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애오라지 소신인 운하건설의 예비단계로 또는 그보다는 ‘조금 못하지만’ 자연도 살리고 경제도 살리고 문화도 살린다는 4대강 살리기가 본격 추진된다. 2012년 17대 대통령 임기 말까지 22조 2천억 원이 투자될 것이라고 한다. 2009년 9월부터 총토지보상액 2조7천억 원 중 올해만 6천억 원을 지출할 예정이다. 금년 사업비는 8320억 원이지만, 내년에는 6조 7천억 원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8월 9일 당정(党政)은 한 목소리로 4대강 살리기에 예산을 우선 배정하기로 했다. 덕분에 다른 사회간접시설 예산은 20%~40% 깎였지만, 강물을 관리하는 수자원공사의 예산은 194% 증액된다.
 
 IMF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국가부채(2009년 35.8%, 2014년 39.4%)는 세계 9대 부자나라(G7+한국과 호주) 가운데 호주(2009년 13.7%, 2014년 25.9%)를 제외하면 가장 낮다. 유럽의 스페인, 네덜란드, 북구의 복지국가 등을 포함한 선진(advanced) G20은 2009년 100.6%에서 2014년 119.7%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그 중 G7은 이 평균치와 비슷하여 2009년 103.6%에서 2014년 119.3%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히 비교하면, 한국은 대단히 모범적인 국가다. 누구 덕분일까.
 
 중국과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emerging) G20은 어떨까. 이들 국가는 2019년 38.8%에서 2014년 36.4%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15년 전만 해도 이들과 같은 무리로 취급되던 한국은 오히려 이들 국가와 비교함이 마땅할 것이다. 국가부채의 비중도 이들 나라와 비슷하다. 교육과 의료와 노후를 거의 국가가 책임지는 명실상부한 복지국가가 되기 전에는 국가부채는 낮을 수밖에 없다.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선진국과 신흥국 합해서 한국이 가장 기분 나쁜 신호를 보낸다.
 
 김영삼 정부 때까지는 정부는 흑자예산과 공공부채에 대해서 각별히 신경을 썼다. 그래서 외환위기가 닥쳤던 1997년은 김영삼 정부의 집권 마지막 해였지만, 당시 국가부채는 대략 50조 원으로 달러에 대한 환율을 넉넉하게 1,000원(당시는 환율이 800원까지 내려감)으로 계산해도 500억 달러밖에 안 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997년의 명목 GNI가 488조 원이었으니까, 얼추 GDP 대비 국가부채가 10% 안팎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외환위기를 불러일으키는 데 김영삼 못지않게 뒤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김대중은 권력의 창을 풍차 돌리듯이 돌려서 모든 잘못을 김영삼에게 돌리고 공적자금 168조 원 지출을 비롯하여 원도 한도 없이 국가부채를 마구 늘렸다. 평등과 복지를 명분으로 노무현 정부도 국가의 성장 잠재력을 고갈시키며 소득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눈 밝은 사람이 먼저 보면 임자인 눈 먼 돈을 마구 뿌렸다. 복지 담당의 9급 공무원 1명의 집게손가락에 의해 수십억 원 수백억 원이 요술 춤을 추는 것은 일도 아니게 만들었다. 심심찮게 그런 비리가 적발되기도 한다. 김영삼 정부도 우루과이 라운드를 빌미로 농촌에 눈 먼 돈을 마구 뿌리기 시작하여 농촌에서 이른바 농협 나으리와 봉이 김농민 사이의 다방 정치를 탄생시킨 원조이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그 때까지 국가 예산은 자린고비의 대원칙을 지켰다.
 
 이명박 정부도 이전의 두 정부 못지않게 국제금융위기를 비빌 언덕 삼아 선심성 적자 예산의 편성으로 국가부채를 가파르게 증가시키고 있다. 1년 반 사이에 67조 원을 증가시켰다. 도다리 안주감밖에 안 된 유류세 10조 원 환급도 눈에 보이지 않게 국가부채를 10조원이나 증가시킨 한 요인이다. 그것은 참으로 무책임하고 비전이 없는 인기정책이었다. 나는 일찍이 그 돈을 박정희가 대일 청구자금으로 포항제철을 건설했듯이 에너지개발기금으로 조성하자고 제의한 바 있다. 정부 내에서도 그런 제안을 한 사람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최고권력자의 확고한 신념을 따르지 않을 수 없는 조직이 공무원이요, 여당이다.
 
