마자, 서독의 외무장관이 즉시 비행기로 날아가서 쉰들러의 마음으로 1인당 얼마를 찔러 주고 전원 데려왔다. 그것이 통일의 별을 가로막는 먹구름 사이로 비치는 찬란한 한 줄기 햇살임을 18년 외무장관 겐셔는 즉시 깨달았다. 거짓말같이! 시위가 지난 60여년간의 북한처럼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던 동독에서 2천만 동독 주민 전체가 들고 일어났다. 서독의 기본법(헌법) 아래 들어가겠다는 애원이었다. 그것이 인류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환희의 찬가였다. 저승의 베토벤이 눈가를 촉촉이 적셨다. 불과 20년 만에 옛 동독은 동족의 가없는 도움으로 옛 공산권은 물론 20세기 후반 세계 최대의 기적 한국의 수준을 넘어섰다.

 

 한국의 국가인권위는 국가인권조롱위원회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전략에 의해 인권의 잣대를 한국의 과거와 한국의 과거를 빛나게 했던 사람들의 현재에만 집중시킴으로써, 현재진행형인 거대한 인류 최악의 세력에게 눈길을 돌리지 못하게 하고, 저들 자신이 자행하는 갖가지 폭언과 폭력과 불법과 위법을 도덕과 국가 조직의 이름으로 면죄부를 주기 위해 이용된 꼭두각시다. 태어남이나 자라남이나 거들먹임이나 하나같이 인권을 조롱하기 위한 단체다.

 

 이명박 정부는 이로써 도덕적 흠결 정도가 아니라 사상과 이념에서 정통우파의 눈길 아래 의구심의 고개를 넘어 확신의 골짜기로 들어서게 되었다. 심복 이재오와 동지 황석영이 의구심의 고개라면, 현병철은 확신의 골짜기다.

 

 반증하려면, 현병철을 즉각 해임하고 국가인권조롱위원회도 곧 해체하고 서둘러 국가북한인권위원회를 탄생시켜야 할 것이다. 행동 없이 UN에서 찬성표를 던지는 것으로는 아무 효력이 없다.

(2009. 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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