 2007년, 그러니까, 미국 발 금융위기의 허리케인이 대서양을 건너고 태평양을 건너 몰려오기 전에 한국의 GDP 대비 국가부채는 29.6%였는데, 그것이 불과 2년 사이에 35.8%로 늘어난다. 무려 6.2% 증가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는 불과 10년 사이에 국가부채를 3배나 증가시켰다. 각기 임기 중에 평균 10%씩 끌어올렸다. 이명박 정부는 한술 더 떠 2년 사이에 6%다. 친서민(이경숙 식 용어로는 서민 프렌들리라고 함) 행보로 이런저런 방식으로 세금은 덜 걷고, 대학생 학자금이다, 고등학생 기숙사비다, 23개의 새로운 복지사업이다(방만한 249개의 복지사업을 159개로 정비한다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도리어 23개를 늘림), 여기저기 가는 곳마다 덜 걷고 더 쓰는 인기정책을 무기명 즉석복권 뿌리듯이 깜짝 선물 보따리를 푸는데다가, 실체가 애매모호한 녹색성장 정책으로 4대강 살리기를 포함하여 48조 원을 확정적으로 쓸 모양이다.
 
 IMF는 2014년까지 한국의 국가부채가 GDP 대비 39.4%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지만, 한국 정부의 흑자 예산을 슬쩍 흘리기도 하지만, 이대로 가면 그보다 2년 앞선 2012년에 곧 17대 대통령 임기 5년 마지막 해에 불도저로 밀어붙이듯이 394고지를 돌파하여 김대중 정부 이래 공식화된 5년 임기 중 10% 국가부채 증가율을 증명하지 않을까 한다. 여기에 김정일이 빈 강정 말로 핵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면 400억 달러를 북한에 아낌없이 퍼 주겠단다(좌파정부는 퍼주기이고 중도정부는 지원인가). 그러면 국가부채가 바로 4% 증가한다.
 
 권력의 꽃은 예산 배분권이다. 인기 정책을 쓰기에 딱 좋다. 그러면 국가자원이 자연자원이든 인적 자원이든 왜곡되게 마련이다. 신흥국 중에 가장 방만한 국가예산으로 악명 높은 아르헨티나도 선진복지국가보다는 국가부채가 훨씬 낮아서 2009년 50.4%에서 2014년 48.4%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 발전 정도가 그 수준밖에 안 되는 곳에서는 이 낮은 수치도 일본이 2009년 217.4%에서 2014년 239.2%로 증가하는 것보다 심각하다. (일본은 계속 게걸음을 할 것이다.) 이것을 쓰라린 경험으로 절감한 아르헨티나는 2007년 67.9%에서 오히려 허리끈을 졸라매고 급격히 끌어내리고 있다.
 
 장기적으로 한국도 국가부채가 GDP 대비 50%를 넘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속도를 확 떨어뜨려야 한다. 연 1% 증가도 많다. 현재와 같은 연 2% 증가는 엄청난 재앙을 내포하고 있다. 연 0.1%로 떨어뜨려야 한다. 그리하여 100년 후에 50%를 넘겨야 한다. 일시적으로 늘어난 것은 경기가 회복되면 바로 줄여야 한다. 영국은 2009년 68.6%에서 2014년 112%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것은 G7 중에서는 낮은 편이다. 문제는 그 속도다.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그 해에 영국은 불과 44.1%밖에 안 되었다. 이것이 불과 7년 사이에 약 3배로 늘어날 것이 확실하다. 영국의 지는 해가 다시 떠오르기 힘들 것이다, 이제 영국은 3류국의 길로 슬그머니 들어섰도다, 이런 말은 바로 이 지표로 손에 잡힐 듯 그 의미가 다가온다. 10년 사이에 3배 증가한 한국과 비슷하다. 으스스하지 않은가.
 
 설상가상으로 한국은 그 민족성으로 보아 큰 희생을 치른 후에 어느 날 갑자기 통일될 것이 뻔한데, 포장도로도 5%밖에 안 되고 토끼집보다 작은 닭 집에서 2천만이 오글거리는데, 전화가 동네에 한 대밖에 없고 8쪽짜리 신문도 인민반장네 집에만 오는데, 산에 나무 한 그루 없는데, 전기가 안 들어와 TV도 하루 두 시간밖에 못 보는데, 상하수도가 제대로 갖춰진 곳은 평양의 당 간부 집뿐인데, 부어도 부어도 끝이 없을 그 많은 돈을 어디서 마련할 것인가.
 
 국가예산은 자린고비 원칙 더하기 미래지향적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 더 이상 공금을 공돈으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공금일수록 귀하게 여겨야 한다. 링컨은 국유지를 뚝 떼어 각 주마다 듬뿍 주어서 등록금이 반값인 주립대학을 세우게 했다. 그 토지와 거기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공학과 농학을 필수적으로 개설하게 했다. 그 파급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링컨은 누구보다 잘 알았던 지도자다. 한국에는 세종대왕 이래 유일무이한 과학기술 최고경영인 박정희가 있다. 그 때 진흥한 과학기술이 씨앗이 되어, 이제 한국은 당당히 세계4위 특허국이다. 미국, 일본, EU의 특허국에서 동시에 특허를 획득하면 삼극(三極)특허라 하여 세계 최고의 기술로 선망의 대상이 되는데, 미국이 31.0%, 일본이 28.8%, EU가 28.4%다. EU 중 1위, 2위인 독일과 프랑스가 각각 11.9%와 4.7%다. 대한민국은 독일 바로 다음인 4위로, 5위인 프랑스와 6위 영국(3.0%)을 당당히 물리치고, 영국의 두 배인 6.0%(이 중에 절반 이상이 삼성전자 몫)를 기록했다(2005년). 중국은 겨우 0.8%이다. 여기서도 속도가 중요하다. 중국이 무섭게 발전한다. 한국은 최근에 정체되어 있다.
 
 이명박 정부는 작은 정부라는 유행어를 좇아 하필이면 다른 부서는 몽땅 살리고 과학기술의 요람인 과학기술부와 IT 한국의 총본부인 정보통신부만 폐지하여 다른 부서에 통합시켰다. 녹색성장, 좋은 말이다. 그러나 그것도 과학기술이 우선이다. 예를 들어 태양광 발전소는 해가 안개 낀 날 별처럼 희미하게 비치는 독일이 단연 세계1위다. 장차 전세계가 원천기술을 다량 보유하고 있는 독일에 로열티를 꼬박꼬박 바쳐야 한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그렇게 써야 할 10조원을 퇴근 후 한 잔 술값으로 서민에게 환원했다. 서민 프렌들리의 첫발이련가.
 
 수송능력이 1차선 비포장도로보다 못한 운하는 결국 건설하지 못할 것이지만, 눈 먼 우파의 적극적 또는 묵시적 지원으로 4대강 살리기는 대대적으로 추진될 것이다. 영원히 쓸모없을 땅을 산 사람들에게 가장 큰 혜택이 돌아갈 것이다. 전국의 묘목 값을 폭등시킨 묘목을 일찌감치 싹슬이한 사람들도 그들일 것이다. 그것만 해도 2조 7천억 원이다.
 
 4대강, 살려야 한다. 먼저 그 공은 박정희와 전두환에게 돌려야 한다. 그들은 여름에 집중호우가 발생하는 한국의 지형을 고려하여 다목적 댐을 대대적으로 건설하고 한강을 정비하여 5천 년간 해마다 흘러넘치던 전국의 4대강을 양처럼 순하게 만들었다. 현재, 강을 죽이는 원흉은 지키는 사람만 손해 보는 법률이다. 4대강 유역에는 불법이기도 하고 합법이기도 한 식당과 양식장과 농장과 동물농장과 공장이 아니 들어선 곳이 없다. 이것부터 대대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예산? 발상만 바꾸면 2조 원이면 차고 넘친다. 소리만 들어도 배부르게 떡을 친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10년, 50년, 100년을 내다보고 꾸준히 추진해야지 단언하거니와 5년 안에 끝내려고 하면 절대 안 된다. 돈만 많이 들 뿐, 공해의 원천을 제거하지 않는 한, 그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주민 스스로 강을 살리는 것이 스스로의 생명을 지키는 길임을 깨닫게 하고, 정부는 일정 장소를 대규모로 지정하여 기존의 수익사업을 합법화시키고 양성화시켜야 한다. 재개발 정책과 비슷하다. 달동네 사람들에게 딱지를 주듯이 그들에게 딱지를 주면 돈이 거의 들지 않는다. 그러면 환경오염을 방지하기가 식은 죽 먹기다. 여기도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가 적용된다. 개별적으로 환경친화적인 사업을 하려면, 아무리 양심적인 사람도 비용이 매출보다 많아져서 저도 모르게 양심의 눈이 멀게 되지만, 한군데 몰아놓으면 십시일반의 비용으로 공해를 원천적으로 줄일 수 있다. 정부로서도 감시감독하기가 쉽다.
 
 회사는 인턴을 뽑고, 정부는 인턴을 장려할 게 아니다. 그건 임시직보다 못하다. 우수한 우리 젊은이들이 갈 곳을 몰라 방황하고 있다. 광화문에서 촛불만 들게 해서야 되겠는가. 그들을 위해, 국가를 위해, 국민을 위해, 연구소를 대대적으로 건립해야 한다. 제2, 제3, 제4의 KIST가 나와야 한다. 학비도 안 받을 뿐 아니라 매달 3백만 원 정도 학생들에게 주는 초일류 대학원 과정도 나와야 한다. 이제는 과학기술만이 아니라 인문사회 연구소도 절실하다. 디자인 연구소도 태부족이다. 박물관과 도서관도 태부족이다. 공연장소도 태부족이다.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도 만들어야 하고, 이태리가 놀랄 오페라단도 양성해야 하고, 전 국민이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들도록(Mens sana in corpore sano) 잔디 구장과 체육관도 짓고 또 지어야 한다.
 
 경기침체 시대에 국가 예산은 바로 이렇게 써야 한다. 이것이 겨자씨 하나로 하늘을 덮는 엘리스의 나무를 기르는 일이다. 22조 원 중에 2조 원은 4대강 살리기에 쓰고 나머지 20조원은 이렇게 써야 한다. 그러면 풀빵 장수 이명박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푸른 신화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2009. 8. 14.)











